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브로 대중화의 첨병.’
김종세 모다정보통신 사장(50)은 이 같은 평가에 대해 손사래를 쳤다. 와이브로 사업이 초기 단계여서 성과라고 내놓기가 부끄럽다는 설명이다. 인터뷰도 부담스럽다는 그를 설득해 카메라 앞에 앉혔다.
“와이브로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일본 등의 통신서비스 회사들과 동남아 등지에서도 문의가 오고 있습니다. 공급 실적 자체는 미미하지만 중소기업으로서 처음 상용화했다는 성과를 높이 쳐주는 분위기입니다.”
김 사장은 겸손해 했지만 사실 모다정보통신이 개발, KT를 통해 출시한 ‘와이브로-지상파DMB 듀얼 USB 모뎀’은 와이브로의 가입자 저변을 확산하는 좋은 무기가 되고 있다. 상용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이 된 지난 3월 말까지만 해도 와이브로 가입자는 3000명 이하였다. 말그대로 업계 관계자나 학계에서 테스트용으로 사용해 본 수준. 하지만 4월부터 KT가 서비스 지역을 서울 전역과 수도권 대학으로 넓힌데다가 모다의 USB 모뎀 같은 대중화에 꼭 필요한 제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두 달이 채 안 돼 와이브로 가입자는 2만여명으로 늘어났다.
KT는 하루에 500명씩 신규 가입자가 늘고 있고 그들 중 70% 이상이 모뎀형 단말을 찾고 있다고 한다. 와이브로로 인터넷을 접속하고 공짜로 지상파DMB 방송까지 볼 수 있는 모다의 듀얼 USB 모뎀은 그야말로 와이브로를 주 타깃인 비즈니스맨과 대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다.
“소비자 분석을 면밀히 하고 기술 개발과 적기 출시를 위해 연구원들이 부지기수로 밤을 새웠습니다. 손가락만 한 모뎀이라고 해도 인테나 기술, 금형 및 소프트웨어 개발 기술 등 갖출 건 다 갖춰야 했거든요.”
사실 눈에 보이는 것은 간단하지만 처음으로 상용화하는 통신 방식을 지원하는 단말을 만들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을 수 밖에 없었다. 우선 핵심칩을 확보해야 했고 듀얼 밴드의 주파수를 다룰 줄 아는 기술도 필요했다. 와이브로와 지상파DMB를 모두 지원하려면 안테나가 두 개여야 하지만 모다 연구원들은 와이브로 안테나는 내장형으로 설계하고 지상파DMB 수신 안테나만 밖으로 뽑아내는 데 성공했다. 그럼에도 상용화까지는 여전히 첩첩산중. 단말과 네트워크를 연결해 필드테스트를 거치는 과정에도 시간이 상당히 걸렸고 서비스 이용에 필요한 사용자 접속 프로그램 개발에도 참여해야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쉽지 않은 과정이었지만 휴대폰 외주 개발 사업을 하면서 쌓아온 기술력과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뒷받침됐다.
“무엇보다도 시장을 읽는 게 어려웠다”는 김 사장. 대기업처럼 모든 기능을 지원하는 기술 과시형 제품을 내놓기에는 여력이 없는만큼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알아내지 않으면 안 됐다는 설명이다. 하반기에는 또다른 깜짝 전략 무기로 와이브로 시장에 승부수를 띄울 계획이다.
“중소 휴대폰 개발사들이 대기업의 용역 물량이 급감하는 과정에서 전업하거나 폐업하는 걸 지켜보는 게 가장 안타까웠다”는 김 사장이‘와이브로’로 멋지게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낙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 사장은 “KT와의 협력관계처럼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협력체계가 확산돼야만 우리나라가 와이브로를 세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