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회사 지분을 인수한다고? 그게 말이나 됩니까?”
말 그대로 ‘말도 안 되는 일’만을 전담하는 ‘한국벤처자산관리유한회사’가 25일 출범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한국벤처투자·한국산업은행이 공동으로 설립한 이 회사는 벤처캐피털, 넓게는 벤처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세워졌다.
업계는 벤처패자부활제에 이은 민관 공동의 제2 야심 프로젝트라는 평가다. 벤처패자부활제가 벤처의 회생을 돕기 위한 것이라면 벤처자산관리회사는 몇 건의 부실투자로 시름시름 앓고 있는 벤처캐피털을 돕기 위한 취지다.
◇왜 만들었나=벤처기업이 생존할 확률을 3%에서 많게는 10% 정도로 본다. 10곳 중 1곳 미만이 살아남는 셈. 벤처캐피털이 이 1곳을 찾기란 여간 어렵지 않다. 자연스럽게 부실자산이 쌓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벤처캐피털은 이들 부실자산을 세법상 비용으로 인정받지 못해 떠안는 실정이다. 이는 대외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펀드결성 등 투자활동에도 저해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번에 설립하는 한국벤처자산관리는 벤처캐피털이 안고 있는 부실자산을 인수해 대신 정리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어떤 곳을 인수하나= ‘확실히’ 망한 회사만을 인수하게 된다. 투자자(벤처캐피털) 입장에서 볼때 조금이라도 회생가능성이 있으면 매각시장에 내놓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회생 가능성이 있는 회사 지분의 경우는 이를 전담으로 인수하는 ‘세컨더리 펀드’가 여럿 결성돼 있어, 활발히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부실자산처리 회사 인수가격을 일괄 1000원으로 산정키로 한 것도 회생불능 회사만을 인수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벤처캐피털업체의 한 관계자는 “만약 넘긴 후 운 좋게 살아남으면 그것도 골치”라며 “도저히 회생이 불가능한 곳만을 넘기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대 효과는=버블을 거친 후 벤처캐피털업계의 가장 큰 고충 가운데 하나는 부실자산 처리 문제다. 이는 재무 건전성에 오점으로 작용해 펀드 출자자 유치에도 부담이 됐다. 벤처자산관리회사의 대표를 맡은 김형수 벤처캐피탈협회 이사는 “끊임없이 고민했던 업계의 숙제가 해결됐다”고 평가하며 “부실자산 매각과정에서의 신뢰성 및 투명성이 확보돼 투자유치가 용이해 질 것이며 이는 벤처투자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부실 우려로 몸을 사려왔던 벤처캐피털업계가 좀더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데도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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