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삼성과 인화의 LG”
지난 수십년간 삼성과 LG의 이미지로 굳어진 이 말이 근래 들어 기자에게는 새삼 다르게 와닿는다. 삼성의 관리 마인드가 단적으로 표출되는 사례는 서슬퍼런 내부 ‘감사’다. 삼성전자 정보통신총괄은 최근 신임 최지성 사장의 요청에 의해 전례 없는 경영진단(감사)을 받으면서 내부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다. 스스로 더 잘해보자는 뜻이려니 해도 밖에서 보는 시각은 다르다. 감사기간에 새로운 사업개발은 ‘올 스톱’이라 수많은 거래 협력사도 함께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감사 여파로 인해 해당 사업조직의 어느 누구도 신규 아이템 개발에는 선뜻 나서지 못한다. 아이러니한 대목은 지난해 이후 삼성그룹의 최대 경영화두가 관리와는 정면 배치되는 ‘창조경영’이라는 점이다. “지난 수십년간 삼성을 끌어왔던 노하우가 관리였지만, 이제는 발목을 잡고 있다”는 삼성 내부 관계자의 조심스러운 언급은 관리와 창조의 관계에 대한 의문처럼 들린다.
LG전자는 올해 들어 남용 부회장 취임 후 사람냄새(인화)가 완전히 사라져버린 느낌이다. 경영혁신을 기치로 내건 뒤 사람의 개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던 본사 인력의 현장 재배치는 직원들에게 충격으로까지 다가왔고 지금도 계속되는 변화에 어수선하다.
남 부회장이 독려하는 소위 ‘일잘법(일 잘하는 법)’은 하루 업무시간을 15분 단위로 쪼개 업무 생산성을 극대화하자는 것이지만 직원들로선 피곤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주 경기도 평택 사업장에서 이 회사 DM사업본부가 개최한 ‘낭비제거 골든벨 대회’는 일견 애처롭게까지 느껴진다. “제조업의 속성상 3만명 직원들의 로열티(충성도)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저력”이라는 LG전자 관계자의 말이 공감가는 이유다.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속에 관리의 삼성과 인화의 LG가 어떻게 바뀔지 계속 눈길을 주게 되는 배경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