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분야와 전선 분야는 문화와 속도가 다릅니다. 휴대폰 부품의 경우 4개월마다 새로운 부품이 출시돼야 하지만 전선 제품은 20년 전에 출시된 제품을 지금도 생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LS전선은 지난해 12월 정기 인사를 단행하면서 기계사업본부장인 심재설 전무(54)를 부사장으로 승진시키고 부품사업본부장으로 임명했다. 만년 적자 사업인 기계사업을 흑자로 전환시킨 주역인 심 부사장이 부품사업본부도 그렇게 해 달라는 구자열 부회장의 주문이었다.
LS전선은 지난 2000년대 초반부터 인수합병(M&A)까지 진행하면서 부품사업 육성에 나섰지만 지난 3년간 매출이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했다. 심 부사장은 “기계사업본부의 경우 오랜기간 적자를 기록하다 보니 직원들이 무리수와 꼼수를 두고 결국 그것이 사고로 이어져 적자가 지속되는 악순환을 거듭했다”며 “부품 사업본부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기계사업본부장 시절 그는 직원들에게 ‘내가 앞장 설 테니 우리 죽기 살기로 한번 해 보자”고 주문했고 문제해결을 ‘정당한 방법으로 처리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렇게 몇 개월이 지나니 경영지표가 단순화됐고 직원들의 의식도 ‘할수 있다’로 바뀌었다. 심 부사장이 부품사업본부로 발령받아 가장 먼저 한 일은 직원들에게 부품사업에 맞는 문화를 정착시키고 방향을 제시하는 일이었다. 기능직 전사원을 대상으로 7차에 걸쳐 LS전선 부품사업부의 위치와 나아가야 할 방향, 그리고 직원들이 해야 할 일을 토론했다. 또 지난해 부품사업본부내에 상품기획부를 신설, 시장 흐름을 경쟁사보다 먼저 파악하고 고객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 지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산업 흐름이 빠르지 않은 전선분야에서는 쉽지 않은 변화다.
부품사업 육성 전략은 우선 성공사례를 만들어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심 부사장은 “우선 회로 소재사업을 집중 육성해 부품사업본부의 기둥으로 삼을 예정”이라며 “오는 2010년까지 2000억원을 투입, 현재 600억원의 매출을 4000억원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마지막 마무리 1% 부족해 사업이 부진했던 커넥터 부품의 경우 일본 엔지니어를 채용, 빠른 시간내에 선진 기술업체와 동등한 기술력을 갖추기로 했다.
그는 “기업의 성장은 생존의 수단이지 번영의 수단이 아니다”라며 “성장을 멈춘 기업은 망할 수 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앞으로 LS전선의 부품 사업본부 매출이 성장 곡선을 그릴 것임을 예고하는 말이다. 그의 포부는 2012년 LS전선 부품사업본부의 매출액을 지난해의 5배 규모인 1조 2000억원으로 키우고 10% 이상의 영업이익을 달성하는 것이다.
회사의 지원도 탄탄하다. 구자열 부회장은 “내가 예전부터 주장해왔던 것을 왜 이제야 하느냐”며 “돈 아끼지 말고 적극적으로 투자하라”고 주문할 정도다.
심 부사장은 “LG전선 시절에는 LG그룹 우산아래 있다보니 LG전선에서 번 돈을 다른 계열사 성장 동력 사업에 투자되기도 했다”며 “하지만 이제는 모두 LS전선에 투자할 수 있어 투자여력이 많아진 것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도 가끔 LG임원들과 만나 옛 그룹 시절을 얘기하곤 한다”며 “LG그룹과 LS그룹은 여전히 좋은 관계”라고 밝혔다.
심재설 부사장은 직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사진으로 풀곤 한다.
그는 집에 소장한 사진 장비만 1억 원대에 이르며 개인 사이트(www.htogether.com)를 운영할 정도의 사진 마니아다. 그는 “내 홈피에 있는 타클라마칸 사막을 건너는 유목민처럼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직접 뛸 계획”이라며 “LS전선의 차세대 성장동력이 부품사업이기에 더욱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