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의 성과물을 속속 거둬들이고 있다.
‘디자인적 사고’는 디자인을 단순히 디자이너만의 창작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디어 발굴에서부터 상품 기획, 개발, 제조, 마케팅, 유통에 이르기까지 비즈니스 전체 과정에서 디자인 마인드를 적용해 기업의 창조적 혁신을 이뤄내는 과정을 말한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디자인 경영’을 선포한지 각각 10년과 1년. 보르도TV(삼성)·초콜릿폰(LG) 등 텐밀리언셀러급 히트 상품이 배출되는가하면, ‘디자인 코리아’의 글로벌 브랜드 인지도가 성큼 성장했다. 디자인이 기업의 가치 혁신의 중심에 서 있다.
◇글로벌 대박 상품 줄이어= 백조 모양을 본뜬 삼성전자의 스완 모니터는 화면과 거치대를 분리해 접을 수 있다. 디자이너들이 심미성을 고려해 내놓은 제안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접는 포장으로 물류비를 대폭 줄여 원가절감의 효과를 봤다.
대박 상품의 행렬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텐밀리언셀러폰의 첫 테이프를 끊은 삼성전자의 이건희폰은 디자이너들의 제안으로 휴대폰에 처음으로 TFT LCD를 도입, ‘컬러폰’이라는 개념을 만들어냈다. 이후 전세계 휴대폰업계는 거부할 수 없는 ‘컬러의 혁명’에 몸을 실었고, 삼성전자는 이를 바탕으로 한국을 LCD 강국으로 만들어냈다. 와인잔의 디자인을 채용한 ‘보르도TV’는 세계 평판TV시장의 역사를 다시 썼다.
LG전자의 브랜드를 ‘프리미엄’으로 바꾼 것도 바로 디자인이다. 초콜릿폰·프라다폰에 이어 환타지모니터·퀴담TV로 이어나가는 컨셉트 제품군은 글로벌 LG를 대표하는 표상이 됐다.
◇미래를 위한 디자인 씨뿌리기 비지땀= ‘디자인 경영’이 전자업계에 자리를 잡기 시작했지만 그 질적인 제고는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한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디자인뱅크 시스템을 가동중이다. 당장 상품화하기 어려운 디자인이라도 개발, 데이터베이스(DB)로 체계적으로 저장해두는 것이다. 10년후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서다. 디자인 경영을 선포한 지 꼭 1년이 되는 LG전자는 제품 초기 개발 단계부터 디자이너가 주축이 돼 상품 기획과 설계, 마케팅 등이 함께 협업하는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최고의 디자이너를 영입해 그 노하우를 전수하는 방법도 도입했다. 삼성전자는 앙드레김과 제스퍼 모리슨과 손을 잡고 디자인의 진수를 배우는 중이다. LG전자는 프라다폰의 성공 사례에 고무돼 10여개 해외 유명 디자인그룹과 협력을 추진중이며, 자체적으로는 슈퍼디자이너를 선정해 글로벌 스타로 육성하고 있다.
삼성전자 휴대폰 디자인을 총괄하고 있는 윤지홍 전무는 “디자인이 현재의 매출과 미래의 먹거리 두마리 토끼가 될 수 있으려면 경영진들의 적극적인 관심 아래 인력과 시스템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지연기자@전자신문, jy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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