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LCD 다음은 발광다이오드(LED)다.’
D램을 이을 만한 파괴력을 가진 LED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기업들의 소리없는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기술 확보를 위해 수천억원을 주고 기업을 인수하는 가 하면 가격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 합병과 제휴도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M&A가 활발히 이어지고 있지만 규모의 경제에서는 여전히 갈길이 멀다.
◇ 빅5, 시장 지배력 강화
니치아, 필립스루미레즈, 오스람, 크리, 도요타교세이 등 소위 빅 5는 지난 2002년 수년간 끌어온 긴 특허전쟁을 끝내고 불가침 협정을 맺었다. 그 대신 후발 기업들의 시장 진입을 최대한 지연하기 위해 강력한 특허 소송을 제기하는 한편 자신의 우산 밑에 두는 라이선스 전략도 추진중이다.
니치아의 경우는 보도자료의 절반이 특허 소송 관련 내용일 정도로 가장 공격적인 특허 전략을 구사한다. 니치아로부터 칩이나 관련 기술을 받아 제조하는 기업은 공식적으로 시티즌 1개사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립스루미레즈도 독자 노선을 걸으면서 시장 확대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필립스루미레즈는 세계 최대 에피웨이퍼 업체인 에피스타를 특허침해 혐의로 제소, 승소하기도 했다. 반면 오스람이나 크리, 도요타교세이는 일부 기업들에게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하고 칩이나 형광체를 공급하면서 실리를 추구한다. 빅 5는 양질의 특허 보유뿐만 아니라 여전히 기술적으로도 가장 앞서 있다. 고휘도, 고출력 LED 부문에서는 후발기업과 간격을 유지한다.
◇덩치를 키워라
이 같은 선진기업에 맞서 후발기업들도 덩치를 키우고 관련 기술을 확보, 선진기업의 특허공세에 맞서고 있다. 대만의 대표적인 LED 칩 업체인 에피스타는 최근 몇년간 동종업체인 사우스에피, 에피텍, UEC 등을 차례로 인수, 덩치를 키워 생산 경쟁력은 물론 기술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중국 제 2위 LED 업체인 다롄루메이 옵토일렉트로닉스는 지난 2003년 미국의 ATX의 광전자 부분을 인수, 중국 LED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특히 이들 기업들은 규모의 경제를 바탕으로 가격을 주도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선진업체의 특허 공세에는 일부 라이선스 전략과 맞대응 전략을 병행하면서 사업을 확대해가는 추세다. 이러한 후발 기업들의 움직임에 맞서 선발 기업들도 OEM이나 기업 인수를 통해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일본의 니치아는 패키지 사업을 자체적으로 전개해 왔으나 최근에는 대만의 옵토테크와 전략적인 관계(지분 6% 참여)하에 패키지 사업을 분담하고 있다. 도요타교세이는 대만의 에피스타에 저가 칩에 대해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을 주고 있으며 대만의 에버라이트와는 라이선스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의 크리는 올해 초 홍콩의 패키지 기업인 ‘코트코(COTCO)’를 2억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필립스는 최근 기술확보를 위해 미국의 LED업체인 컬러 카이네틱스를 7억9300만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전열 가다듬는 국내 기업
이러한 세계 LED 기업들에 맞서 국내 LED 기업들도 다시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국내 LED 기업들은 지난해 휴대폰 LED 시장의 공급 과잉으로 인해 서울반도체를 제외하고는 모두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최근 일부 기업들이 주인이 바뀌면서 투자 여력을 확보한 데다가 수요 확대로 매출과 수익이 증가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고 있다. 특히 국내에 세계 1, 2위 디스플레이 기업들이 있는 만큼 국내 LED 기업들은 급부상하는 디스플레이 광원용 시장에서 승부를 걸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서울반도체는 최근 모두 노트북 LCD용 LED 광원을 공급하면서 기세를 올렸다. 알티전자도 세계 최고 수준인 2.0cd의 밝기를 자랑하는 사이드뷰 LED를 개발하고 휴대폰에 이어 노트북 시장까지 넘보고 있다. 에피밸리는 노트북 광원으로 사용할 수 있는 고휘도 LED 웨이퍼와 칩을 개발했다. 에피밸리는 이 제품이 빅 5가 내놓는 제품과 견줄 수 있을 것으로 자신한다. 루미마이크로는 에피웨이퍼업체인 더레드의 지분을 확보하고 에피웨이퍼부터 패키지까지 수직 계열화를 구축했다.
또한 국내 LED 조명업체들과 제휴, 보다 저렴한 LED 조명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을 출시중이다. 기술 독립도 이루어지고 있다. 파워라이텍은 독자적인 형광체 기술과 백색 LED 구현 기술을 바탕으로 대만의 LED 칩업체인 포에피와 기술 라이선스를 체결한 데 이어 일본에 자체 기술로 백색 LED를 수출하기도 했다. 서울반도체는 세계 최초의 교류에서 작동하는 AC LED인 ‘아크리치’를 선보였으며 LG이노텍은 차세대 패키징 기술은 웨이퍼 레벨 패키지 기술을 선보였다.
그러나 규모의 경제나 기술력에서는 여전히 해외 선진업체에 비해 뒤쳐지는 만큼 적극적인 M&A 전략과 기술 확보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니치아 1개 사의 지난 2005년 R&D 투자액이 국내 LED 업체 전체 R&D 투자액보다 많은 1500억원에 이르고 매출액은 5배에 가깝다”며 “이제는 베팅을 해야 할때”라고 밝혔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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