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끝) 끝없는 도전의 길에 다시 신발끈을 묶으며
필자를 아는 지인들은 필자를 학창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 속에 기어이 1등을 차지하고 말겠다는 집념이 무서운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사회 생활을 하면서도 언제나 새로운 목표에 도전하길 좋아했다.
83년에 현대그룹에 입사한 이후 여러 차례 최연소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게 된 것도 어쩌면 그렇게 몸에 밴 근성 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는 이렇게 스스로 노력하는 것이 다만 개인의 이기적인 목표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내가 먼저 노력해야 남들도 함께 노력하고, 결과적으로 더 큰 그릇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사실 20년간 몸담았던 현대전자가 그룹 해체로 인해 큐리텔로 분사되는 과정에서 창업의 유혹도 많았고, 주위 권유로 남몰래 사업 계획까지 준비한 기억도 있다. 하지만 끝까지 회사를 지키자는 사명감과 주인의식을 가지고 큐리텔을 정상화하는데 노력하면서 느꼈던 보람 역시 말로 표현할 수 없이 큰 것이었다. 그러나 또 다시 팬택에 인수되면서 현대전자 출신의 피점령군과 같은 처지가 되어 어려움을 겪고, 형식상 자진 사퇴를 하였지만 실제로는 눈에 보이지 않는 퇴사 압력에 회사를 나오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그 때가 시련의 시절이긴 했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시련이야말로 필자를 새로운 도전 앞에 분발케 하는 좋은 약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퇴사를 계기로 과감히 창업을 했고, 10여명의 종업원들과 매일 밤을 하얗게 새며, 기술력을 쌓아갔다.
상대적으로 인력 구성이 빈약한 초기여서, 대기업으로부터 개발 용역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퀄컴으로부터 요청받은 차세대 제품 개발을 시작할 때는 내심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직원 1명이 2∼3명 분의 작업 분량을 해내기 위해 밤을 잊고, 일요일마저 사무실로 출근하는 그런 주인의식이 있었기에 오늘의 유비컴을 이루게 되었다. 사실 창업과 기업 성장을 통해 필자 개인이 가장 크게 배운 점이라면 바로 이러한 주인의식으로 뭉친 집단의 힘이었다.
이런 집단을 대표하는 사람으로서 스스로에게 더욱 엄격해져야 함을 늘 마음에 새기려 한다. 창업 초기에는 지금과 달리 해외 출장이 그리 잦지 않았고, 그럴 때면 엔지니어들이 밤을 새는 걸 알면서 먼저 퇴근하는 뒷모습을 보이기 싫어 새벽까지 함께 남아있다가 피로에 지친 직원들에게 생맥주 한잔 사주며 하루를 마무리하곤 했다.
그 때부터 지금까지 특별한 일이 생기지 않는 한 전날의 피로로 아무리 힘들어도, 새벽 5시 30분경이면 어김없이 잠자리에서 일어나 아침 운동을 나간다. 하루의 시작을 쫓기듯이 할 수 없기에 집 근처 대모산 정상까지 근 한시간 반 걸리는 거리를 거침없이 오르곤 한다. 신선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깊은 생각에 잠기는 이 때가 필자에게는 스스로를 벼리는 힘의 원천을 얻는 순간이다.
지난 수년 전 독자 브랜드로 도전한 이래 나 자신과 종업원, 바이어와의 신뢰를 최고로 여기면서 1등 정신을 모토로 회사를 운영해 왔고, 현재 CDMA450 시장에서 1등에 자만하지 않고, 새로운 사업 기회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회사를 세운지 지난 5년간 매년 빼놓지 않고 회사 전 직원들과 함께 한 것이 송년행사다. 그저 연말에 한번씩 갖는 술자리가 아니라, 출근 시간보다 이른 새벽 시간에 다들 모여 청계산 정상을 등반하면서 한 해를 돌아보고, 새해를 힘차게 시작하는 이 행사는 어느새 유비컴의 전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올해 역시 우리는 연말에 청계산 정상을 오를 것이다. 그렇게 매년 성장하는 우리의 모습을 스스로 확인해가면서 첫 등반의 뜨거운 열정을 되새길 것이다. 그렇게 하나가 되어 정상을 향해 묵묵히 정진하는 유비컴 가족의 끝없는 도전에 많은 분들의 관심과 격려가 있기를 이 자리를 빌어 바라는 바이다.
ejkim@ubiqu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