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에서 출시된 애플의 ‘아이폰’이 세계 IT업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나는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IT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애플의 아이폰 성공 배경에는 ‘사파리(safari)’라는 개발환경이 있었고 이를 통해 개발된 여러 솔루션들에 대한 사용자 환경의 우수성이 뒷받침되었다는 평가다.
과거 우리나라 MP3플레이어는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아이팟’이 출시되면서 세계시장에서 그 주도권을 내줬다. 이런 경험에 비춰볼 때 아이폰 출시는 우리나라 휴대폰 개발환경인 ‘위피’ 플랫폼이 당면한 시장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신속한 대응을 준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침 정부에서도 그동안 위피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위피 발전을 위한 선순환 사업구조를 만들려 하고 있기 때문에 관련 업계 및 이해 관계자들의 신속한 대응만이 앞서 겪어 온 MP3플레이어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을 것이다.
위피는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이 발전을 시작하던 지난 2002년부터 이동통신사 간 콘텐츠를 호환하고 개발환경을 통일하려는 노력으로 시작됐다. 지난 5년의 정책 추진 결과 2500만대의 위피 단말기가 보급됐고 국내 무선인터넷 대표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동통신사 간 호환성 미흡과 단말기 제조사의 포팅 문제 등 여러 문제점이 대두되면서 위피 자체의 발전을 위한 로드맵이 더디게 추진돼 온 것도 사실이다.
세계 플랫폼 시장은 각종 범용 OS 및 미들웨어의 등장으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으며 세계 각국이 우리나라와 같이 강력한 미들웨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또 이동통신 사업자의 서비스플랫폼과 단말기 제조사의 개발 플랫폼이 통합되는 추세다. 애플의 아이폰은 대표적인 통합플랫폼으로 개발환경이 단순화되고 사용자에게 친숙한 이용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세계 제일의 단말제조사인 노키아도 ‘심비안’이라는 통합 플랫폼으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심비안을 중심으로 50개가 넘는 솔루션 회사들이 군단을 이뤄 노키아는 세계시장 석권을 노리고 있는 것이다.
도코모 또한 자국의 통합된 플랫폼으로 해외시장에 진출하고 있으며 많은 수의 솔루션 업체가 협력적인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무선인터넷 사업환경을 갖고 있다. 더불어 세계적으로 톱5에 있는 휴대폰 제조사가 두 개나 있다. 우리나라 이동통신회사와 제조사가 서로 힘을 합쳐 공통의 플랫폼을 만들어 국내 콘텐츠나 솔루션 회사에 성공적인 개발환경을 조성해 준다면 무선인터넷 산업발전을 위한 근간을 마련할 수 있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도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시행착오를 겪으며 어렵게 위피 표준화를 일궈냈다. 이제는 플랫폼분야에서 제조사도 적극 참여하는 통합된 규모의 경제를 이뤄내야 한다. 통합 위피의 발전은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의 글로벌 시장진출을 더욱 수월하게 해 줄 토양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과거 CDMA 기술의 세계최초 국산화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이동통신사와 제조사의 노력은 우리나라가 이동통신산업 선진대열에 오르는 밑거름이 됐다. 지금이야말로 제2의 CDMA신화를 창출하기 위해 이동통신사와 제조사가 합심해서 위피의 발전적 로드맵을 작성하고 통합된 개발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우리의 앞선 무선인터넷 기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우리가 이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당장 손쉬운 방법으로 국내 산업 기반 없이 해외 플랫폼을 단순 도입해 사용한다면 우리가 가진 무선인터넷의 강점을 살리지 못하고 시장을 해외에 내주는 결과를 초래할지도 모른다. 우리는 CDMA 국산화 과정에서 퀄컴의 독점적인 지위로 인해 우리나라 CDMA 단말기 개발환경이 퀄컴의 로드맵을 지켜보고 따라가야만 했던 경험을 갖고 있다.
세계 각국에서 통합된 단말 플랫폼 환경을 만들려는 추세를 고려할 때 우리나라의 앞선 서비스 환경과 단말기술개발 능력을 결합시킨 최적의 위피 플랫폼이 탄생한다면 우리나라 소프트웨어 산업은 신 르네상스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
◆김종식 한국무선인터넷솔루션협회장 kmichael@innoac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