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로봇산업 육성을 위한 국회의원들의 모임인 국회로봇포럼이 지난 3일 창립됐다. 참석자들은 로봇산업을 제도적으로 지원하는 ‘로봇산업특례법’의 제정을 포럼의 최우선과제로 공언했다. 로봇산업을 위한 특별법까지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로봇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그동안 정부부처와 민간이 주장해온 로봇정책 이슈들은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간 상황이다. 이달 제1회 국회로봇포럼이 개최되면 로봇산업특례법은 포럼 참여의원의 조율을 거쳐 의원입법으로 발의되는 절차를 밟게 된다. 현시점에서 로봇산업특례법의 내용을 추정하기는 다소 이르지만 어차피 로봇업계가 기대하는 정책수요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전망이다.
우선 로봇산업의 주관부처인 산자부는 현재 추진 중인 로봇랜드와 로봇펀드 조성에 대한 법적근거가 마련되길 기대하고 있다. 로봇랜드는 다음달 예비 후보지가 선정된 후에도 부지매입과 건축허가, 개발부담금 면제, 예산편성 등 복잡한 행정절차가 수두룩하다. 로봇특례법이 로봇랜드 조성에 따르는 행정절차를 의제처리하는 효과만 지원해도 로봇랜드 건설은 크게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펀드는 연말께 1000억원 규모로 1호 펀드가 우선 조성되며 투자수익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주는 방안이 추진된다. 로봇특례법이 로봇펀드의 비과세 근거로 작용하면 개인 투자가들도 안심하고 자금을 투자하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다.
연구계에서는 지역별로 분산된 로봇개발역량을 결집할 새로운 조직체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나사(NASA)를 통해 우주항공개발에서 규모의 경제를 갖췄듯이 국내 로봇 R&D도 정부출연 연구기관끼리 중복투자를 막도록 로봇기술개발과 인력양성을 총괄하는 국책 로봇연구원이 필요하다는 것.
이 밖에도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산발적으로 진행되는 로봇사업의 효율적 관리를 위해 범국가적 차원의 로봇산업 국가기본계획을 만들자는 주장도 있다. 이미 전국 6개 로봇거점센터의 연구주제를 특화시키는 로봇산업인프라협의회가 활동 중인데 이 같은 조정기능에 여타 지자체의 로봇사업까지 확대하는 방안도 유력하다.
로봇산업특례법에는 미래 로봇사회를 위해 바람직한 로봇문화에 대한 언급도 기대된다. 현재 문안작성이 진행 중인 로봇윤리헌장을 단순한 선언적 구호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 안전과 로봇문화창달에 도움을 주는 법적 가이드라인으로 격상시키자는 것. 이럴 경우 로봇윤리헌장은 한국로봇산업의 성격과 방향을 규정하는 지침이 된다. 이 밖에 건축법, 주택법, 소방기본법 등 각종 개별법에 로봇관련 조항을 넣어달라. 공기관의 조달품목에 전문서비스 로봇구매를 명문화하는 등 로봇특례법을 둘러싼 업계 의견은 분분하다.
이에 비해 칼자루를 쥔 국회 산자위 소속의원들은 말을 아끼고 있다. 포럼에 참석한 한 국회 보좌관은 “로봇업계의 요구사항은 대충 파악하고 있지만 법제정 과정에서 상당부분 내용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하튼 오는 9월 정기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통과되면 대한민국은 세계 최초로 로봇산업육성을 위한 특별법 제도를 갖춘 나라가 된다.
◆인터뷰-김성조 한나라당 의원
“국회에 로봇포럼을 만든 ‘로봇산업특례법’이 발의되면 포럼의원들과 함께 통과되도록 힘을 써야죠이유는 간단해요. 로봇이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산업이라 믿기 때문이죠.”
김성조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달 국회로봇포럼을 만들자는 이윤성 산자위원장의 연락을 받고 그 자리에서 흔쾌히 승락했다. 김 의원이 속한 산자위는 물론이고 교육·보복·과기정·행자·법사·문광·정무위 소속 동료의원까지 줄줄이 참가의사를 밝히면서 포럼결성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김성조 의원은 “로봇산업이 제2 반도체 신화창조의 주역이 되도록 국회차원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합니다. 우선 로봇산업을 지원하는 법제도를 모은”라고 말했다. 그는 차세대 로봇산업이 매우 유망하지만 아직 초기단계인 점을 감안할 때 민(民)과 관(官)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시장수요를 키우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봇포럼을 통해 민간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국회에 의견을 개진하는 기회를 만들고 산업현장도 자주 시찰하면서 아이디어를 모아볼 계획입니다.”
로봇산업특례법의 내용에 대해서는 아직 포럼의원들 사이에 내부조율이 끝나지 않았다면서 조심스러운 반응을 내비쳤다. 하지만 차세대 로봇분야에 대한 여야 동료의원들의 고른 관심을 감안할 때 이달에 법안이 발의되면 오는 9월 국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설명했다. “우선은 로봇산업특례법이 통과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법이 발의되지 않은 상태라서 아직 유동적이지만 국회로봇포럼이 제대로 가동된다면 명분과 내용에서 충실한 법안이 나오리라 기대합니다.”
배일한기자@전자신문, bail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