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팹리스 업체 최고경영자(CEO) 중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전기및전자공학 전공 박사들이 많아 눈길을 끈다.
팹리스 반도체 업계에서 대표적인 KAIST 박사 출신 CEO로는 이평한 쓰리에이로직스 사장, 고진호 파이칩스 사장, 배성옥 넥실리온 사장, 왕성호 레이디오펄스 사장 등이 꼽힌다.
반도체 분야는 기술 진입장벽이 높고 시장이 급변하기 때문에 전문 지식을 갖춘 사람이 창업하기 유리하다. 그러나 KAIST의 전기·전자공학 박사들이 유독 많은 것은 이 대학이 실전 위주의 교육 방식을 취하고 있는 데다 후배들이 선배들의 벤처기업 성공담을 많이 접하기 때문에 창업을 시도하기 쉽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평한 쓰리에이로직스 사장은 “KAIST의 도전의식을 고취하는 학풍, 학맥을 통해 확보되는 네트워크, 선배들의 벤처기업 성공담 등이 창업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장이 반도체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으면 회사 제품 개발 과정을 잘 파악할 수 있고 학계 인맥을 통해 제품 개발에 필요한 엔지니어를 확보하거나 개발 외주를 주기도 쉽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이 사장은 동창인 이들 CEO와 IT-S0C협회 모임·세미나·전시회 등에서 만나 현재 업계 진행 상황과 향후 IT 발전 방향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곤 한다. 또 학교 교수로 있는 선후배를 통해 인력 충원에 도움을 받곤 한다. 특히 파이칩스나 레이디오펄스가 RF 칩을 개발하고 있어 향후 자사와 협업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이 사장은 내다봤다.
고진호 파이칩스 사장은 같은 과에서 학·석·박사학위를 모두 받았고 GPS RF칩을 주제로 석·박사 논문을 썼다. 그는 “반도체 분야가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경영자가 되는 것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왕성호 레이디오펄스 사장은 연세대학교 전자공학과 학·석사를 마치고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전공 분야는 CMOS RF 반도체 회로 설계와 5㎓ 밴드 무선랜 RF 송수신단 설계로 현재 사업 분야와 일치한다.
그는 “KAIST 전기및전자공학과 박사 출신들이 많아 정보 네트워크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폐쇄적인 이익집단이 되지는 않는다”고 못박았다.
한편 CEO들은 공학 박사 출신들이 경영 마인드가 부족할 수 있어 반도체 영업 전문가나 경영관리 전문가를 영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소영기자@전자신문, syj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