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19일 1000건 가까운 중소기업의 은행 대출금 유용 적발사례를 전격 발표했다. 1000여건은 조사 한달만에 적발한 건수이다.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확대에 대한 재차 ‘옥죄기’가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감독당국의 수차례 경고에도 꿈쩍 않던 금융권의 대 중소기업 대출이 축소될 지 여부가 주목된다.
◇한달동안 무려 992건 적발=지난달 13일부터 이달 12일까지 한달동안 금융감독당국이 적발한 중소기업대출금 유용사례는 무려 992건. 9개 은행을 비롯해 상호저축은행(6개) 단위조합(12개) 캐피탈(3개) 등 총 30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파악한 것이다.
조사결과 30개 금융기관 가운데 은행 1곳을 제외한 29곳 모두에서 적발사례가 나왔다. 단위조합이 627건(972억원)으로 가장 많았으며 저축은행과 은행이 각각 190건(286억원)과 92건(148억원)이었으며 캐피탈은 83건(135억원)이었다.
금감원은 용도외 유용 대출 등에 대해 회수는 물론이고 대출 담당 임직원에 대해 제재심의 절차를 거쳐 문책 등 엄중 책임을 물겠다는 입장이다.
아울러 이번에 적발이 많이 된 단위조합 등에 대해서는 관계부처와 협의해 기관 제재 방안도 함께 강구하기로 했다.
◇어떤 사례가 적발됐나=주 조사 타깃은 ‘부동산 자금 활용’ 여부. 금감원측도 “부동산자금 때문에 조사를 했다”고 설명했다. 주택담보대출을 급격히 줄이는 과정에서 이의 대안으로 떠오른 기업대출을 막는다는 취지였다.
금감원이 공개한 주요 사례로는 기업자금으로 대출받아 부동산을 매입했거나 부동산 매입용 타행대출금 상환에 쓴 경우 등이다. 부동산 매입시 부족한 자금을 은행으로부터 대출받고 부동산을 담보로 제공한 경우도 많았다.
◇대출 이번에는 축소될까=일단 가능성은 크다. 무엇보다 대출금리 인상 여파로 자연스럽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5월 중소기업 대출금리(신규 기준)는 연 6.60%로 2002년 이후 최고치였다. 여기에 이달 12일 콜 금리 인상으로 추가 인상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장 이달 중소기업 대출 성장세가 꺾일 것으로 예상된다”며 “그동안 공격적으로 중소기업 대출에 나섰던 은행들이 하반기에는 관리에 들어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시장에 충격을 줄 정도로 줄이지는 않을 것”이라며 “용처에 대해 정확히 증명만 한다면 대출에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마땅히 대안이 없는 만큼 은행들이 조절에 나서겠지만 그 폭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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