‘아픈 만큼 성숙해지는 계기가 될 것이다.’
다음달부터는 아무나 전자결제(PG)업체가 될 수 없다.
그동안 자유업으로 분류돼 누구든지 참여할 수 있었던 PG업의 진입장벽이 크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진입장벽은 바로 PG를 전자금융업자에 포함시킨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이다. 그동안 PG업은 여신전문금융법에 따라 결제대행업으로 규정됐다. 별다른 의무조항은 없었으며 사실상 자유업이나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PG가 처음 등장할 당시에는 PG사들이 카드깡의 진원지로 지목되는 등 지탄의 대상이었다.
너도나도 PG업에 뛰어들면서 PG사가 200여개에 달하는 등 혼탁한 시장구조는 극에 달했다. 이후 신용카드사들이 PG를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시장이 정상화됐으나 위험요소는 여전히 남아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상황이 전금법이 시행되면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금법은 원래 올해 1월 시행됐으나 금융감독위원회는 업계의 준비부족을 고려해 6개월간 등록을 유예했다. 실질적으로 7월부터 전금법의 적용을 받게 되는 셈이라고 할 수 있다.
전금법은 PG사업을 하려면 금융감독원에 등록하도록 하고 부채비율이 200%를 넘지 않도록 규정했다. 또 신용카드 PG 10억원 등 포괄적 PG사업을 위해서는 최소 50억원의 자본금을 갖추도록 했다. 사업을 시작한 후에도 최소 2∼3일치 결제금액의 일정액을 예치해야 하는 조항도 넣었다. 소비자가 위·변조된 카드 및 휴대폰 도용으로 인한 거래의 책임을 카드사뿐만 아니라 PG에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가 직접적으로 손해배상청구 등을 PG사에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불법적인 사용을 차단하는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진 것이다. 또 금융감독원으로부터 IT보안성 심사를 정기적으로 받아야 하기 때문에 보안관리시스템 강화에 힘써야 하는 등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
최근 일부 PG업체들은 IT보안성 심사를 대비해 △기반 설비인 변전소 전원 이중화 △무정전전원공급장치(UPS) 구축 △3중 출입 안전장치 구축 등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 업계는 전금법이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사업환경을 보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책임이 늘어나 부담감은 있지만 신규업체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다.
기존 업체들은 이미 새로운 기준에 맞게 사업을 하고 있어 시장에서 퇴출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법적 지위가 애매했던 PG업이 법의 카테고리에 포함됨으로써 불투명성을 해소, 시장 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해석도 있다.
업계는 e커머스의 중요성을 생각해 볼 때 부적합한 사업자의 진출을 차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의 관리 감독 하에 두는 것은 중요하다고 보고 전금법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다.
◇PG, C2C로 외연 넓힌다
개인 간 거래(C2C) 시장이 전자결제(PG) 업체의 블루오션으로 주목받고 있다.
PG사는 그동안 쇼핑몰 등 연간 10조원에 이르는 B2C시장을 주타깃으로 삼아 영업을 펼쳐 왔다. 그러나 최근 PG사들은 사용자제작콘텐츠(UCC)와 동호회 내의 개인 간 중고 물품거래 등 C2C 시장의 활성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 시장이 활성화되면 전자결제 수요 또한 크게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PG사가 C2C에 주목하고 있는 것은 위기감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주 수익원이었던 B2C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고 PG간 수수료 인하경쟁으로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다. 따라서 PG업체들 UCC와 중고거래 등 개인 간 거래에 주목하는 상황이다.
웹2.0시대를 맞아 이미 오픈마켓에서 개인 간 상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며 더 나아가 블로그 커머스나 UCC 상의 개인 간 콘텐츠 거래도 태동하는 조짐이다. 인터넷의 미래가 개인화와 롱테일의 시장구조로 진화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에 C2C 시장은 향후 B2C 못지않은 시장 잠재력을 갖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현재 C2C 거래는 결제 수단이 다양하지 못하고 배송사고 등의 위험 관리에 대한 보완이 필요한만큼 여기에 PG 업계의 비즈니스 모델 접목이 활발히 이뤄질 전망이다.
이니시스·한국사이버결제·올앳 등 주요 PG사는 C2C 시장 개척을 중점 사업으로 정하고, 거래 안정성을 높이는 에스크로(Escrow, 결제대금예치제)와 C2C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결제시스템 발굴에 나서는 등 다양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이니시스는 커뮤니티포털인 드림위즈와 제휴를 맺고 드림위즈 내의 동호회에 에스크로를 도입했다. 에스크로는 공신력 있는 제3자가 소비자의 결제대금을 예치하고 있다가 상품배송이 완료된 후 그 대금을 판매업자에게 지급하는 일종의 거래 안전장치. 에스크로 도입으로 그동안 당사자 간 면대면 거래가 주류였던 중고거래를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이니시스는 보고 있다.
한국사이버결제와 올앳도 개인거래가 활성화되면 전자결제 및 에스크로 수요의 증가는 당연하다고 보고 시장 수요 조사와 함께 새로운 결제서비스 발굴에 나서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C2C는 소액거래기 때문에 거래단위당 수익률은 B2C에 비해 떨어지지만 거래가 빈번해 이른바 롱테일 시장으로 부르기에 적합하다”며 “최근 사용자가 직접 디지털콘텐츠를 만들어 파는 사이트가 등장하는 등 시장 활성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 PG 바로알기
‘PG사는 과연 어떤 역할을 하는 업체일까’
국내 온라인쇼핑몰과 디지털콘텐츠 시장 확대의 숨은 일꾼으로 표현되는 전자결제(PG)업체. 가까이 있지만 과연 이들이 어떤 위치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자결제(PG:Payment Gateway)는 전자상거래에서 지불승인과 매입, 정산 등 쇼핑몰의 웹서버와 연계한 지불처리 제반업무를 지원하는 서비스다. 즉 카드사나 이통사 그리고 쇼핑몰업체 사이에 전자결제업체가 위치해 정산업무를 대행하는 것이다.
모든 쇼핑몰이 PG사를 통해 이 같은 업무를 처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결제수단이 신용카드·휴대전화·은행입금·전자화폐 등으로 다양해지면서 복잡한 결제업무를 해결해 주는 PG사의 이용은 확대되는 추세다.
구체적으로 PG사의 역할을 살펴보자. 고객이 인터넷에서 물품을 구매하면 쇼핑몰은 PG사를 통해 카드사나 금융기관·이통사 등에 결제 승인요청을 한다. 지불수단이 신용카드·휴대전화·은행입금 등 어떤 형태인가에 따라 PG사가 결제승인을 요청하는 결제기관이 달라진다. 결제기관은 결제승인을 PG사에 통보하면 PG사는 이를 쇼핑몰에 통보, 쇼핑몰은 주문한 서비스와 물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게 된다. 이후 결제기관은 PG사에 대금정산을 실시하고 PG사는 다시 쇼핑몰업체에 대금을 정산하는 시스템이다.
PG사들이 정산업무까지 담당하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부 대형 쇼핑몰들은 결제기관과 직접 정산업무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쇼핑몰은 복잡한 정산업무와 결제시스템에 대한 유지보수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PG사를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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