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VC, 한국 철수.. 외산 가전업계 처음으로 법인 폐쇄

 소니·파나소닉과 함께 일본의 대표 가전업체중 하나인 일본빅터(JVC)가 국내 업체들과의 경쟁의 벽을 넘지 못하고 결국 한국법인을 철수하기로 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 가전업체들중 현지법인을 폐쇄하기는 JVC가 처음이다.

 JVC코리아는 24일 한국법인의 영업활동을 이달말로 마감하고 철수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그동안 고객에게 판매한 JVC 제품에 대한 사후서비스(AS)는 국내 영업권을 인수한 카AV 전문유통업체인 (주)더미토가 맡아 내달 1일부터 시행한다.

 JVC의 철수는 삼성전자·LG전자 등 확고히 자리잡은 토종 업체들의 벽을 넘지 못한데다 소니·산요 등 국내에 진출한 일본 가전업체들과의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그 가능성이 예견돼 왔다. 그러나 현지화에 실패, 법인을 폐쇄하는 초유의 상황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 가전업체들과 유통업체들에게 위기감을 더한다.

 마켓 센싱·AS 역부족=JVC는 2000년 10월 국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캠코더와 오디오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워 소형가전, 프로젝션TV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2002년 한일월드컵 당시 스폰서 기업으로 참여하면서 인지도를 높였고 LCD와 PDP TV 등 대형가전 제품도 출시, 공격적 행보를 보였다.

 그러나 대리점 체제를 기반으로 한 국내 업체들의 막강한 유통 장악력과 AS망은 외산 가전이 비집고 들어올 틈새를 주지 않았다. 여기에 1년에 반토막이 나는 주요 전자 제품의 가격 하락 추세를 따라잡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업계에서는 JVC의 직접적인 실패 원인을 주력 제품인 캠코더와 오디오 분야에서도 시장의 변화를 제 때 읽지 못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MP3·UCC 등 디지털 바람이 불면서 한국 수요는 대용량 메모리나 HDD에 기반한 제품군으로 옮겨갔으나 일본 제품을 그대로 가져다 파니 먹힐리가 없었다”고 평가했다.

 위기감 고조되는 일본 가전업체들=소니를 제외한 JVC·파나소닉·도시바·샤프 등 일본 가전업체들은 대부분 1999년 정부의 수입선다변화 해제 이후 한국에 법인을 설립했다. 한국시장이 글로벌 시장의 전초기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많은 공을 들였다. 초기에는 주력 전문 제품을 내세웠지만 품목을 다양화하는데도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공격적 마케팅과 기술 혁신에서 앞선 국내 업체들의 등쌀에 입지를 넓힐 수가 없었다. 때문에 파나소닉은 주력 제품인 AV보다는 안마기 등 생활가전에, 샤프는 TV보다는 공기청정기·전자사전 등으로 매출을 유지해나가는 상황이다. 그나마 소니가 풀HD TV와 캠코더의 호조세로 일본 출신 기업의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추세가 비단 한국에 머무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 가전업체들이 기술 혁신이나 가격 경쟁력 확보, 현지화 등에서 한국업체들에 뒤처지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이 북미 TV시장에서 소니와 샤프를 제치고 1위에 오른 것이 대표적 예다. JVC의 모기업인 마쓰시타는 아예 JVC를 매물로 내놓았다.

 국내 전자업체 한 관계자는 “평판TV를 주력으로 내세운 일본 가전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한국업체들과의 기술 경쟁에서 이기거나 다른 분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