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 경제 한파가 몰아쳤던 지난 98년, 이름도 생소한 중소기업이 제조 기술력 하나만 믿고 자체 브랜드로 대기업에 겁없이 도전장을 던졌다.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았던 이 기업은 그로부터 9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 주부들에게 가장 친근한 가전 브랜드로 확고히 자리잡았다.
바로 ‘밥솥하면 쿠쿠’라는 등식을 만든 쿠쿠홈시스(대표 구본학)가 의지의 주인공이다. 단일 가전 품목인 ‘전기밥솥’으로 국내 시장 점유율 70%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유지하고 있는 쿠쿠홈시스는 밥솥 전문 기업을 넘어 필립스전자나 테팔처럼 세계 무대를 누비는 종합 생활가전 전문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술력·고객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룬 ‘쿠쿠’ 신화=지난 1978년 ‘성광전자’로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쿠쿠홈시스는 대기업 OEM으로 밥솥을 개발해오다 20년간 축적해온 기술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98년 자체 브랜드 ‘쿠쿠’를 선보였다.
당시 중소기업이 자체 브랜드로 제품을 출시하고 대기업과의 경쟁을 불사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라는 시각도 없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인의 밥맛에 관한 기술력 만큼은 누구보다 자신이 있었던 쿠쿠는 브랜드 인지도만 획득하면 시장에서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적중했다.
중소기업으로는 드물게 파격적이고 전략적인 마케팅과 소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강화로 쿠쿠 브랜드를 알리는데 주력한 결과 ‘쿠쿠’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한 지 불과 1년 만에 시장 1위로 등극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3000억원, 지난 3월 누적 판매량 1400만대를 돌파하며 밥솥업계 부동의 1위를 고수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은 밥솥 종주국 일본과 대기업과의 경쟁에서도 이길 수 있었던 최고의 기술력이다.
‘밥맛은 기술과의 싸움’이라는 신념 아래 ‘최초’ ‘최고’의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이 회사의 변하지 않는 목표이다.
세계 최초로 선보인 천연곱돌IH전기압력밥솥 ‘일품석’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밥맛’을 실현했다는 소비자들의 찬사를 들으며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인 프리미엄 IH 밥솥 전성 시대를 열었다.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이를 제품에 적극 반영하는 것도 핵심 경쟁력이다.
디자인 혁신을 통해 제품 작동을 위해 허리를 굽혀야 하는 불편함을 해소한 ‘탑 컨트롤 에디션’ 제품이나 증기가 조용하게 배출되도록 한 ‘소프트 스팀캡’, 한번 취사로 2종류의 밥을 지을 수 있는 ‘쿠쿠나누미’ 등은 모두 고객의 아이디어가 빛나는 제품들이다.
◇밥솥 종주국 넘어 글로벌 쿠쿠로=쿠쿠홈시스는 국내 최초로 밥솥 종주국인 일본에 자체 브랜드를 달고 역수출에 성공한 사례로도 유명하다.
지난 2002년부터 일본 수출을 본격화한 이래 현재 미주, 일본, 중국, 러시아, 베트남 등 26개국으로 제품을 수출 중이다.
올해는 수출 1500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적극적인 세계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중국, 미국, 러시아를 거점화하고 남유럽 시장 확대에 힘쓰는 한편 지역화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 개발로 글로벌 ‘쿠쿠’로 도약한다는 전략이다.
지역별로는 특히 거대 시장인 중국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시장은 2003년 ‘청도복고전자’라는 이름으로 첫 생산공장과 생산법인을 설립한 이후 2005년 직영AS센터를 오픈했다. 현재 20개의 AS센터를 운영 중이며 점차 그 숫자를 확충해 나가고 있다.
2005년 9월 상해사무소에 이어 2006년 5월에는 북경사무소를 오픈했다.
하반기에는 동북지역을 대상으로 한 지상파 광고를 시작으로 다양한 전시회 참여와 기존 270여개 매장을 확대함으로써 중국에서도 제 2의 쿠쿠 성공 신화를 이어나간다는 목표이다.
