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침해한 장비만 써도 소송"

미국 퀄컴과 브로드컴의 특허분쟁이 우리나라 휴대폰 수출의 발목을 잡는 사태로까지 번지면서 특허가 기업의 사활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라는 인식이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기업은 연간 수백억원의 특허수익을 거두면서, 또 연평균 40∼50건의 소송에 수백억원의 비용을 들여 특허 전쟁을 치르고 있다. 전문가도 없고 자금 여력이 없는 중소 기업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지적재산권(IPR) 시한폭탄을 안고 있는 상황이다.

 특허는 무형의 자산, 미래의 먹거리가 될 수도 있지만 예고 없이 공격하는 잠재된 폭탄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책 마련의 시급함이 더한다.

 ◇고도화되는 특허 분쟁=삼성전자는 최근 한 외국의 반도체 장비업체로부터 특허 침해로 피소 당했다. 반도체 장비를 만들지 않는 삼성전자가 이 같은 소송을 당한 데에는 해당 업체의 특허를 침해한 경쟁사의 장비를 썼다는 이유다. 이 업체는 나아가 그 장비로 만든 삼성전자의 반도체도 수출하지 못하게 해달라고 법원에 요구했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전 세계에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신종 업종이 바로 특허전문회사(Patent troll)다. 다양한 특허권자로부터 특허를 매집해 각국을 돌며 해당 특허를 침해한 업체를 찾아내 배상을 받아내는 것이 전문인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특허 피소 중 상당수도 이 같은 경우며, 지난 몇 년간 중소 GSM 휴대폰 수출업체를 끈질기게 괴롭혀온 인터디지털도 비슷한 성격의 기업이다.

 ◇삼성·LG 상호특허 공유 확대=삼성전자와 LG전자는 최근 국내외에서 특허 및 법률 전문가를 영입해 자체 특허팀을 대폭 보강했다. 삼성전자는 김광호 특허담당최고책임자(CPO)를 기술총괄(CTO)실 산하로 이관하고 지적재산법무그룹 등을 신설했다. LG전자도 특허센터(센터장 이정환 부사장)를 중심으로 국내외 특허 분쟁에 대응 중이다. 특히 대기업은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국내외 업체들과 상호 특허공유(크로스 라이선스)를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가 MS와 포괄적 특허 협정을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해외 유명 특허 풀(pool)에 가입해 상호 공유할 수 있는 특허도 찾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술개발 강화. 사내 인력 중 특허권자에게는 장려금을 지급하는 등 독려하고 있다.

 이동근 삼성전자 IP전략팀 수석은 “특허 출원수는 삼성전자가 IBM에 맞먹을 정도로 많지만, 원천 특허나 수익을 내는 특허가 아직 적다”면서 “그동안 출원한 특허가 본격적인 효력을 발휘하는 2012년께는 특허수지의 흑자 전환도 노려볼 만하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