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율표 제4B 족의 탄소족 원소에 속하는 비금속원소 규소(Si)에서 추출되는 첨단소재 ‘실리콘’. 100% 실리콘으로 이뤄진 폴리머를 비롯해 용도에 따라 다양한 재료를 복합한 조성물이 수천가지에 달한다.
반도체용 웨이퍼의 재료를 비롯해 슬림화·대형화되는 디스플레이 패널의 발열을 잡기 위한 소재로도 이용되는 등 IT분야에서 활용도가 높다. 첨단 IT기업이 숱한 벤처신화를 만들어 내고 있는 미국 새너재이의 실리콘밸리로 일반인들에게도 친숙해진 단어다.
이제 실리콘은 IT를 비롯해 자동차·의료·건축·항공우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진화를 거듭하며 안정성과 친환경성, 내구성, 심미성 등 높아진 소비자의 요구를 충족하기 위한 혁신의 도구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도로와 접속=실리콘은 열 안정성, 마찰 저항성, 금속·플라스틱 호환성 등 특성으로 자동차 시장에서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다. 현재 자동차 1대당 사용되는 실리콘의 양은 약 1㎏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기존의 카본 타이어 대신 실란(실리콘 화합물중 하나)을 적용한 실리카(SiO2)를 채택하며 등장한 ‘그린 타이어’. 이 타이어는 도로와 접하는 면의 복원력이 탁월해 미끄러운 노면에서 회전저항을 표준 타이어 대비 20%나 낮출 수 있다. 따라서 그린타이어를 장착한 차량은 5%의 연료소비 감축효과를 갖게 되며 이는 곧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60% 정도 줄이는 결과까지 낳는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고급차나 스포츠카 등에 장착이 늘고 있는 헤드업디스플레이(HUD:Head Up Display)는 주행속도 등 차량관련 정보를 운전석 앞 유리창에 비춰주는 시스템이다. 복잡하고 민감한 이 시스템의 전자회로와 센서에도 겔 타입의 광학실리콘이 적용되고 있다.
◇충격을 제어하다=고속의 스피드 레이싱을 자랑하는 F1. 하지만 레이서들은 항상 사고와 부상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그들을 위해 실리콘이 나섰다. 실리콘 전문업체인 다우코닝은 특수 실리콘 코팅 기술을 이용해 별도의 충격완화 패드나 보호장구를 사용하지 않고도 사고로부터 자동차·오토바이·스키 선수를 보호하는 소재를 개발했다. 평상시 통기성과 유연성을 지닌 이 소재는 충격이 가해지면 갑자기 단단해지며 충격을 전체적으로 분산, 완화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이 소재를 이용하면 재단·재봉 과정만으로도 적은 부피의 인체보호용 스포츠 의류 제작이 가능해진다.
◇건축물에 상상력 더하기=기하학적인 형상의 건축물 탄생에도 실리콘이 자리잡고 있다. 건설업계는 별도의 조임새를 사용하지 않고도 실리콘으로 유리나 금속, 돌 등을 건물구조에 부착하는 ‘SSG(structural silicone glazing) 공법’을 활용해 다양한 상상력을 반영한 건축물을 올려 세웠다. 홍콩증권거래소가 있는 익스체인지스퀘어타워가 이 공법을 이용한 대표적인 실리콘 구조물로 평가받고 있으며 지난 2005년 APEC회의로 위용을 뽐낸 부산 벡스코(BEXCO) 전시장에도 유리와 구조물 연결에 실리콘이 사용돼 국내 최초로 유리 역(逆)경사 디자인을 소화한 사례로 평가 받고 있다.
이 밖에도 친환경 에너지 시대를 맞아 무한 청청에너지 솔루션으로 조망받고 있는 ‘태양전지’에서도 폴리실리콘이 몸값을 높여가고 있다.
양태찬 한국다우코닝 부장은 “실리콘은 반도체·건설·자동차·항공우주·의료 등 다양한 분야 산업발전의 촉매 역할을 수행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며 “새로운 기능의 하이테크 제품의 개발은 물론이고 기존 제품의 한계를 극복하고 친환경성과 부가가치를 더하는데도 실리콘 솔루션이 탁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