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이슈 진단]요동치는 IT기업 순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글로벌 기업 주요 순위

 세계적인 권위지들이 발표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순위가 요동치고 있다. 지난해까지 순위에 없었던 기업이 급부상한 반면, 몇몇 대기업들이 열외로 빠지는 치욕을 겪었다. 무엇보다 올해는 국내 기업의 약진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최근 발표한 비즈니스위크의 IT 100대 기업(2007)을 비롯한 포천 500대 기업(2007),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2006), 파이낸셜타임스 톱 브랜드 100대 기업(2007), 파이낸셜타임스 글로벌 500대 기업(2006) 등 기업 순위 최신 발표 자료를 분석, 전 세계 IT 흐름을 누가 주도하고 있는지 공통분모를 찾아봤다.

 ◇닷컴이 ‘스타’=매출에서는 ‘공룡’ 통신 기업과 컴퓨팅 기업에 훨씬 못 미치는 닷컴 기업들이 미래 가치를 나타내는 주요 지표에서는 1위 자리를 독식했다.

웹1.0의 상징인 아마존이 비즈니스위크가 선정한 IT 100대 기업 수위에 오른 것을 비롯해 웹2.0 대명사인 구글은 포천 선정 ‘가장 일하기 좋은 기업(2007)’ 1위, 파이낸셜타임스 선정 전 세계 브랜드파워(2007) 1위에 올랐다. 이는 스타 반열에 오른 닷컴 기업이 IT 시장의 크고 작은 이슈를 주도하면서 우수 인재도 끌어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매출 측면에선 전통적인 IT기업들이 포진하고 있다. 지멘스가 1134억7380만달러로 1위다. HP와 IBM이 각각 970억과 920억달러로 2, 3위를 달리고 있다. 버라이즌· AT&T·텔레포니카·도시바·노키아 등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름값 못한 대기업=델·인텔·모토로라·스프린트넥스텔·SAP 등은 비즈니스위크 순위에선 ‘열외’를 당했거나, 포천 500대 기업 순위가 하락했다. 지난해 비즈니스위크 순위에선 15위를 기록했던 델은 올해는 아예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포천 500대 기업 순위에서도 지난해 25위에서 올해 34위로 하락했다. HP에 빼앗긴 전 세계 PC 1위 신화 명성을 되찾아 오는 것이 CEO로 복귀한 마이클 델 창업자의 당면 과제라는 지적이다.

 모토로라는 포천 500대 기업에서는 지난해 54위에서 올해 52위로 2계단 올라갔다. 하지만, 비즈니스위크 100대 IT기업에는 이름을 못 올렸다. 이 잡지는 모토로라에 대해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레이저’ 후속 모델이 없고 이익은 48%나 줄었다면서 에드 젠더 현 CEO에 대한 혹평도 감추지 않았다.

 스프린트넥스텔도 비즈니스위크 순위권에 들지 못했다. 최대 라이벌 싱귤러와 버라이즌에 맞서 넥스텔을 인수했던 스프린트가 오히려 가입자를 빼앗긴 것이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인텔은 포천 500대 기업 순위가 지난해 49위에서 올해 62위로 크게 하락했다. 지난해 AMD와의 끝없는 단가 경쟁을 벌인 탓이다.

 ◇한국, 선수 층이 너무 얇다=우리나라 국가대표 선수는 IT기업이다. 그런데 이번 기업 순위를 분석해보면 국가대표급 선수 층이 두텁지 않다는 지적이 절로 나온다. 이러한 약점은 삼성 등 스타급 선수들이 주춤하는 순간 고스란히 노출된다.

 비즈니스위크 100대 IT기업 중 대만 기업이 14개, 일본 기업은 8개다. 인도와 홍콩도 각각 6개, 3개 기업을 순위에 올렸다. 우리나라는 하이닉스 1곳만 리스트에 포함됐다.

 2003년 삼성전자(3위) 등 4개 기업, 2004년 LG전자(1위) 등 3개 기업, 2005년에는 LG전자(3위) 등 5개 기업이 순위에 포함됐던 것과 비교해서도 좋지 못한 성적이다. 파이낸셜타임스가 조사한 브랜드 순위 조사 100위권에도 삼성전자만 올라 있다(44위).

