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수 지음, 글마당 펴냄
오늘날 ‘IT강국’ 대한민국을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바로 의구(義矩) 성기수 박사다.
성 박사는 우리나라에 처음 컴퓨터가 도입됐던 지난 1967년 시스템공학연구소(SERI) 전신인 한국과학기술연구소(KIST) 전자계산실을 창설, 1995년까지 28년 동안 SERI를 이끌어 오면서 우리나라 컴퓨터 역사의 반석을 다져놓은 인물이다.
성 박사는 1958년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고 미국 하버드대서 2년 반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전공인 우주선 개발을 포기한 채 대한민국에 컴퓨터를 도입하는 게 더 급선무라고 판단, 국내 최초로 컴퓨터를 들여왔다.
귀국 후 그는 SERI 소장으로 재직하면서 70∼80년대 주요 정부·금융·교육기관과 산업체는 물론 86아시안게임·88서울올림픽 전산화 등 역사적인 획을 그었던 대형 프로젝트들을 도맡아 한국 경제가 이 기간 동안 초고속 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기술적 배경과 정보 인프라를 제공하는 데 앞장섰다.
최근에는 기상청 슈퍼컴퓨터 자문 역할을 하는 등 국내 주요 부문의 전산화에도 지대한 공헌을 했다.
성 박사는 21세기 정보산업 입국이라는 목표 아래 후진 양성에도 힘써 SERI를 통해 학계·업계·관계로 배출한 고급 인재만 해도 1만여 명에 이른다.
성기수 박사의 자전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에서 그는 “내가 나서지 않았더라도 누군가에 의해 반드시 컴퓨터 교육과 전산화는 진행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만약 1963년 내가 귀국 직전에 하버드연구실에서 우연히 접한 컴퓨터와의 인연이 없었더라면 나의 인생과 한국의 정보화는 또 다른 길로 갔을 것이다”라고 밝혔다. 또한 “나는 이 책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어떠한 경우에도 정직·성실·용기 이 세 가지 가치를 잊지 않고 살아갈 것을 권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이 책에서 성 박사는 학창 시절과 2년 반만에 하버드대 석·박사 과정을 끝내 하버드 300년 역사에 최초의 신화를 이룬 생생한 체험들도 들려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나라 최초 컴퓨터를 통한 고등학교 무시험 추천 과정에서 대통령 아들을 당시 최고 명문 K고로 배정하라는 청와대의 압력을 뿌리친 이야기, 5공화국 시절 금강산댐의 허구성을 과학자의 양심에서 ‘노’라고 지적해 고위층으로부터 미움을 산 이야기 등 숱한 우리 과학계의 숨겨진 역사들과 새로운 2000년을 향한 정보화 과제와 조언들까지 담고 있다. 1만3000원.
김현민기자@전자신문, min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