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빌딩에서 서울 야경을 보다보면 가슴이 벅차온다. 저렇게 수 많은 조명이 모두 발광다이오드(LED)로 교체될 날이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LED업계 한 CEO가 한 말이다. 허풍이 아니다. 이미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 가전제품이나 각종 기기에서 단순한 표시등에 그쳤던 LED가 마하의 속도로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휴대폰을 넘어 LCD TV, 자동차, 조명으로=그저 그런 부품이었던 LED를 보석으로 만든 기술은 청색 LED의 탄생이다. 니치아화학의 나까무라가 개발한 청색 LED는 단순히 특정색을 표시하는 데 그쳤던 LED를 적·녹·청의 결합을 통해 총 천연색 구현이 가능토록 했으며 광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백색 LED를 탄생시킨 기반이 됐다. 청색 LED의 탄생이 기술적인 근거를 마련했다면 LED시장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킨 제품은 휴대폰이다. 지난 2000년도 초반 휴대폰용 LCD 백라이트 광원, 키패드 광원으로 LED가 본격적으로 채용되기 시작하면서 LED는 1차 성장 곡선을 그리게 된다. 현재 휴대폰 화면용으로 사용되는 LED만 연 30억개에 달한다.
LED 2차 성장 곡선의 주역으로는 노트북이나 모니터, TV용 대화면 디스플레이 광원이 최근 급 부상중이다. 현재 LCD용 광원으로는 형광램프의 일종인 CCFL(냉음극형광램프)가 거의 대부분 사용되고 있으나, 고(高)색재현성, 빠른 응답속도, 장수명, 친환경의 장점으로 일부 고급 제품에 LED가 채택되고 있다. LED를 광원으로 사용하면 색상을 얼마나 더 표현할 수 있느냐는 색 재현율도 높일 수 있고 부분 발광 등을 통해 색 대비비도 높일 수 있다.
노트북 사이즈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나의 노트북 화면에 40∼60개의 LED가 들어가며 TV의 경우 수백개에서 수천개가 들어간다. 연간 1억대가 판매되는 노트북에 모두 LED가 광원으로 채택된다고 가정하면 최소 40억개, TV에는 최소 수백억개의 LED 수요가 발생하는 셈이다. 이미 도시바, 소니, 애플 등이 LED를 채택한 노트북을 출시한데 이어 소니, 삼성전자 등은 LED를 이용한 LCD TV를 출시했다. 자동차도 LED 블루오션으로 떠오른다. 이미 많은 차량에서 브레이크등으로 LED를 사용하며 내부 램프에도 LED 사용이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도요타는 최근 전조등에도 LED를 채택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요를 예고하고 있다.
금호건설이 성수동에 짓고 있는 어울림아파트. 오는 10월 입주 예정인 이 아파트에는 KDT사의 LED 조명이 파우더룸 조명으로 채택됐다. 안산시 와동 동사무소의 조명 역시 화우테크놀러지의 LED조명이다. LED가 부분 조명을 넘어 주 조명분야까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LED조명은 가히 조명의 역사를 바꿀 것으로 기대된다. 백열전구 수명이 5000시간인 반면에 LED는 백열전구의 4배에서 20배 이상까지도 가능하다. 또 LED의 전력소비량은 백열전구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이러한 낮은 전력 소모는 친환경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더욱 빛을 발휘한다. 미국의 캘리포니아, 호주, 유럽 등에서 백열등 사용을 중지하는 법안을 제출했기 때문이다. 유한한 에너지 사용을 최대한 억제해 미래를 담보하고 에너지 사용으로 발생하는 환경 오염을 막는 것은 전 세계적인 과제다.
이런 측면에서 낮은 전력을 소비하는 LED는 앞으로 더욱 사용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자원부 조사 결과 국내 조명의 30%만 LED로 교체할 경우 300만TOE(석유환산 톤), 1조6000억원의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러한 새로운 응용처에 힘입어 지난해 63억달러 규모인 LED 시장이 연 15%씩 성장, 오는 2010년에는 110억달러로 낸드플래시의 9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러한 성장세가 지속된다면 오는 2017년에는 현재의 D램 시장 규모인 3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과제도 적지 않아=LED의 미래가 밝다는 데는 아무도 이의를 달지 않지만 풀어야할 과제도 적지 않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높은 가격이다. LED는 제조 과정에서 다양한 범위(랭크)의 제품이 나온다. 그러다보니 각 수요처에서 요구하는 품질을 만족하는 제품의 수는 한정될 수 밖에 없고 가격이 비싸질 수 밖에 없다. 또 특허장벽이 너무 과도해 비용 상승으로 이어진다. LCD TV에 CCFL광원을 사용할때와 LED를 사용할 때의 가격차는 2∼3배에 이른다. 노트북의 경우는 1.5배에 이른다. 현재의 가격 구조로는 프리미엄 제품에만 적용될 수 밖에 없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LED의 경우에는 신뢰성과 동일한 품질 보장이 가장 큰 이슈다. 품질의 편차가 전자 제품에는 일부 용납되지만 생명이 달려있는 자동차 분야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 혼다는 품질 문제가 발견될 경우 해당업체의 이름을 공개하고 차후 협력업체 선정에서 아예 배제한다. 마츠다의 경우는 차후 모델개발에서 품질 문제를 일으켰던 기업의 응찰자격을 박탈한다. 조명 분야 역시 높은 초기 가격이 걸림돌이다.
LED 조명 기업들은 유지보수비와 전력 절감을 감안하면 전체소유비용에서 4,5년이 지난면 LED조명이 유리하다고 주장하지만 건설사들이나 소비자들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휘도 역시 형광등이 100루멘에 달하는 반면 LED는 아직 60루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표준화나 규격화 문제 역시 LED 조명 확산의 걸림돌이다. LED 조명의 경우 아직까지 구체적인 규격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아 LED 조명 기업들이 보급확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러나 LED 업계에서는 미래에 대해 낙관한다. 시간이 흐르면 해결될 문제라고 보고 있다.
유영문 한국광기술원의 부장은 “2010년께부터 LED 조명이 형광등을 대체할 수 있는 경제성에 도달하고 2015년쯤에는 LED 조명이 일반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LED조명업계에서는 그 시기가 보다 빨라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이 기술 개발과 투자가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LED가 세상을 환히 밝힐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