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기업]창립 50주년 맞는 배성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사람과 기업]창립 50주년 맞는 배성기 한국생산성본부 회장

 “앞으로 50년의 비전은 이미 작년에 준비했습니다.”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국생산성본부(KPC)의 새로운 50년의 비전은 무엇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거침없이 돌아온 배성기 회장(54)의 대답이다. 배 회장은 지난해 KPC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다가올 50년을 준비하는 ‘2010 중장기 비전’을 수립했다. 지난 57년 국내 최초의 교육·컨설팅 기관으로 태어나 우리 산업 사회에 ‘경영’을 보급해 온 KPC의 새로운 경영지표로 비전경영과 고객만족, 변화와 혁신을 설정하고 급변하는 미래환경에 대비하는 대응전략을 다듬어 나갔다.

 배 회장이 수립한 2010 중장기 비전의 핵심은 ‘최고의 토털 솔루션 제공자’로 발돋움해 2009∼2010년에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국내 1000대 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연말에 다음해 업무계획을 짜서는 발전이 없다”며 “해마다 5년 단위의 중기 계획을 세워 놓고 지속적으로 수정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완벽한 일처리를 추구하는 배 회장의 면모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선택하는 삶이라면 내가 주인공이 되자=“어떤 책을 봤는데 부모와 자식 문제 빼놓고는 모든 게 죽을 때까지 선택의 연속이랍니다.” 배 회장은 “늘 선택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인생이라면 본인이 중심이 된 역할을 해야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사람, 타의에 의해 선택하는 것은 자기 인생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런 측면에서 30년 동안 해 온 공직 생활도 훌륭하게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후회는 없이 했다고 배 회장은 회상했다.

 통상 공직 생활 20∼30년쯤 되고 나이 50을 넘어서게 되면 장·차관이 불러 차 한잔 하면서 넌지시 ‘후배들을 위해 용퇴할 것’을 제안한다. 총무과장 시절 이런 상황을 여러 번 경험한 배 회장은 이때 결심한 것이 하나 있다고 한다. 스스로 원해서 공무원이 된 만큼 그만 둘 때도 스스로로 결심하겠다는 것이다. 국장시절에는 언제든 단시간에 정리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업무에 임했다. 그래서 그는 지금도 후배 공무원들한테 늘 “매사에 일희일비하지 말라”고 조언하곤 한다. 배 회장은 “어차피 공무원 생활 길게 하고 인생 수십 년 살아야하는 거라면 냉탕온탕 식으로 일희일비해서는 안 된다”며 “‘대천명(待天命)’까지는 아니더라도 항상 최선을 다하는 ‘진인사(盡人事)’의 마음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사결정을 할 때는 항상 등 떠밀려 하지 말고 자기 스스로 판단해서 해야 나중에 후회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늘 자기를 돌아보는 생활을 하면서 내가 어느 위치에 와 있는지 놓치지 않고 있어야 한다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업무처리는 완벽·깔끔하게=‘동료·후배 공무원들에게 배 회장의 업무스타일을 물어봤다’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는 “칼 같다고 그러죠?”라며 말을 받았다. 동료·후배들이 ‘일을 꼼꼼하고 빠르게 처리하는 완벽주의’라고 평가하고 있음을 정확히 꿰고 있는 그다. 사무관과 서기관 시절 주로 통상업무를 담당하던 배 회장은 과장 시절의 많은 부분을 대전엑스포에서 보냈다. 국제 통상업무를 많이 한 덕분에 국제부장을 맡아 해외 참가국을 끌어오는 역할을 했고 결국 당시 108개국으로 사상 최대의 국가가 참가하는 대형 국제행사를 성사시키는데 일조했다. 배 회장은 또 지금은 보통명사로 쓰이는 ‘도우미’라는 말을 만든 주인공이기도 하다.

 “23만평에 이르는 행사장을 안내하는 사람들을 영어로 컴패니언(companion) 이라고 했는데 적당한 우리말을 찾기 위해 공모도 했지만 마땅한 말이 없어 고민 끝에 생각한 것이 도우미”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그 때만 해도 한글을 파괴한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지금은 흔하게 접하는 보통명사가 됐다. 국장시절인 2002년 한·일 월드컵 때도 양국의 서로 다른 전압(220V·110V)과 주파수(60㎐·50㎐) 조율을 위해 FIFA와 삼각협상을 통해 해결하기도 했다.

 ◇KPC는 지식서비스 산업계 1위로=배 회장이 취임한 지난해에 KPC는 전년도에 비해 21% 성장했다. 취임 직후부터 전개해 온 경영혁신활동의 결과다. 배 회장은 “새로운 업무매뉴얼을 개발해 정기적인 업데이트를 통해 2010중장기 비전을 실천하고 집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철저한 책임·성과·보상체계 구축을 통해 성과중심의 조직문화를 정착하고 상사와 부하·동료·업무와 전혀 관계없는 사람까지 모든 사람이 평가하는 ‘360도 다면평가제도’를 도입해 인사제도도 합리화하겠다고 강조했다.

 배 회장은 “신규 인력 채용이나 해외출장 등 투자효율은 일선 부서의 판단에 맡기고 CEO는 최종 결재를 하고 연말 결산에 따른 성과급으로 보상하는 시스템을 정착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 역할은 석사 이상 학력이 80%에 이르는 이곳 전문가들이 일을 잘할 수 있게 해주고 일한 만큼 성과가 돌아오게 하는 한편, 우리나라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일입니다.”

 2010 중장기 비전으로 KPC의 다가올 50년의 토대를 구축하고 있는 배 회장. 국내 지식서비스 업계 1위의 기관임과 동시에 ‘생산성+고객만족’을 통한 중장기 국가생산성 향상 어젠다 제시는 그의 새로운 목표다.

  주문정기자@전자신문, mjjoo@

◆배성기 회장 프로필

△53년 출생 △72년 여수고 졸업 △76년 제 19회 행정고등고시 합격 △77년 성균관대 법학과 졸업 △86년 미 콜롬비아 대학 △95년 통상산업부 통상정책과장 △99년 중소기업청 기획관리관 △2001년 산업자원부 국제협력심의관 △2001년 산업자원부 에너지산업심의관 △2003년 산업자원부 자원정책실장 △2004년 산업자원부 기획관리실장 △2005년 산업자원부 정책홍보관리실장 △2006년∼현재 한국생산성본부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