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정부가 발표한 ‘국산화 실태 기술경쟁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LCD·PDP TV 국산화율은 80%를 웃돌아 2005년보다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산업계 한편에서는 ‘남 좋은 일만 하고 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여전하다.
LCD TV의 핵심 광학소재 중 하나인 편광판을 들여다보자. 편광판은 LCD의 광 특성을 결정짓는 핵심 부품으로 국내 편광판 생산량은 내년에 전 세계의 약 30% 수준에 이를 만큼 양적인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다. 생산력 기준 국내 1위 업체인 LG화학은 올해 이 분야에서만 매출 1조원 돌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같은 장밋빛 전망은 편광판의 주요 원재료인 TAC필름과 PVA필름 등으로 얘기를 옮기면 달라진다.
국내 편광판 업체는 이들 재료를 전량 후지포토필름·구레라이 등 일본에서 수입해 생산 중이다. 편광판 제조원가의 50% 이상을 이들 원재료가 차지한다. 그나마 이들 원재료의 공급량은 충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들어 편광판 가격은 작년 대비 최대 20% 수준까지 낮추려는 수요처의 압박을 받고 있지만 원재료는 비슷하거나 10% 이내 하락에 머물고 있다.
지난 5월 발표된 ‘디스플레이 산업 최근동향’을 보면 LCD 부품소재의 국산화율은 66%에 이른다. 이는 1차 협력사 기준이어서 2·3차 협력사로 확대하면 비율은 각각 20∼30%, 10% 이하로 떨어진다. 많은 부품소재에서 국산화와 상용화의 성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소재강국 일본의 그늘은 여전히 넓다.
이를 탈피하기 위해서는 국산화와 대체재 개발 등이 시급하다. 다행히 최근 일부 기업에서 기업인수를 통한 편광판 원재료 국산화와 대체재료 개발을 추진 중이다. 적잖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데다 ‘소재 권력’을 가진 일본 업체들의 견제도 뚫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정부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야 하는 부분이 바로 여기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