 IT기업을 포함한 전체 기업 순위를 살펴보면 ‘샌드위치 위기론’이 실감난다. 지난해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중 미국이 170개, 일본·중국이 각각 70개와 20개로 한국(17개)보다 많았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etnews.co.kr

 

◆글로벌 기업 순위는 어떻게 매기나

 매년 다양한 글로벌 기업 순위가 발표된다. 그 중에서 가장 권위 있고 많이 인용되는 자료가 파이낸셜타임스의 ‘글로벌 500대 기업’ ‘톱 브랜드 100대 기업’,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일하기 좋은 기업’, 비즈니스위크의 ‘IT 100대 기업’, 인터브랜드의 ‘톱 브랜드 100대 기업’, 포브스의 ‘미국 500대 기업’ 등이다. 발표 순위는 매출·영업이익·브랜드 인지도 등 역점적으로 평가하는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따라서 글로벌 IT기업 순위 자료를 볼 때는 평가 기준을 명확히 알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파이낸셜타임스의 ‘글로벌 500대 기업’은 시가총액 순이지만,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은 매출 순위다. 포천의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은 미국기업 종사자 중 수천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기업 문화와 근무 환경 등을 종합 평가한다. 비즈니스위크의 ‘IT 100대 기업’은 상당히 많은 요소를 고려하기 때문에 가장 역동적인 기업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것으로 주목받는 대신, 매년 기업 순위 변동도 심하다. 비즈니스위크는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로부터 기업 데이터를 넘겨받아 매출액과 매출액 성장률·자기자본이익률(ROE)·주주수익률·순이익 등 5가지를 모두 평가한다. 이밖에 포브스의 ‘미국 500대 기업’은 매출액과 순이익·총자산을 잣대로 사용한다.

◆주목할 만한 기업 10선

바야흐로 글로벌 투자 시대다. 좋은 실적을 올리면서 IT 흐름도 반영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앞서 소개한 각종 기업 순위를 바탕으로 주목할 만한 IT 기업 10선을 정리했다.

 ◇하이닉스=올해 비즈니스위크 선정 100대 기업에 국내 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비즈니스위크는 하이닉스에 대해 세계 2위 메모리 칩 생산업체이자,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업체라고 코멘트를 달았다. 최근 들어 하이닉스가 세계 1위 메모리 생산업체인 삼성전자와 맞경쟁해도 전혀 뒤질 게 없다는 호평을 얻고 있는 것이 사실. 매출은 82억달러 수준.

 ◇리서치인모션(RIM)=미국의 ‘블랙베리’ 열풍을 몰고 온 캐나다 기업 리서치인모션도 기업 평가 순위가 급상승 중이다. 블랙베리 서비스는 첫 발매 후 5년 만에 100만 가입자를 돌파했을 정도로 초반에는 성장 속도가 빠르지 않았으나 최근 2∼3년 간 가입자 수가 급증해 4월 현재 800만명에 이르고 있다. 최근 각종 데이터·음악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매출은 30억달러.

 ◇닌텐도=올해 각종 기업 순위를 모조리 뒤집어 놓을 대표 기업이 바로 닌텐도. 25일 현재 시가총액 기준으로 닌텐도는 6조5600억엔을 기록, 게임업계 터줏대감 소니(6조5000억엔)를 앞질렀다. 소니가 플레이스테이션2로 하드코어 마니아를 상대하느라 지쳐가는 사이, 닌텐도는 쉽고 재미있는 게임, 간편한 조작법으로 게임을 모르던 대중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매출은 82억달러 수준.

 ◇IBM vs HP=컴퓨터 기업의 대명사, IBM과 HP가 숨막힌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100년 동안 컴퓨터 부문 1위를 지켜온 IBM이 수위 자리를 HP에 내줄 것인가. 지난해 포천 500대 기업에서 각각 10위, 11위였던 IBM과 HP의 순위는 HP(14위), IBM(15위)로 뒤바뀌었다. HP가 매출 970억달러를 기록, 매출 927억달러를 기록한 IBM을 넘어섰기 때문. 시가총액과 순이익에서 IBM이 앞선다.

 ◇AT&T vs 버라이즌=컴퓨팅 부문에서 HP와 IBM이 경쟁한다면, 통신 부문에서는 AT&T와 버라이즌의 경쟁으로 압축되고 있다. 넥스텔을 인수했던 스프린트넥스텔은 오히려 가입자를 놓치고 있는 형국이다. AT&T와 버라이즌의 순위도 크게 오르고 있다. 버라이즌은 올해 미국 포천 500대 기업 중 13위를 기록, IT 기업 중 1위를 차지했다. 매출은 버라이즌과 AT&T가 각각 894억9700만달러, 762억6800만달러 수준.

 ◇애플 vs 구글=오랫동안 반 MS 진영을 지켜온 애플과 오픈 소스 진영의 선두주자로 떠오른 구글은 글로벌 뉴스 메이커. 애플은 오는 29일 아이폰을 출시해 또 한번의 도약을 노린다. 구글은 최근 MS의 윈도 비스타가 반독점법에 위반된다고 소송을 내 MS 윈도 비스타를 수정토록 만들었다. MS 오피스에 대항하는 제품도 곧 내놓을 계획. 애플 매출은 215억8600만달러. 구글은 120억1500만달러 수준.

 ◇노키아=노키아의 아성을 누가 무너뜨릴 수 있을까. 휴대폰 기업들이 저마다 수익 악화를 이유로 비명을 지르는 사이에도 노키아는 확실한 원가 경쟁력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매출 규모는 무려 534억3400만달러.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