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주요 D램 업계의 공정 세대 교체가 하반기 반도체업계의 핵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엘피다 등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3개 업체 가운데 한 곳이라도 수율 악화가 발생할 경우 하반기 D램 수급과 가격은 물론 지각 변동까지 예견되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 주력 D램 공정인 80나노의 다음 공정으로 삼성전자는 68나노공정, 하이닉스는 66나노공정, 엘피다(제휴사인 대만 파워칩 포함)는 70나노 공정을 선택하고 최근 잇따라 양산에 착수했다.
현재 가장 공격적인 전환 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업체은 70나노를 선택한 일본 엘피다로, 올해 말까지 70나노 비중을 60%대로 끌어 올린다는 목표다. 엘피다와 제휴해 기술을 이전받고 있는 대만 파워칩도 올해 말 70나노 비중을 20% 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말까지 68나노 비중을 15% 이상으로 잡고 있으며 내년에는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계획하고 있다. 하이닉스반도체도 66나노 비중을 올해 말 14%, 내년에는 5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국내 반도체업계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과거 경험에 비춰볼 때, 삼성전자·하이닉스·엘피다 등 3곳 가운데 적어도 한 곳은 공정 전환이 순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최근 시황에서는 공정전환에 어려움을 겪는 업체는 치명상을 입게 될 것”이라며 “만약 하반기에 1개 업체가 공정 전환이 지연되면 D램 시장은 쇼티지로 돌아서고, 2개업체가 어려움을 겪을 경우 극심한 공급부족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통상 D램 업계는 매년 평균 20∼30% 하락하는 판가를 공정 세대 교체와 양산물량 확대를 통한 원가 절감으로 대응하는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올 하반기 공정 세대 교체도 같은 맥락에서 진행되는 것이지만, 이번 세계 주요 D램업계가 60∼70나노 공정 전환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는 세계 D램 시장의 경쟁이 어느 때보다 치열해지면서 원가경쟁력이 생존과 직결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반도체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인피니온 등이 2004년과 2005년 90나노대 공정전환에 어려움을 겪은 것이 2006년 D램 시황 호전으로 이어졌고,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룬 한국업체들이 반사이익으로 시장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또 지난해에는 삼성전자가 6F스퀘어를 적용하면서 80나노대 공정 전환에 어려움을 겪어, 하이닉스와 대만업계에 추격의 빌미를 제공한 바 있다.
한편 세계 D램 시장(출하량 기준)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25% 전후를 점유하며 1, 2위를 다투고 있으며, 키몬다가 약 14%, 엘피다 13%, 파워칩이 7%로 뒤따르고 있다. 이들 가운데 삼성전자·하이닉스·엘피다와 파워칩 진영은 상반기 60∼70나노로 전환해 경쟁력을 키우고 있으나 키몬다는 아직 80나노대 공정에 머물러 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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