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가 21세기 사회·문화 밑바탕에 자리를 잡았다. IT에 묻고, IT로부터 듣는 등 거의 모든 것을 IT로 소통하게 된 것. 앞으로 더욱 빨라질 기술 융합현상을 감안하면 ‘IT로 숨 쉴 정도의 세상’이 예상된다. 이렇듯 IT가 언제 어디서나 사람과 함께하면서 체감온도가 상승, 친숙하고 따뜻한 36.5℃에 이를 전망이다. 가족·친구처럼 따뜻한 IT를 곁에 두고 즐기기 위한 새로운 출발(IT코리아 2.0)하는 지금, 풀고 가야 할 매듭(정책과제)이 무엇인지 3부에서 살펴본다. 참여 정부 임기 중에 풀리지 않을 매듭이라면 실마리 한두 가닥을 찾을 계획이다.
‘달걀(통신방송융합)을 품을 닭(통신방송 규제·정책기구)을 먼저 만들자!’
참여 정부 임기 말, 방송통신행정기구 통합이 IT 분야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IPTV와 같은 통신방송융합 현상이 시장에서 현실화하면서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가 얽히고 설켰고, 그 바람에 지난 1년 이상 지리멸렬했던 실마리가 ‘선(先) 방송통신행정기구 통합’이라는 형태로 귀착될 조짐인 것.
강상현 연세대 교수(디지털방송활성화실무위원장)는 “규제 틀(방송통신행정기구)을 정립한 뒤 IPTV 도입 문제를 정리해야 할 상황에서 갑자기 ‘IPTV를 먼저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면서 오히려 복잡해졌다”고 지적했다.
‘방송통신위원회(방송위원회+정보통신부) 설립작업’이 선결과제라는 인식은 더욱 구체화할 전망이다. 실제로 KT의 IPTV 시장진입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을 펼쳐온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와 조은기 성공회대 교수가 최근 “IPTV 도입보다 (방송통신행정)기구 통합을 먼저 해야 한다”는 시각을 피력해 주목된다.
최성진 서울산업대 교수(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 전문위원)는 “IPTV가 관련법을 타고 (시장에) 먼저 들어서면 기구 통합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방송위와 정통부가 애초 통합을 바라지 않다가 1 대 1로 합치기로 하면서 서로 더 유리한 위치에 서기 위해 다툼을 벌인 것을 감안하면, (먼저 도입된 IPTV를) 각자의 기준으로 규제하려 들 것이기 때문에 아예 기구 통합이 불가능한 역학구조가 형성될 것”이라고 풀어냈다.
최 교수는 “IPTV를 먼저 도입하더라도 정확한 기구 통합 시간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즉 방송통신행정기구 통합의 당위성이 확고하다는 것이다.
조은기 성공회대 교수도 “기구 통합이 먼저”라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다만) KT의 IPTV 시장 진입을 허용하려면 최소한 관련 법인을 분리하거나 도매(망 임대·판매)로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조 교수의 이 같은 주장은 ‘한 지붕(방송통신위원회) 아래에서 일관된 규제정책’을 내놓아 KT나 SK텔레콤의 통신시장 지배력이 방송 분야로 옮겨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 결국 상대적으로 사전 규제가 강한 방송 분야와 사전·사후 규제가 혼재하는 통신 분야가 기구 통합을 통해 수평적이고 일관된 정책을 꾀할 지름길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기관이나 이익단체 주장에 휘둘려 방송통신행정기구 통합과 IPTV 도입 문제를 두고 갈팡질팡 선·후를 뒤바꾸는 국회 의원들도 무거운 중심추를 품을 때다. 방송통신행정기구 통합이 ‘먼저’이기 때문이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조광휘 정책실장
“현재 통신방송기구통합 논의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은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법안이 방송의 독립성과 합의제행정기관의 운영원리에 미흡하고, 물리적 기능 통합만을 강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조광휘 방송위원회 방송정책실장(방송통신구조개편기획단장 겸직)은 기구통합을 가로막는 걸림돌에 대해 이 같이 지적하고,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서 방송의 독립성과 합의제 기관의 운영원리를 존중하는 가운데 합리적인 기능 조정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조직을 설계하도록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조광휘 실장은 특히 “일부에서 방송위가 정부의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자체를 반대하는 것으로 오도하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며 “방송위는 그동안 방송통신의 융합환경에 따라 규제기구의 일원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해 왔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조실장과의 일문일답
