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전문가, 한국게임산업에 ‘베팅’하다.’
지난 5월말. 문화관광부는 2개월을 끌어 온 한국게임산업진흥원장 선임을 놓고 막판 깊은 고심에 빠져 있었다.
‘마지막 낙점’의 가부만 남겨 놓은 상태서 ‘이처럼 해외에서 더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가 한국에서, 그것도 바다이야기 폭탄을 맞아 쑥대밭이 된 게임산업의 기관장으로서 걸맞는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그러면서도 문화부는 게임에 국한된 ‘미시적’ 접근보다, 월스트리트와 실리콘밸리 등 ‘거시적’ 전쟁터에서 더 이름 높았던 이 사람이 한국 게임산업의 ‘턴어라운드’를 이끌 적임자라고 보고 최종 낙점을 찍었다.
그가 바로 최규남 원장(43)이다.
19일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문화콘텐츠센터내 진흥원 집무실에서 만난 최 원장의 눈빛은 지난달 선임뒤 처음으로 공식 기자간담회를 가졌을 때보다 훨씬 자신감에 차 있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국제게임전시회 ‘차이나조이2007’에서 첫 데뷔전을 치른 뒤라 더더욱 그러했는지 모른다.
줄곧 성공하는 길만 걸어 온 최규남. 그는 ‘실패’란 단어를 생각속에서 스스로 지워버리는 능력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그렇듯 그는 매사 자신감과 낙관적 신념이 넘친다. 그런 그가 앞으로 임기 3년간 대한민국 게임산업을 위해 받칠 화두는 ‘판을 키우자’이다.
◇‘인식’과 ‘자본논리’ 동시에 바꾼다=최 원장은 2가지는 꼭 바꿀 생각이다.
첫째 사회적 순기능과 경제적 효과가 지대함에도 불구하고 바닥에 떨어져 있는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개발사와 퍼블리셔 등 게임사업으로 직접적 이해관계가 엮인 기업들을 중심으로 하드웨어, 서비스, 통신 등 주변 산업계까지 ‘통크게’ 묶어 사회적 기금을 조성할 예정이다.
이 기금을 이용해 대대적인 캠페인을 전개하고, 필요하다면 전국민을 대상으로한 인식개조 운동도 벌인다는 계획이다. 게임이 나라를 일으켜 세울 산업이란 국민적 동의를 끌어 내겠다는 생각이다.
둘째, 전세계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자본에 ‘한국 게임산업 테마’를 알리는 일이다.
산업의 판을 키우는데 있어, 자본은 필수적이고 그 자본이 능동적으로 한국 게임산업에 들어올 수 있는 물줄기를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최 원장은 “무작정 투자하라는 것은 경제 논리에도 어긋나고, 세계자본 질서와도 맞지 않다”며 “한국 게임산업에 투자했을때 자본의 효율성이 뛰어나다는 선험 사례만 만들어낸다면 자연스럽게 돈은 한국시장으로 몰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국 게임테마를 만들어 글로벌 투자가 돌게하고, 그렇게 하면 5∼10년은 먹고살 수 있는 효과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 체질도 개선해야=순탄치 않겠지만 우리 게임산업의 경직된 구조에도 ‘메스’를 대겠다는 방침이다.
최 원장은 “어느 특정 장르의 성공사례만 벤치마킹해 과당경쟁을 해서는 100년 가는 산업을 만들 수 없다”며 “새로운 사업모델과 다른 콘텐츠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내는 것이 산업 성장의 기본 요건이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같은 구상에 따라 진흥원은 PC온라인이나 모바일 등 일부 국한된 장르에만 투자와 정책적 지원을 쏟아붓는 것이 아니라 파생되는 보안 및 서버관리 소프트웨어, 웹2.0, e스포츠 등 게임과 접목되는 다양한 산업분야의 균형있는 발전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최 원장은 “새로운 콘솔이나 아케이드게임기 개발에 필요한 하드웨어산업까지 두루 살피고, 지원하는 정책을 펴나갈 계획”이라며 “다행히 게임이라는 전문분야 시각은 미약할 지 모르나 IT 관련 산업 전체적인 줄기에 대해서 쌓아온 시각과 경험을 발휘해보라는 것이 나에게 주어진 소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 게임산업 글로벌화의 조타수로=최 원장은 한국 게임산업에 던져진 미션을 ‘글로벌화’라고 진단했다.
일찍이 해외에서 터득한 사업 경험과 비즈니스 조율 능력, 프로젝트 추진력 등이 비로소 제대로 쓰일 자리를 찾은 셈이다. 최 원장은 “장르별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과 함께, 세계시장에서 통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 빨리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게임 자체에 국한되고 경직된 사고가 아니라, 세계를 향한 열린 시각과 열정으로 해외시장을 뚫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도 두달 가까운 최 원장을 왕성한 활동을 보면서 오랫만에 활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한동안 표류했던 한국 게임산업이 제대로된 방향에서, 미래를 갖고 전진할 수 있는 ‘조타수’를 얻은 것이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사진=윤성혁 기자 shyoon@
약력
△87년 서울대 자원공학과 졸업
△89년 스탠포드대 공업경영학 석사
△89년∼92년 시티은행 기업금융부 근무
△92년∼95년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수료
△95년∼97년 로스엔젤레스 퍼시픽제미나이 창업 및 운영
△97년 실리콘밸 이스트게이트 벤처투자 설립 및 운영
△2006년 보광창업투자 고문
△2007년 5월 문화관광부 한국게임산업개발원장 선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