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31 지방선거 당선자들이 이달 말로 취임 1년을 맞는다. IT시대와 지방화시대를 맞아 각 지방 광역자치단체장들은 지난 1년 동안 지식 및 첨단산업 육성에 남다른 의욕을 보여왔다. 지방 IT산업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았고, 지식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들을 제시했다. 몇몇 사업은 이미 성과를 내고 있고, 실천이 담보되지 않았던 일부 사업은 벽에 부딪혀 추진이 지지부진한 것도 있었다. 각 지방이 지난 1년 동안 실천해온 첨단산업분야 공약을 2회(광역시와 광역도)에 걸쳐 점검해 본다. 지방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앞으로 어떤 사업들을 중점적으로 챙겨야 할지 고민해 본다는 의미도 있다.
◇광주시=‘1등 시민, 1등 광주 건설’을 시정 최대 목표로 내건 민선 4기 박광태 광주시장은 일자리 13만4000개 창출 등 경제 살리기를 핵심목표로 삼고 출발했다. 주요 공약으로 내건 ‘경제 살리기와 문화수도 조성’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취임 보름여 만에 미주지역 해외출장을 강행, 현지에서 항공편이 결항되자 차량으로 15시간 밤낮으로 달려가 미국 업체와 투자유치 양해각서(MOU) 교환을 성사시킨 일은 해외기업유치에 대한 그의 열정을 엿볼 수 있다.
그는 세부적으로는 과학기술교류센터 및 디지털융합 부품센터 건립 기공식, 콜센터 투자유치 협약 체결, 광가입자망 서비스 개통식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한 행사라면 빠지지 않고 챙겼다.
또, 문화수도의 기틀을 굳건히 다지기 위해 아시아문화중심도시 특별법 제정과 시행조례 제정, 문화수도조성 종합계획을 수립하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이와 함께 기획예산처와 건교부 등 정부 각 부처와 국회 등을 오가며 예산확보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펼쳤다. 그 결과, 올해 디지털가전산업, 가전로봇 실용화사업 등 1조5000억원이 넘는 예산을 확보하는 저력을 보여줬으며 제2의 대덕특구를 건설하기 위해 연구개발(R&D) 특구 추진기획단도 새롭게 출범시켰다.
이 밖에 그는 차세대 전자금융산업 육성을 위해 광주은행 등과 잇따라 투자협약을 체결했으며 첨단의료복합단지 유치, 자기부상열차시범사업, 로봇랜드 조성 등 정부 지원의 굵직한 공모사업에도 지속적인 관심을 나타냈다.
◇대구시=김범일 대구시장은 지역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스타기업 육성에 심혈을 쏟아왔다. 특히 스타기업 100개 육성과 벤처·창업 투자펀드 조성 사업은 내실을 떠나 실천이 빨랐다는 점에서 관련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4년간 연차적으로 100개 기업을 선정해 육성한다는 스타기업 100개 육성사업은 지난 3월 1차로 24개 기업을 선정 발표했다. 이미 매출이 많이 오른 기업만을 골라서 선정했다는 일부 시각도 있지만 향후 지역 경제를 선도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발굴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였다.
자동차부품산업 육성을 위한 공약 중 지능형자동차 핵심부품 기술개발사업은 지난해 8월 과기부의 톱 브랜드 프로젝트에 선정됨으로써 추진이 속도를 내고 있다.
김 시장은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을 주관기관으로 오는 2015년까지 10년간 총 245억원을 투입, ITS기반 지능형 자동차부품 기술과 MBDP기반 전자화 시스템 및 핵심부품기술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전자화자동차부품 지역혁신센터 사업도 지난해 6월 개소식과 함께 사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향후 10년간 188억 6000여만원이 투입되는 이번 사업은 전자화자동차부품 분야의 벤처기업 기술 검증 및 창업지원, 전문인력양성 등이 주요 내용이다.
또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 유치와 함께 유비쿼터스를 기반으로 한 대회를 선보일 예정이며, 자기부상열차 시범구간사업에도 자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그 외 공약으로 내걸었던 안경산업발전을 위한 신소재 및 디자인연구개발, 대구안경산업 특구 지정 사업의 경우 1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오는 2008년쯤 한국안경산업지원센터가 건립될 예정이다.
그러나 시의 역점사업인 대구테크노폴리스 조성사업의 경우 기업 및 연구기관 유치가 부진해 사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으며, 모바일 집적단지 조성사업에 일관성이 없는데다 디지털콘텐츠산업 육성 정책에도 의지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전시=박성효 대전시장은 지난해 선거 당시 ‘미래산업 공단’ 조성, 엑스포과학공원 무료 개방, 자기부상열차 실용화시범사업 유치 등을 주된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덕특구 내 산업용지(70만평)와 대전 서구 평촌동 일원(45만평) 등 총 100만평을 미래산업 공단으로 조성하겠다는 공약은 현재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최근 정부와 협의를 통해 대덕특구 1·2단계 172만 평에 걸쳐 66만평의 산업단지를 조성키로 사실상 확정하면서 특구 조기 개발에 따른 기대감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평촌동 일대는 지난 1년여간 자생적인 제조업 기업 밀집 지역으로 형성돼 산업단지 조성을 위한 새로운 대체 부지를 찾고 있다.
