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탁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가전 업계의 기술 혁신 노력이 다시 세탁조에 쏠렸다. 90년대 통돌이·봉돌이로 대변되는 세탁조 회전 방식이 기술력 우위를 가리는 논쟁의 쟁점이었다면, 드럼세탁기가 주류가 된 2000년대는 드럼 세탁조의 효과적인 설계가 기술 혁신의 포인트가 됐다.
삼성전자가 이달부터 출시하는 신형 드럼세탁기의 경우 다소 큼직한 다이아몬드 무늬의 홈과 세탁 용수를 배출하는 작은 구멍이 반복적으로 새겨진 세탁조를 볼 수가 있다. 일명 다이아몬드 드럼. 세탁조 내부를 편편한 철제 판이 아닌 오목볼록한 다이아몬드 형상으로 설계한 것이 특징이다.
다이아몬드 홈을 적용하면 세탁수가 섬유를 따라 흐르는 이동 경로가 확장되고 마찰 면적도 늘어나면서 세탁 효과가 향상된다. 즉, 세탁이나 헹굼 과정에서 세탁수가 다이아몬드의 각도에 따라 순환·분사되면서 옷감 구석구석 물과 세제를 흡수시켜 세탁력을 높이는 원리다.
여기에 물빠짐 구멍의 갯수를 2000여개에서 700여개로, 그 크기를 3.2㎜에서 2.4㎜로 축소한데도 숨은 비밀이 있다. 탈수시 발생하는 원심력에 의해 옷감이 배수홀 사이로 밀려나가면서 금속 표면과 마찰해 손상을 입게 되는 것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는 또 세탁이나 헹굼 과정에서 세탁수가 드럼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줘 물 사용량을 25%나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삼성전자 세탁기 연구개발팀 김형근 상무는 “세탁력 향상이 꼭 모터 기술 혁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 세탁조 설계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다이아몬드 드럼은 세탁력 향상 뿐만 아니라 전력 소비와 물 사용량, 나아가 세탁 시간까지 줄이는 1석 4조의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