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이 다양한 제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도록 도입한 다수공급자 물품구매 계약제도(MAS)가 굿소프트웨어(GS) 인증제도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GS 인증제도는 정부가 국내 소프트웨어(SW)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공공기관이 SW를 구매할 경우 우선적으로 GS 인증제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부처별 정책이 상충돼 당초 정책 취지를 살리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 이를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18일 망전환 솔루션 전문업체인 온컴테크놀러지(대표 정국채)는 조달청과 망전환장치에 대한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 GS 인증을 받았으나, 인증을 받지 않은 T사·P사의 제품과 구분없이 조달청 나라장터 사이트에 함께 등록돼 결과적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이에 따라 조달청이 등록을 위해서는 GS 인증이 필요하다고 해놓고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도 함께 조달하고 있다는 이유로 조달청을 감사원에 고발하겠다고 밝혀 파문이 예상된다.
공공기관에 제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조달청과 납품계약을 체결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국가 인증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MAS가 적용되면서 그 인증이 무의미해졌다는 설명이다. MAS는 주로 비품 구매제도로 활용되고 있으며, 조달청에 등록되기 위해서는 납품실적과 B이상의 경영실적만 있으면 된다.
온컴테크놀러지 이현기 상무는 “조달청과 단가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는 관련 인증을 받아야 한다는 답변에 따라 1차와 2차 인증시험을 거쳐 GS인증을 받았다”며 “그런데 나중에 다른 업체들이 MAS로 등록, 공급하는 걸 보니 정부 정책을 신뢰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조달청 측은 이에 대해 MAS 제도는 다수공급자로부터 물품을 자유롭게 구매할 수 있는 제도로 GS 인증을 비롯한 국가 인증 제도의 취지와는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한, 온컴테크놀로지 건은 망전환장치가 국정원의 보안적합성검증 품목에서 제외되면서 일어난 일시적인 사건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조달청 김희문 부이사관은 “T사와 P사는 그 전 국정원으로부터 보안적합성 검증을 받았던 제품이었고 인증 품목에서 제외됐다고 해서 갑자기 사이트에서 배제할 수 없어 MAS를 적용한 것”이라며 “망전환장치에 대해서는 MAS를 적용하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GS 인증을 받아야 하는 것인지 정통부의 유권해석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한국GS인증협회는 MAS가 GS 인증 제품에 대한 역차별 요인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GS인증협회 임희섭 팀장은 “GS 인증을 수행하는 전문기관에서 면밀한 검토를 통해 GS 인증을 내줬는데, GS 인증을 받지 않은 제품이 다른 제도를 통해 동등한 대접을 받는 것은 GS 인증에 대한 역차별”이라고 말했다.
한편, MAS 제도는 2005년부터 조달청이 공공기관이 다양한 물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제도로, 품질·성능·효율 등이 비슷하면 일정한 자격을 갖춘 다수의 공급자들이 조달청과 계약한 뒤 쇼핑몰에 등록하고 공공기관이 구매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다. 주로 공공기관이 사물함·책상과 같은 행정물품이나 TV·선풍기·카메라 같은 비품을 구매할 때 활용하는 제도다.
문보경기자@전자신문, okm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