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즈는 한마디로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돼 인체 면역력을 잃어버리는 질병이다. 지난 1980년에 발견된 이후 과학자들은 분자생물학을 활용해 HIV 증식 메커니즘 관한 많은 성과를 거뒀다.
우리 몸은 바이러스나 세균이 들어오면 이들을 퇴치하는 종합적인 면역체계를 즉각 가동하는데, HIV는 이 가운데 하나인 CD4 T세포를 공격한다. HIV는 우선 CD4에 구멍을 뚫고 자신의 RNA를 집어넣은 다음 ‘역전사효소’를 만들어 RNA를 DNA로 변신시킨다. 그런 후에 CD4를 이용해 수백∼수천 개의 HIV로 증식하고 이용가치가 끝난 CD4는 자살유전자를 활성화시켜 스스로 죽게 만든다.
대부분 에이즈 치료약은 RNA를 DNA로 바꾸는 역전사효소의 기능을 억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HIV가 CD4의 DNA에 끼어들어가는 과정을 막는 것이다. 역전사효소는 사람에게 필요없는 효소이기 때문에 부작용이 없어 더 효과적이다. 현재 역전사효소를 억제하는 약이 약 10가지 나와 있다. 이 중 3∼4가지 약을 한꺼번에 먹게 하는 ‘칵테일 요법’이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13개 연구팀이 1만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임상실험에서 칵테일 요법으로 치료받은 사람은 3년 내 에이즈 말기상태에 이르는 확률이 3.4%에 불과했다. 치료받지 않은 사람의 50%가 말기상태에 이르거나 숨진 것과 비교할 때 놀라운 수치다. HIV의 증식 과정이 거의 알려진 만큼, 앞으로 부작용이 적고 치료 효과는 더 높은 치료제가 계속 개발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