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전자제품 하도급 기지였던 대만이 자국 고유 브랜드 키우기에 나섰다.
애플·델·노키아·HP 등 유수 IT기업에 주문자상표부착방식(OEM) 생산 제품을 납품하며 기술력을 쌓아 온 아수스텍·하이테크컴퓨터(HTC) 등 대만의 계약생산 전문업체가 최근 자체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은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 대만업체의 자체 브랜드 전략을 중국과 인도 업체의 성장으로 OEM 시장 경쟁이 치열해진 가운데 살아남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분석했다.
주기판 생산업체로 유명한 아수스텍 컴퓨터는 OEM생산 사업 부문을 분사하고 내년부터 자체 브랜드 사업에 전념할 계획이라고 최근 밝혔다. 아수스텍은 소니·애플 등에 PC를 OEM으로 공급해 왔다. 아수스텍은 주기판뿐 아니라 데스크톱PC·노트북PC, 컴퓨터 부품, 스마트폰 등에서 자체브랜드와 OEM 사업을 병행할 방침이다. 자체브랜드 사업 규모는 5418억7000만대만달러(165억1000만달러)로 전체 매출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HP와 팜 등에 PDA와 스마트폰을 공급해온 HTC도 얼마전부터 HTC 브랜드의 휴대폰을 출시하고 있다. 스마트폰 ‘터치’가 대표적인 제품. HTC는 자체 브랜드 사업 노하우를 확보하기 위해 OEM 고객사 중 하나였던 대만의 휴대폰 업체 도포드인터내셔널을 1450만달러에 사들이기도 했다. HTC의 OEM 비중은 총생산량의 30%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아수스텍과 HTC의 시도에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그러나 OEM사업과 자체 브랜드 사업 간 이해관계가 상충하거나 고객이 이탈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려면 두 사업을 철저히 분리, 운영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마케팅 등 영업 비용이 증가하는 것도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시티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HTC는 자체 브랜드 사업에만 올해 총 3150만달러를 투자했으며 현재 7% 수준인 영업비용이 2년 내 10∼20%로 증가할 전망이다.
대만 전기전자산업협회에 따르면 대만의 OEM생산 산업 규모는 5조대만달러(1500억달러)를 상회하며 여전히 세계 1위를 자랑한다. 그러나 노트북PC OEM 업체의 평균 이윤은 3∼5%에 불과하다. 애플이 아이팟으로 40% 이상의 이윤을 챙기는 것에 비하면 수익률이 크게 떨어진다.
시티그룹의 데일 가이 애널리스트는 “자체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OEM 사업보다 수익성이 증가하겠지만 이는 시장이 원하는 제품이 무엇인지, 소구대상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제대로 된 노하우를 확보했다는 전제가 있을 때 가능한 얘기”라고 강조했다.
조윤아기자@전자신문, for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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