대전의 대표적인 과학테마공원인 엑스포과학공원은 지난해 10월부터 입장료가 폐지돼 시민에게 무료로 개방 운영 중이다. 공원을 시민의 품으로 돌려주겠다던 공약을 지킨 셈이다.
자기부상열차 실용화 시범사업 유치 공약은 시범노선을 당초 대전역―행정중심복합도시-청주 구간에서 엑스포과학공원―대전 유성구 전민동 구간으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최근 유치제안서를 정부측에 제출한 데 이어 지난 13일에는 시범노선 대전유치를 위한 시민결의대회 및 시민 대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해 시범 사업 유치에 대한 강한 의욕을 보이고 있다.
◇부산시=허남식 부산시장이 재선과 함께 가장 먼저 중점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부산경제진흥원 설립 사업은 난항에 부딪혔다.
지방선거 당시 대표적인 경제산업분야 공약이었던 부산경제진흥원 설립은 부산테크노파크와 부산정보산업진흥원 등 5개 지역산업 및 지역기업 지원기관의 중복 기능을 조정해 부산경제진흥원 내 사업본부 형태로 재편하는 것으로 지원기관의 업무 중복, 활동의 비효율성 등과 이로 인한 예산 낭비를 막고 궁극적으로는 ‘통합 지원체제 구축’이 목적이다.
그러나 지난해 부산경제진흥원 설립 관련 TF가 구성되는 등 발빠른 행보 속에 올 초 통합의 밑그림이 그려지는듯 했으나 최근 다시 표류하기 시작했다. 산업자원부·정보통신부·중소기업청 관련 3개 부서가 어렵다는 의사를 나타내고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정부가 올해 초까지 통합 대상기관의 설립 목적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통합을 반대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가 최근 갑자기 방향을 바꾼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는 이에 따라 경제통합기관의 경우 시장의 주요 공약사항이고 지역산업 육성에 있어서 지방정부의 책임과 권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설득해 나갈 계획이다.<전국팀>
◆기고: 지역혁신정책 자립 질적인 변화 모색을
-박종구 과학기술혁신본부장 jongkoo@most.go.kr
참여정부 출범과 함께 추진된 주요 국정과제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이 국가균형발전정책이다. 그 전까지 진행되었던 정책이 단순히 지역 인프라 육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은 ‘지역혁신을 통한 자립형 지방화 실현’에 역점을 두었다는 데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참여정부는 출범 당시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40%를 지방에 투자하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바 있으며 올해 기준으로 39.8%의 비율을 달성했다. 이는 지난 2003년 지방 연구개발 예산 비중이 27%였던 점을 감안한다면 괄목할 만한 성장이다. 또한 과학기술에 대한 지방 자체의 투자도 크게 늘어서, 지자체 총예산에서 차지하는 과학기술관련 예산비중은 2001년 0.8%(3749억원)에서 2005년 2.1%(1조3642억원)로 확대됐다. 지역기술혁신거점도 전체 422개 중 253개(전체의 59.9%)가 지방에 설치됐다.
그러나 이러한 성장에도 진정한 지역혁신발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국가균형발전은 주체인 지방의 주도와 적극적 참여를 토대로 이뤄져야 함에도 여전히 중앙정부 주도로 대부분의 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연구개발사업의 대부분이 국비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역발전사업이 중앙정부 주도로 추진되는 경우 해당 지역의 특수한 실정과 수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결과적으로 사업의 효율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올해는 지역혁신정책의 자립도 제고를 도모하고 성과 창출에 박차를 가하는 데 초점을 둘 방침이다. 먼저 그간 확충된 투자를 바탕으로 양적 성장에서 성과 위주의 질적 수준 제고에 초점을 맞춘 ‘제3차 지방과학기술진흥종합계획(2008∼2012)을 올해 내 수립할 예정이다.
아울러 지난해 말 수립한 ‘지방R&D사업 효율성 제고방안’을 통해 지방 연구개발 사업의 특성화 및 균형발전도 제고를 추진할 것이다. 이 방안은 지역 내 연구개발 사업을 총괄하는 ‘지역R&D 전담추진기구’의 설치를 비롯한 지방화시대에 대비해 지방 연구개발 사업의 추진체계 및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담고 있다.
‘지역R&D 전담추진기구’는 올해 1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단계적으로 16개 시·도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제까지 지역혁신정책의 성과도 있었지만 해결해야 할 숙제가 산적한 것도 사실이다. 더구나 투입 위주의 양적인 성장에서 성과중심의 질적인 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는 과거의 관행과는 구별되는 새로운 자세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모두에게 요구된다. 이런 의미에서 진정한 지역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