◇프리미엄 종합생활가전 도약=쿠쿠홈시스는 지난해 말 구자신 회장이 구본학 신임 사장에게 경영을 맡기면서 새로운 도약을 위한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지난 2001년 가습기를 처음 선보인 후 쿠쿠홈시스는 밥솥 외에도 ‘리오트’라는 프리미엄 생활가전 브랜드를 육성한다는 방침 아래 사업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특히 올해는 가습기, 청소기 등 ‘리오트’ 브랜드 제품의 인지도와 소비자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 활동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밥솥, 가습기, 전기그릴, 전기주전자 등 사용자의 반응이 큰 제품을 기반으로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끌고 갈 경쟁력 있는 아이템을 만드는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통해 올해 리오트 브랜드 제품군 매출을 전체 매출액의 10% 정도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구본학 대표는 “단일제품으로 회사를 키워간다는 것은 성장의 한계가 있다. 대신 프리미엄 시장을 키우고 차별화된 다양한 제품을 라인업 시킨다면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며 “종합생활가전기업을 추구하는 쿠쿠홈시스는 기술 개발 노하우와 철저한 품질검사, 정확한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주방 및 생활가전에서 향후 10년을 이끌어갈 핵심적인 성장동력이 될 아이템을 선별 중”이라고 강조했다.
30년간 밥솥 한 우물을 파온 뚝심의 쿠쿠홈시스가 필립스, 테팔 등 세계적인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날이 머지 않았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
◆인터뷰-구본학 쿠쿠홈시스 사장
“진정으로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드는 기업이라면 어떤 상황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밥솥 시장의 경우 일반밥솥 규모는 줄어들면서도 소비자들의 삶의 질 향상에 따라 프리미엄 밥솥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전망이 밝습니다.”
30대의 젊은 나이에 대한민국 대표 밥솥 기업의 경영을 책임지게 된 구본학(39) 사장의 얼굴에는 패기가 넘친다.
30년간 쌓아온 기술력과 경쟁력 있는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 위한 끊임없는 혁신 노력이 그의 이같은 자신감의 원천이다.
쿠쿠가 수년 째 누구도 넘보기 힘든 밥솥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에 대해 구 사장은 “생활가전 제품 중에서도 밥솥은 고온과 고압을 다루는 고도의 특화된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제품이며 경쟁자들이 쉽게 접근하기 힘든 분야”라며 “쿠쿠의 이 분야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근 외연을 확대중인 소형 생활가전 영역에서도 승산이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구 사장은 “쿠쿠홈시스는 지난 2004년 국내 소형가전 업체로는 처음으로 대형백화점에 독자브랜드로 입점해 외산 소형가전 업체들을 잔뜩 긴장시켰다”며 “국내 대기업과 필립스, 테팔 등 외산 가전들이 주류를 이뤘던 백화점 매장에 중견기업이 입점하게 된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있었으며 쿠쿠홈시스 브랜드 인지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회고했다.
가시적인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생활가전 브랜드 ‘리오트’ 제품군이 꾸준한 인기를 끌면서 올 1분기 ‘리오트’ 만으로 20억원 가량의 실적을 올렸다”며 “특히 가습기는 1분기에만 2만5000대가 팔려나갔다”는게 구 사장의 설명이다.
특히 올해 해외 시장에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쿠쿠의 수출 물량은 현재 총 매출의 10%에도 못 미치지만 밥솥 이용 빈도가 높은 국가를 적극 공략, 글로벌 쿠쿠홈시스로 성장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한다는 전략이다.
구 사장은 “올해는 중국, 미국, 러시아를 거점으로 수출을 늘려나갈 계획”이라며 “무엇보다 각국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제품 개발이 관건”이라고 내다봤다.
전기 그릴 사용이 범용화된 유럽에 지난해 8월부터 수출 중인 쿠쿠 골드 마블 전기그릴이 유럽 현지에서 우수한 그릴의 기준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는 것도 성공 사례 중 하나다.
구 사장은 “하나의 제품이 소비자들에게 인정받고 신뢰받기까지 무던한 노력이 필요하며 중소기업의 경우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하다”며 “후발 중소기업일지라도 기술력을 갖추고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이는데 초점을 맞춘다면 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제2, 제 3의 쿠쿠 신화가 이어지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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