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들인 이동통신 특허기술 `낮잠`

 정부가 국민의 세금을 들여 개발한 이동통신 특허기술이 활용되지 못하고 낮잠만 자고 있다.

 17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에 따르면 작년 12월 30여년간 개발해온 특허기술 1300여건을 중소기업에 이전하기로 하고 공개경쟁 입찰에 나섰으나 중소 휴대폰업체의 경영난으로 6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단 한 건의 계약도 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ETRI가 보유한 이동통신 특허는 국내 휴대폰 중소기업의 국제 특허분쟁을 사전에 예방하고 상용화를 앞당기기 위한 기술로 무선전송·IT부품·이동통신·네트워크·콘텐츠 등 휴대폰 제조에 필요한 8개 분야의 기술이다.

 특히 ETRI는 중소 휴대폰 업체가 빠른 시간 내 특허를 활용할 수 있도록 지난해 12월 3억여원의 추가 비용을 들여 전문분석기관을 통해 전체 특허를 A(20%)·B(40%)·C(40%) 등급으로 나눠 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초 특허 공개 및 기술 이전을 앞장서 요구한 VK·벨웨이브 등 중소 휴대폰업체의 경영난이 가중되면서 특허 거래 협상이 중단된데다, 새롭게 관련산업에 진출한 중소기업의 경우 특허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이 같은 상황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ETRI 기획본부 지적재산팀 신정혁 팀장은 “중소 휴대폰 제조사가 GSM 특허권자인 노키아·인터디지털과의 협상 과정에서 정통부에 특허를 이전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며 “때마침 회사들이 어려워지면서 이후 문의조차 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소 휴대폰 업체 중 VK는 법정관리 상태이며 벨웨이브는 업종전환을 추진 중이고 팬택은 워크아웃 상황에서 특허 매집의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한 중소 휴대폰 업체 관계자는 “회사가 부도 위기에 몰리면서 특허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면서 “중소업체가 안정적으로 특허를 매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는만큼 정부가 지속적으로 지원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TRI는 한국전자산업진흥회,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등과 협의해 RFID·내비게이션·와이브로 단말 등 신규 복합단말기를 제조하는 중소업체를 대상으로 수요를 조사, 특허이전 방안을 찾는 중이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