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게임 대한민국`](5)세계로 나가는 CEO들

‘글로벌 유전자를 타고난 사람들.’

 한국 게임업체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세계시장을 누비고 있다.

 세계경제의 국경이 사라진 오늘, 전세계 온라인게임 종주국으로서 한국의 위상이 흔들리지 않고 항해를 계속할 수 있는 것도 이런 앞선 노력과 진로 개척의 역사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한국 게임산업이 세계 3대 강국 진입의 목표를 내세울 수 있었던 가장 근원적인 힘은 선진국처럼 50년 가까이 축적된 산업 역사에서 나오는 힘도, 전세계에 뿌리내린 대외 인지도도 아니며 오로지 사람과 그에 딸린 기술·노하우에서 나온다. 그 핵심에서 산업을 일으키고, 키워온 주역들이 24시간·365일 세계시장을 훑으며 뛰고 있다.

 지난 9일 서울 시청앞 ‘2007 엔씨소프트 문화원정대 발대식’에서 만난 김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은 그날 저녁 비행기로 미국 로스엔젤레스로 날아갈 예정이었다. 오는 11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 산타모니카에서 열리는 ‘E3 미디어&비즈니스 서밋2007’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기자가 김 사장에게 “오늘 원정대가 떼는 발걸음과 김 사장의 미국행 출장이 같은 날 같은 뜻을 담고 있는 듯해 묘한 여운을 준다”며 하자 김 사장은 “이제 해외에서 더 큰뜻(大義)을 이뤄야하지 않겠습니까”라고 화답했다.

 열정과 패기 하나로 온 발바닥에 빈틈없이 물집이 잡혀도 걸어서 끝끝내 이루고야 말 원정대의 ‘완주목표’가 김 사장의 ‘글로벌 1등 게임업체’ 도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에 그 말뜻에 공감이 갔다. ‘세계시장 도전의 꿈’ 그것이 어쩌면 김 사장이 원정대에서 나올지도 모를 제2, 제3의 김택진에게 전해주고 싶은 유전자인지도 모른다.

 한국 게임산업과 관련된 조사 때마다 ‘10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기업과 인물로 빠짐없이 거론되고 있는 주인공이 있다. 바로 김정주 넥슨홀딩스 대표다.

 김정주 대표는 넥슨을 넥슨재팬과 한국 넥슨을 소유한 지주회사 넥슨홀딩스 체제로 재편하면서, 사실상 넥슨을 글로벌 게임산업 무대의 정점에 올려 놓은 주역이다. 뛰어난 국제 감각과 무서운 기업혁신 및 비즈니스 감각으로 ‘한국 게임산업의 업그레이드’를 주도하는 경영자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다.

 김 대표와 함께 최고의 호흡으로 넥슨을 일약 한국 대표 게입기업으로 부상시킨 데이비드 리 넥슨재팬 사장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미국 변호사와 경영학석사(MBA)를 거쳐, 소프트뱅크그룹 등 일련의 이력과 지식이 넥슨이라는 ‘큰물’을 만나 그야말로 용틀임하고 있다. 데이비드 리 사장은 12일 ‘차이나조이2007’ 개막일에 맞춰 중국 상하이로 날아가 넥슨 글로벌사업 현안과 중국사업 현황을 집중 점검한다.

 NHN의 게임사업 줄기를 만들고 키워 온 ‘김범수-천양현-문태식-남궁훈’ 라인도 빼놓을 수 없는 한국 게임산업 글로벌화의 엔진들이다.

 김범수 NHN USA 대표는 현재 3년째 모든 것을 북미시장 게임포털사업 성공에 걸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마인틴뷰의 사무실에서 70여명의 ‘한게임 프론티어들’과 현지 게임포털인 ‘이지닷컴(ijji.com)’ 서비스와 캐주얼게임시장 확대에 ‘올인’하다시피하고 있다. 최근 귀국한 김 사장은 당분간 서울에 머물며 향후 미국사업의 큰줄기 구상을 다시 잡고 있다.

 김범수 사장과 막역한 친구사이인 천양현 NHN재팬 사장은 지난 7년간 초고속성장을 바탕으로 NHN 전체 글로벌게임사업의 중추로 확고히 자리잡은 인물이다. 일본 게임포털시장의 확고한 1인자로 자리 잡는데 있어 천 사장의 명확한 현지화 마인드와 철저히 검증된 일본형 서비스가 주효했음은 업계가 인정하는 전설로 남았다. 문태식 전 NHN게임스 대표와 남궁훈 전 한게임부문장 등은 김범수 사장과 함께 NHN 게임사업 글로벌 확장의 돌격대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네오위즈 해외사업의 양축은 박진환 네오위즈재팬 사장과 서원일 해외사업본부장이 잡아 끌고 있다. 지난해 국내 모든 직책과 권한을 버리고 홀연히 일본으로 떠난 박진환 사장은 “일본시장 성공 없이 귀국도 없다”는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일찌기 국내에서 무명에 가깝던 게임포털 ‘피망’을 단번에 시장 1위에 올려놓은 저력과 번득이는 아이디어로 네오위즈재팬 게임포털 ‘게임츄’를 반드시 일본시장 선도권에 올려놓겠다는 야심이다.

 서원일 전 넥슨대표는 둥지를 네오위즈로 옮기자마자 해외사업을 떠맡고 나섰다. 일본과 한국, 그리고 다시 중국과 일본을 오가며, 지난 5월 네오위즈게임즈 출범때 최관호 대표가 역설했던 ‘글로벌 게임 스튜디오 구축’의 밑그림을 그리기에 동분서주하고 있다.

 게임업계 ‘허리층’ CEO들의 발걸음도 숨가쁘게 전개되고 있다.

 김영만 한빛소프트 회장은 이번 주말내내 중국 차이나조이 현장에 머물며 현지 파트너사와 함께 자사 주요 게임들의 중국서비스와 현지시장 장악 전략을 점검한다. 이외에도 일본 한빛유비쿼터스엔터테인먼트 등 사업과 동남아시장 전략도 빠짐없이 챙기고 있다.

 정영종 CJ인터넷 사장도 본궤도에 오르기 시작한 일본 현지법인 CJ인터넷재팬 사업과 중국 T2CN과의 합작사 사업을 집중적으로 챙기며, 한-중-일 3국을 누비고 있다. 특히 중국·일본 파트너사 게임의 국내 서비스를 적극 전개하면서 코드를 맞춰가려는 행보도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손승철 엠게임 회장, 박관호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 사장, 김남철 예당온라인 대표 등이 아시아시장을 숨가쁘게 누비며 ‘아시아게임시장의 코리아 돌풍’을 만들고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