▲ 규제와 진흥의 분리 문제에 대해
- 융합과 관련된 정책목표를 일관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통합기구에서 방송과 통신에 관한 소관 직무를 총괄적으로 수행하면서 종합적인 행정체계를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규제와 진흥은 행정이라는 마차의 두 수레바퀴와 같은 것으로 이를 인위적으로 구분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특히 특정 분야에 대한 지원은 타분야에 대한 상대적 규제로 나타날 수 있다는 점, 개별 직무들이 사실상 규제와 진흥의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어 이를 어느 하나의 틀로 구분하기 곤란한 점 등을 고려할 때 규제와 진흥을 분리하여 서로 다른 부처가 그 직무를 담당하게는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 위원 선임방식에 대한 의견은
- 위원 전원을 대통령이 임명하되, 상임위원 2인에 대해서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단체의 추천을 받도록 하는 정부의 법안은 방송통신위원회의 직무 독립성과 중립성 측면에서 문제가 있다. 위원 구성에 있어 책임성과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일정 수의 위원을 추천하는 것이 필요하다.
▲ 직원 신분 문제에 대한 의견은
- 직무수행의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무처 직원 임용 등 인사 사안에 대해 방송통신위원회가 독자적인 재량권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송통신위원회는 또 기존 방송위와 정통부의 해체를 전제로 한 새로운 조직이므로, 양쪽 직원 모두가 균형적 조건에서 새 조직질서로 편입되는 것이 필요하다. 권건호기자@전자신문, wingh1@
◆정통부 측
“수년간 지연된 (통신방송)기구 통합은 국가 경쟁력 확보차원에서 더 이상 미룰 수 없으며, 올해 안에 관련법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최소 2년 정도 지체될 것입니다.”
이기주 정보통신부 전파방송기획단장(통신방송융합기획단장 겸임)은 “방송의 독립성·공익성은 융합시대에도 여전히 보존해야 할 가치나 현재 방송위원회에서 노출되는 문제점에 비춰 민간 독립기구가 최선의 기구형태는 아니라는 것을 방증한다”며 “방송의 독립성과 직결되는 내용심의기능 등만을 민간 독립기구에서 담당하고 나머지 기능을 행정부 소속기관이 담당해 방송행정의 전문성과 책임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규제와 진흥 분리 문제에 대해 말해달라.
▲진흥과 규제에 대해서는 법적·학문적·실증적으로 보편화한 구분 기준이 없다. 행정실무상 진흥과 규제는 상호 복합적인 과정이기 때문이다. 또 진흥과 규제기능을 분리하면 조직 이원화에 따른 기관 간 정책갈등, 중복규제와 같은 현재의 문제를 지속시켜 사회적 비용을 유발할 것이다.
IT 산업의 경우 정책과 규제기능의 통합수행함으로써 서비스·인프라·기기 간 전·후방 연관 산업효과가 극대화됨으로써 짧은 기간에 세계 최고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 통방 융합산업을 신성장동력으로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현 정부안대로 통합기구에서 진흥·규제기능을 모두 수행하는 것이 최선이다.
-위원 선임방식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권력분립 원칙상 국가 행정작용을 할 위원의 임명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책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 위원의 정파적 배분에 따른 비효율성, 무책임성을 극복할 수 있는 제도적 대안이다. 국회에서는 위원장에 대한 임명동의, 위원에 대한 인사청문 등으로 사후 검증하는 방안이 좋다. 공영방송 임원인사, 편성규제 등의 권한도 민간 독립기구인 심의위원회로 이관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직원 신분에 대한 의견은 무엇인가.
▲정부 법안에서는 방송위 사무처 직원의 희망에 따라 ‘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공무원이나 ‘방송정보통신심의위원회’ 직원으로서 고용승계를 보장하고 있다. 공무원으로 채용될 현 방송위 사무처 직원의 특별채용 방법, 시보임용 면제, 종전 근무경력 인정 등 신분상의 불이익을 막기 위한 법적 조치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으로 지지한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