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거래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제정된 ‘전자금융거래법(법률 제7929호, 이하 전금법)’이 이달로 6개월의 유예기간을 끝내고 7월 1일부터 본격 시행되지만, 대부분의 기업이 ‘(출금에서) 고객 서면동의’를 지키지 않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특히, 정부가 엄격히 법 적용 의지를 밝히고 있어 기업들의 이런 행위는 민형사상 책임으로 이어질 것이 불가피해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전금법에서는 ‘수취인(기업)이 계좌이체(변경) 시 고객의 동의를 서면으로 받아(공인인증이 첨부된 전자문서도 포함) 전자금융업자에게 전달해야 한다’(시행령 7조 거래내용의 확인, 10조 출금동의의 방법)고 규정했다. 즉, 콜센터 전화 내용 녹음이나 팩스를 통한 신분 확인 등 관행적으로 행해 오던 출금 동의방법을 허용하지 않고 ‘공인인증을 포함한 서면인증’만이 법적 효력이 있음을 못박고 있다.
그러나 시행 사흘을 앞두고 본지 탐사기획팀이 기업들의 프로세스 및 요금수납 방식 개선 여부를 취재해본 결과 대규모 고객을 관리하는 기업 대부분 바뀐 법 조항을 준수하기 위한 관련 조치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 기자가 국내 3개 이동통신사, 유선통신사 및 초고속인터넷(케이블TV업체 포함) 업체의 콜센터에 전화로 계좌 변경을 요청한 결과, 여전히 이름·주민등록번호 뒷자리 확인을 통해 계좌 변경이 즉시 가능했다. 또, 고객을 대상으로 서면동의에 대한 어떠한 고지도 하지 않았다.
A 이동통신사 요금청구 담당자는 “오출금 발생을 막기 위한 시스템은 보강했으나, 계좌 변경을 요청하는 고객에게 영업사원을 보내거나 고객에게 센터 방문을 요청하는 방식의 서면 동의를 구하지 못하고 있다”며 “(조치를 취해야한다는 것은 알지만) 지금으로선 어쩔 수 없는 처지”라는 입장을 밝혔다.
통신이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자 외에 보험(인터넷 및 오프라인 보험사의 콜센터 영업)·학습지 서비스·기기 설치 등 대규모 회원을 보유, 계좌이체 형태의 금융거래를 하는 주요 기업들 대부분 동일한 상황이다.
일부 보험사는 기업 부담으로 사후 고객 서명을 받는 우편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회수율이 낮고, 대부분 보험사들은 기존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손해보험협회 측은 “인터넷만으로 영업을 하는 다이렉트보험사는 물론 콜센터를 통한 인 바운드-아웃 바운드 영업 및 고객관리 비중이 큰 오프라인 보험사들도 곤란한 처지”라며 “녹취 허용 등 고객의 출금 동의 방식을 다양화해 달라는 건의를 했지만 서면과 공인인증첨부문서 외엔 안 된다는 답을 들어 답답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이 서면 동의를 위한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비자가 공인인증서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는 방법을 적극 제시할 것을 권한다. 범용 공인인증서 발행 비용을 기업의 포인트 내지 캐시 백 제도 등을 통해 감안해주거나, 요금 할인을 해주는 등의 방식으로 자금이체 방식을 공인인증 방식으로 전환하는 캠페인 등 기업 스스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탐사기획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 김규태·한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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