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AT&T와 허치슨 등에 투자했다가 90억달러 손실을 입고 해외사업 철수를 선언했던 NTT도코모가 6년 만에 해외시장 진출 재개를 선언했다. 주요 공략 대상은 아시아의 떠오르는 신흥 강국 중국·인도와 베트남이다.
이에 따라 한때 지분투자 협상을 진행하며 파트너 관계를 모색했던 NTT도코모와 SK텔레콤 한·일 양국의 최대 이동통신 사업자가 머지않아 아시아 시장의 패권을 다투게 될 전망이다.
18일 파이낸셜타임스는 NTT도코모가 베트남과 인도·중국 등에서 현지 통신사업자의 지분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마사오 나카무라 NTT도코모 사장은 FT와의 인터뷰에서 “NTT도코모의 전략은 일본 밖으로 눈을 돌려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베트남·인도·중국 등 아시아 시장이 타깃이며 투자 금액은 상당한 규모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같은 방침은 일본 이동통신 시장의 54%를 점유한 NTT도코모가 시장 포화로 성장이 부진하자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FT는 전했다.
나카무라 사장은 “향후 베트남 이동통신 시장이 가장 유망할 것으로 본다”며 “다만 정부 규제로 인해 (외국기업이) 과반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초기에는 소량의 지분을 매입하는 것을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지분을 늘려갈 것”이라는 구상을 밝혔다. 베트남은 SK텔레콤이 이미 지난 2003년 CDMA 방식의 S폰 서비스를 론칭해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지역이다. 어떤 현지사업자에 투자할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한·중·일과 동남아시아에 걸쳐 아시아 벨트를 구축하려는 NTT도코모와 SK텔레콤 간 주도권 쟁탈전이 예상된다.
NTT도코모는 중국의 경우 3G 서비스를 겨냥해 차이나유니콤 등에 지분을 투자할 계획이다. 나카무라 사장은 “중국 정부가 외국 기업에 3G 사업권을 내주지 않는 상황에서 독자 진출은 버겁다”며 “사업권을 획득한 현지 통신사업자에 투자해 지분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은 NTT도코모보다 한발 앞서 지난해 차이나유니콤에 10억달러를 투자해 지분을 확보한 상황이다. 인도 역시 보다폰이 허치슨에사르를 인수, 진출해 있는 데다 NTT도코모가 가세하면 해외 사업자의 격전지가 될 전망이다.
도코모는 해외 로밍 사업을 위해 GSM 휴대폰 개발에도 투자할 예정이다. 도코모가 로밍수수료로 벌어들인 수익은 3월 말 기준 340억엔으로 지난해보다 36% 증가했다. 도코모는 올해 말까지 로밍 수익이 500억달러에 달하고 향후 2∼3년 안에 두 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NTT는 2000년대 초 AT&T와이어리스와 KPN모바일, 허치슨 3G UK홀딩스 등에 잇따라 투자하며 공격적인 해외사업에 나섰다가 벤처거품이 꺼지면서 주가가 폭락해 2001년 90억달러(1100억엔)의 손실을 입고 지분을 정리한 바 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