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배급 시장 진출을 추진중인 SK텔레콤이 그룹의 지주회사 체제 전환에 따라 영화 관련 관계사와의 지분 문제와 배급 업무 중복에 따른 교통정리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가 영화계의 중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SK텔레콤이 배급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되면 자회사인 IHQ를 통해 지분을 확보하고 있는 영화사 청어람과 배급 업무가 중복돼 정리할 필요성이 생긴다. 또 손자회사가 증손자 회사를 둘 수 없다는 지주회사 체제에 따라 IHQ(손자회사)가 거느리고 있는 아이필름(증손회사)을 어떻게 정리할지가 영화계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러가지 여건상 대주주 SK텔레콤이 이들 증손자 회사를 손자회사로서 두게 될 가능성에 무게가 두어지고 있다.
◇2년내 자회사 정리 필수=SK텔레콤은 연예기획사 IHQ(대표 정훈탁)의 지분 약 34.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최근 IHQ의 유상증자에 100억원을 투자키로 결정해 지분율은 더 늘어난다. IHQ는 다시 영화 제작사 및 배급사인 청어람(대표 최용배)에 30%를 투자했고, 제작사 아이필름(대표 오기민)을 자회사로 두고 있다. 사실상 SK텔레콤이 청어람과 아이필름을 지배하는 것이나 다름없는 셈. SK그룹에서 보면 SK텔레콤은 SK(주)의 자회사이며, IHQ는 손자회사다. 지주회사 체제에서는 손자회사는 자회사를 둘 수 없지만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따라 손자회사가 100% 지분을 가질 경우엔 증손자 회사가 허용된다.
가능성은 세가지다. IHQ가 아이필름을 △인수·합병하거나 △지분 100% 확보를 통한 두개 법인 존속 △ 회사 매각 등 3가지다. 하지만 매각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IHQ는 청어람 지분을 30%, 나머지 70%에 대해 콜옵션을 갖고 있다. 연말이나 내년초 콜옵션을 행사하게 되면 IHQ가 100% 지분을 갖게 돼 증손회사가 될 수 있다.
아이필름 역시 IHQ와 정훈탁 대표가 대부분의 지분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100% 지분 확보에 따른 두개 법인 존속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SK텔레콤과 이들 관계사들은 이같은 이슈를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를 놓고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굳이 합병에 대한 부정적인 요인을 꼽는다면 청어람과 아이필름이 색깔이 다른 영화 제작사라는 점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관계사 정리는 어떤 식으로든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이에 대해 지속적으로 논의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계열 배급사 두개될 수도=SK텔레콤이 배급사업을 본격화할 경우 청어람과 업무가 중복되는 문제가 발생한다. 영화 ‘괴물’ 제작사인 청어람은 한국영화 전문 투자배급사를 지향하며 2001년 설립됐다. ‘싱글즈’ ‘바람난 가족’ ‘꽃피는 봄이 오면’ 등을 배급해 온 회사다. ‘효자동 이발사’ ‘작업의 정석’ ‘괴물’ 등 자체 영화 제작으로 배급 사업을 잠시 접었다가 최근 ‘해부할교실’ ‘꽃미남테러사건’ 등으로 다시 배급 업무를 재개했다.
SK텔레콤이 최근 별도 조직까지 신설하며 투자 배급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배급을 사업의 근간으로 하고 있는 청어람과의 업무 중복은 분명해졌다. 이에 대한 교통정리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SK텔레콤과 청어람이 공감하고 있다. 문제는 청어람이 이제막 배급 사업을 재개한 상황이란 점. 어떤 방식의 정리가 될지에 업계의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다. 최용배 청어람 대표는 “SK텔레콤이 어떤 식으로, 어느 정도 규모로 배급사업을 할 것인지 명확치 않아 미래의 일을 가상해 사업 방향을 설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SK텔레콤과 배급사업을 병행하든 아니든, 어떤 식으로든지 정리는 필요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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