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총액 100조원을 돌파한 국내 코스닥 시장. 이 시장을 움직이는 자본의 뿌리는 어디일까. 본지 탐사기획팀은 언론사 처음으로 올 4월 공시된 지난해 연말 결산 보고서를 기준으로 코스닥 시장 내 IT업종으로 분류되는 508개 기업의 자본 구성에 대한 조사를 했다.
◇개미군단이 주도하는 코스닥 시장=‘큰손 없는 코스닥 시장’. 대한민국 코스닥 시장을 한마디로 압축한 말이다. ‘기관이나 펀드가 빠져나간 코스닥 시장’이란 말 역시 이번 조사를 통해 현실로 드러났다. 우선 조사 대상 508개 IT기업의 소액주주의 평균 비중은 48.96%로 나타났다. 즉, 개별 기업의 절반 가까운 자본이 소위 개미군단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얘기다. 경영권 보호를 위한 대주주 및 우호지분의 수준이 30%대라는 점을 감안할 때 사실상 코스닥 IT업종의 대부분 기업은 소액 주주 없이는 운영이 될 수 없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하다.
특히 소액주주의 구성비가 50∼59%를 차지하는 기업은 122개, 40∼49% 정도를 차지하는 기업은 102개로 조사됐다. 전체 508개 기업 중 절반 가까운 44%에 해당되는 224개 기업이 소액주주 비율의 평균값을 전후로 한 소액주주로 구성돼 있다는 점에서 평균값의 함정 없이 소액주주 중심의 시장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50% 이상의 소액주주로 구성된 기업은 248개사로 49%를 차지했으며, 60% 이상의 소액주주가 있는 기업 역시 126개에 달했다.
◇엔터테인먼트·바이오, 개미도 인기업종을 찾는다=시장에서 분류하는 IT업종의 세분류인 18개 업종별 소액주주의 분포에서는 지난해 시장을 주도한 업종들을 그대로 보여줬다. 전체 평균값(48.96%)을 웃도는 대표 업종은 △통신방송장비(51.4%) △컴퓨터주변기기·SW(53.9%) △바이오(63.8%) △가전(57.7%) △컨버전스 단말(51.3%) △엔터테인먼트(55%) △시설 설비(52.3%) 분야 등으로 나타났다. 이 중 바이오를 비롯, 신규 통신 서비스나 IPTV 등 새로운 컨버전스 서비스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반영됐음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소액주주 비중이 30%대로 다소 낮은 지표를 나타낸 업종은 △방송 미디어(35.5%) △SI(39.7%) △재료 및 소재(30%) 분야로 이들 기업은 대기업 계열사거나 전통적으로 대기업 자본이 주도하는 업종이라는 특수성이 반영돼 소액주주가 ‘낄 자리’가 그만큼 낮은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불안의 요인으로 볼 것인가=지난해 코스피 상장 기업의 지분 구조 중 유가증권의 개인 지분은 22%로 코스닥에 비해 3분의 1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나 기관이 4%, 21%를 차지하는데 코스닥은 한참 뒤처진다는 점이다. 외국인 지분 역시 35%대 15%로 절반 수준이다. 최근 거래금액 기준 코스닥에서 개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90.29%를 차지하는데 코스피는 60.3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경우 코스닥은 5.18%, 코스피는 20.95%, 기관계는 코스닥이 3.47%인데 코스피는 15.84%를 차지한다. 개미군단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박현철 메리츠증권 펀드 담당 연구원은 “소액주주 비중을 시장의 안정성 여부와 직접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며 “더군다나 펀드는 성격상 시가 총액이 큰 곳으로 몰릴 수밖에 없는 성격 때문에 코스닥 시장에 펀드 비중이 낮은 현상은 중소형주가 밀집한 코스닥 시장 특성에 기인하는 것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나머지 지분 구조의 특성과의 관계다. 이번 조사에서도 기관이나 펀드(내·외) 비중이 절대적으로 약하다는 점이 드러났다. ‘큰손’으로 불리는 기관들이 시장을 외면한다는 것은 코스닥 내 IT기업의 수익률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남기찬 서강대 경영대학 교수는 “개인 비중이 크다는 것보다 기관 비율이 절대적으로 낮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특히 소액주주의 비중이 큰 기업 중 1대 주주의 비중이 다시 높다면 이 기업은 투명성 측면에서 문제점이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분석은 소액의 비중이 크다고는 하나, 코스닥 시장을 상위 몇 개 기업이 주도한다고 볼 때 사실상 시장이 활황이 돼도 전체 개미군단에 돌아가는 수혜는 적다고 볼 수도 있다. 실제 작년 말 시가총액 기준 상위 20대 IT기업 중 NHN·LG텔레콤·하나로텔레콤의 비중이 30% 가까이 차지하고 반대로 하위 20대 기업들의 비중은 거의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탐사기획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sh@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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