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 유통 구도 굳어진다

 가전 제조사의 전속 대리점·직영점이 전체 유통시장의 절반 가량을 유지하는 가운데 나머지 절반을 놓고 양판점·할인점과 온라인 유통채널이 소폭의 점유율을 서로 주고 받는 양상이 고착화 되고 있다. 특히 가전 유통시장을 무섭게 잠식해 들어왔던 3대 할인점도 지난 상반기에는 다소 주춤했던 것으로 보여 지금까지 급성장세가 정체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다.

◇채널별 구도 고착화=국내 시장의 90% 가까이를 차지하는 삼성전자·LG전자를 보면 이같은 추세가 두드러진다. LG전자의 경우 지난 상반기 매출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전속점 비중이 52%로 3년 가까이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그 뒤를 이어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전자 양판점이 지난해 상반기 22%의 비중에서 올 상반기는 23%로 소폭 늘어났고,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할인점 매출 비중은 11%대를 작년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지난 상반기 홈쇼핑 매출비중이 1년전 3.7%에서 4.1%로 약간 늘었다는 점.

LG전자 관계자는 “올 상반기는 롯데홈쇼핑이 공격적으로 진입하면서 다소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며 “다만 유통 채널 점유율의 큰 변화는 없으며 이같은 비중 순위는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비슷한 모습이다. 지난 상반기 삼성전자 전속대리점은 전체 매출의 48% 정도로 수년째 비슷한 비중을 이어간 반면, 양판점·할인점·온라인 등 3대 혼매점의 매출 비중은 소폭이나마 서로 주고받는 모습이었다. 양판점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18%였던 매출 비중이 올 상반기에는 22%대로 늘어났고, 할인점 비중은 지난해와 유사한 18% 선을 유지했다. 홈쇼핑·인터넷을 합친 온라인 유통 채널의 경우 작년 상반기 10%에서 이번 상반기는 8%로 약간 감소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하이마트·전자랜드 등 양판점들이 점포를 늘리고 영업을 강화한 영향이 클 것”이라며 “그러나 점유율 변화조차 이들 혼매 유통점 사이에서 주도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소폭의 점유율을 주고받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할인점 성장세 주춤, 새 변수는= 할인점 3사의 올해 가전제품 매출이 지난해보다 10%이상씩 늘어나며 올해 처음 2조원대를 돌파할 전망이지만 앞으로는 종전의 고속성장세를 앞으로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마트가 신규 출점 중단을 선언한 가운데 사실상 국내 할인점 3사 모두 출점 경쟁을 마무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혼매 유통 가운데 점유율 20%를 상회하며 부동의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양판점도 앞으로는 눈에 띄는 점유율 확대를 넘보기는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랜드가 올해 점포를 20곳 이상 늘린다는 목표로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신규 상권 대부분이 경쟁사나 할인점과 겹치는 탓이다. 이에 따라 홈쇼핑·인터넷 등 온라인 유통 채널의 성장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 일본 베스트덴키 등 해외 대형 업체들의 국내 진출이 없는 한 당분간 이같은 시장 고착화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