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 연극무대에 있는 배우와 김포의 가정집을 실시간으로 연결해 연극을 연출한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문화기술대학원과 고양 아람누리가 공동제작한 국내 최초의 디지털 연극 ‘신타지아(Syntasia)’는 네트워크 기술을 이용해 연극의 속성인 공간의 제약을 뛰어 넘는 시도를 한다. 무대 밖에 있는 일반인이 웹캠과 마이크가 달린 노트북 화면에 비치는 무대와 배우의 연기를 보면서 반응하면 인터넷 망을 타고 연극무대의 스크린에 반영된다.
백남준이 TV속에 미리 정해진 비디오를 채워넣어 움직이게 했다면 이 연극은 한술 더떠 실시간으로 디지털기기에 접속한 외부 관람객을 연극무대상의 대형 스크린에 참여토록 유도한 디지털 연극이다.
연출을 맡고 있는 구본철 KAIST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인터넷 망이 연결된 곳이라면 종로나 이대 앞 거리 세계 어느 곳에서든 연극에 참여가 가능해 시공을 초월해 연극 배경 장면을 매번 다르게 연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신타지아는 융합을 뜻하는 ‘신서시스(Synthesis)’와 환상이란 뜻의 ‘판타지아(Fantasia)’의 합성어로 ‘불멸의 이순신’을 쓴 김탁환 교수가 원작 시나리오를 썼다.
‘어느 날 디지털 문명을 잃어버린 소녀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간다’는 내용을 담은 다소 난해한 이 연극은 모션 캡처를 이용한 영상, 객석마다 다른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지향성 스피커, 4D 아트 등 모든 요소에 디지털 기술을 접목했다. 오케스트라 피트처럼 만들어진 장소에는 악기 대신 15대의 노트북이 놓여져 있고 악단 대신 연구원들이 컴퓨터로 모든 무대 상황을 연출한다.
이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이 네트워크 기술을 활용한 연출. 연극 무대와 멀리 떨어진 장소에 있는 사람을 연극무대로 끌어들이는 것 외에도 관객이 휴대폰을 이용해 연극의 한 부분을 완성하는 장면도 있다.
마법사가 각 개인의 지혜를 모은다는 대목에서는 무대 양 옆에 설치된 스크린에 전화번호와 퍼즐 모양이 뜨면 관객은 스크린에 뜬 전화번호를 누른 후 퍼즐에 있는 숫자를 입력해야 한다. 선착순 24명이 동일한 숫자를 입력하면 퍼즐이 완성되고 이로써 연극의 한 장면을 관객과 배우가 협동해 만들어낸다. 이런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 신타지아의 무대에만 24개의 전화회선과 7개의 인터넷 전용선을 특별히 설치했다.
구본철 교수는 “관객에게는 디지털로도 무대에서 이런 연출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고, 기술자들에게는 보이는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숙제를 주고 싶었다”며 디지털 연극 ‘신타지아’의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신타지아는 23일부터 다음달 7월 15일까지 3주간 고양아람누리극장 내 디지털 실험 극장인 새라새 극장에서 상연된다.
이수운기자@전자신문, 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