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콘텐츠 시대 新저작권법](하)변화된 신탁관리제도

음원 퍼블리싱 업체에서 일하는 김모 팀장(37)은 29일 시행을 앞둔 개정 저작권법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다. 그의 업무는 음반 제작사가 출시한 음반의 홍보와 온·오프라인 유통 등의 저작권 대행. 이 업무는 현행법은 물론 개정 저작권법에서도 금지하고 있는 ‘포괄적 대리’에 해당한다.

김 팀장의 회사처럼 온라인 및 모바일 음원 유통을 ‘대리중개’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권리자의 모든 저작권 업무를 실질적으로 대행하는 ‘포괄적 대리’업체다. 엄밀히 말하면 불법이다. 하지만 저작권료 관리 업무가 음반 시대의 징수 업무에서 디지털 시대의 콘텐츠 유통으로 바뀌면서 음원 유통 업체의 역할도 커졌다. 이런 상황을 반영한듯 현재 별다른 제재는 없지만 문제는 개정 저작권법에서도 이러한 불분명한 법률적 부분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포괄적 대리중개, 여전히 골칫거리=개정 저작권법 중 최대 논란거리는 저작물에 관한 포괄적 대리 업무를 ‘저작권신탁관리업’에 포함시켜 명문화한 것이다. 기존 대리중개 업체들이 ‘포괄적 대리’를 계속하려면 요건을 갖춰 신탁단체로 등록해야 하게 됐다. 아니면 저작권료 관련 개별 업무를 모두 따로 계약해 ‘포괄적 대리’ 정의를 피해가야 한다.

하지만 김 팀장이 보기에는 “포괄적 대리의 명확한 규정이 없어 지금에서는 사업계획도 짜지 못한 채 관망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리중개 업계 우려=업계는 음원 유통을 담당하는 대리중개 업체나 퍼블리싱 업체들의 행위를 ‘포괄적 대리’로 해석해 이를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80∼90%의 음원이 대리중개 업체에 의해 유통되는 상황이고 이 업체들이 모두 신탁단체로 지위를 바꿀 가능성도 낮다”고 주장했다. 사기업인 대리중개 업체들이 비영리기관인 신탁단체화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주장이다. 또 포괄적 대리가 신탁관리업의 정의에 포함됨에 따라 대리중개 업체들이 현행대로 사업을 영위하다 기존 신탁단체들의 고소를 당할 경우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란 해석까지 나오고 있다.

문화관광부 저작권정책팀 신은향 서기관은 “포괄적 대리와 관련, 없던 조항이 새로 생겨 업계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며 대리중개를 제한하는 것이 입법 취지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신탁관리단체 의무 강화=개정 저작권법에서는 신탁 관리 단체가 저작권을 보호하고 공정한 시장 질서 형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신탁관리단체의 의무도 대폭 강화했다. 저작권 신탁관리 업자는 관리 저작물의 목록을 만들어 공개하도록 했다.

그러나 여전히 신탁관리단체의 신뢰성·투명성 확보를 위한 더 많은 제도적 정비의 요구가 있는 게 사실이다. 박영길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법대)는 “현행 저작권 신탁관리 규정으로는 신탁관리단체의 신뢰성의 확보에는 불투명하다”며 “신뢰성 확보를 위해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세희·이수운기자@전자신문, hahn·pe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