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단의 순간들](2)김은종 유비컴 대표이사(2)

 2006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 동남아 최초의 CDMA 단말기 회사 ‘아이큐링크스’를 설립했다. 그해 7월 퀄컴이 공식 투자사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퀄컴 부사장, 합작사 파트너 사장, 필자, 베트남 전력공사(EVN) 부사장.
2006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 동남아 최초의 CDMA 단말기 회사 ‘아이큐링크스’를 설립했다. 그해 7월 퀄컴이 공식 투자사로 참여했다. 왼쪽부터 퀄컴 부사장, 합작사 파트너 사장, 필자, 베트남 전력공사(EVN) 부사장.

② 세계 최초 듀얼모드 단말기로 3년 연속 시장점유율 1위 실현 

 유비컴은 2002년 설립 이래로 줄곧 CDMA450이라는 한우물을 파왔다. 그 결과 2004년 독자 브랜드로 CDMA450 단말기를 첫 출시한 이래 지속적으로 450 최초 EVDO 단말기, PCMCIA 타입의 EVDO 카드 등 시장을 선도해 왔으며, 현재는 10여개 국가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시장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CDMA 사업자의 가장 큰 숙원이었던 글로벌 로밍을 지원하는 듀얼모드 단말기를 개발키로 결정한 것이 2006년 초 무렵이었다. 2005년 말 CDMA450 사업자 중 메이저인 러시아 사업자 스카이링크의 사장이 직접 필자에게 전화를 해 이를 위한 협의를 하자고 모스크바로 초대한 것이다.

 그 자리는 유비컴이 개발한 단말기에 의해 세계 최초 CDMA450 기반 3G 서비스 개시를 축하하는 마당이었다. 그 자리에서 스카이링크 사장은 이제 3G를 유비컴 덕에 개시하게 되었으니, 내친김에 CDMA450 사업자의 최대 숙원 중 하나인 글로벌 로밍폰을 공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사실 필자 역시 이 문제에 대해 여러가지로 고민해 오고 있었다. 노키아나 삼성과 같은 거대 기업들이 적극적으로 대응해 주지 않은 현실의 벽 앞에서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하고 주저앉아 있는 상황이었다. 이처럼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난감한 상황이라 중소기업으로서는 엄청난 리스크를 안고 도전해야 했고, 만약 실패하면 회사가 주저앉는 상황에 이를 수도 있는 엄청난 결정이었다.

 또 기존 주류 시장이던 CDMA 800㎒ 대역이 아닌 450㎒ 대역을 지원하는 듀얼모드 단말기를 개발한다는 것에 핵심 칩세트 및 SW 제공 회사인 퀄컴조차 회의적이었고, 회사 내 엔지니어들은 물론 일부 임원진 조차 성공 가능성에 회의적인 상황이었다.

 그러나, 그동안 세계 최초 PTT(무전기와 유사한 다자 통화 기능) 단말기, 세계 최초 EVDO 단말기 등을 CDMA450 시장의 주요 고객인 러시아, 베트남, 루마니아에 공급하면서 쌓은 기술 선도기업으로서의 이미지와 고객의 요구에 부응해 고객과 함께 새로운 시장을 열어나간다는 유비컴의 도전 의식이 여기에서 다시 한번 빛을 발하게 된다.

 50여명이 넘는 개발 인력을 과감히 투입하고, 최고 속도 2.4Mbps의 무선인터넷 서비스를 지원하는 3G 기반의 EVDO 방식, 고가의 GSM 단말기에 필적하는 슬림한 사이즈, 고급스런 블랙 컬러의 외관에 200만 화소 카메라를 장착하고, 두가지 안테나를 모두 내장하는 등 최고 수준의 기능을 갖추고자 불철주야 노력했다.

 마침내 개발을 시작한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주위 경쟁업체, 해당 통신사업자, 투자사 및 종업원들까지도 반신반의하는 상황에서 2006년 11월에 첫 선적을 한 이후 드디어 올해 초부터 러시아 시장에 판매됐다. 지난 3월 모스크바 현지에서 진행된 사업자의 신제품 출시 기념식에 참석했을 당시 러시아 TV 및 신문 광고에 유비컴의 듀얼모드 제품이 광고되는 것을 보았을 때 가슴 한켠이 뿌듯해지는 감동을 느꼈다.

 이후 세계 각지의 바이어로부터 제품에 대한 문의와 구매 상담이 끊이지 않고 들어오는 가운데, 최근 멕시코에서 열린 중남미 지역 CDMA 연례 콘퍼런스에 단말기 회사로는 유일하게 유비컴이 초청되어 직접 연설을 하는 영광도 얻게 되었다.

 필자는 직원들에게 ‘단순히 단말기 개발, 제조사의 관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사업 기회의 공동 설계자’로서 고객들과 함께 호흡하고 고민하라고 말해주곤 한다. 그것이 바로 필자가 믿는 유비컴의 ‘성장 DNA’라 믿는 것이다. 필자는 유비컴이라는 회사를 ‘CDMA 단말기’라는 좁은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니라 지도도 없이 신대륙을 찾아 간난신고(艱難辛苦) 끝에 새로운 시대를 열어낸 콜럼버스 정신을 담은 ‘메이플라워’라 부르고 싶다.

 ejkim@ubiqu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