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보일러 업계의 출혈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아파트 등을 대상으로 한 단체납품(이하 단납) 가격이 끝간 데 없이 곤두박질치면서 관련업계의 고질적 문제점인 수익률 하락이 심화되는 실정이다.
관련업계는 냉난방기·유통·홈네트워크 사업 진출 등으로 돌파구를 모색 중이나 시장 점유율 확보 등을 위해 단납 시장을 아예 포기할 수도 없어 울상을 짓고 있다.
◇대당 단납 가격 10만원 대 까지 추락=통상 여름철은 보일러 대리점·설비업체 등을 통한 가정용 보일러 판매 비수기이지만 건설업체를 대상으로 한 아파트 단납 시장은 봄·여름이 성수기이다. 업체별로 단납이 차지하는 판매 비중이 적게는 30%에서 50%에 이르지만 최근에는 ‘팔수록 손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저가 경쟁이 심화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당 22만∼25만원대였던 보일러 단납 가격이 최근 10만원대로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대표 보일러 업체인 A사의 한 관계자는 “정상적이라면 설비비 등을 모두 포함해 55만원에 납품돼야 할 제품이 현재 18만원 가량에 계약되고 있다”며 “연 매출은 수 천억이지만 이익은 수십억원대에 머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호소했다.
◇팔수도 안 팔수도 없는 노릇=또다른 보일러 전문업체인 B사의 관계자는 이같은 현상에 대해 “건설업체의 최저가 입찰도 원인이지만 몇 안 되는 보일러 제조업체들의 과도한 점유율 확보 경쟁도 이를 부추긴다”고 설명했다.
일단 특정 브랜드 제품을 사용하면 좀처럼 브랜드를 바꾸지 않는 보일러 제품의 특성상 아파트 등에 대량으로 공급,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지도를 높이고 대리점들에게 사후 AS 수요를 보장해줘야 하는 등의 부담감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이 관계자는 “건설업체와 연계해 단납만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업체들이 입찰에 참여할 경우 가격 출혈이 너무 심해 입찰에 불참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울며 겨자 먹기로 가격을 깎고 들어간다”고 덧붙였다.
◇수익률 개선 비상=이처럼 매출의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단납 가격이 원가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서 ‘수익률 개선’이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업계가 본격적으로 뛰어든 냉방제품·홈네트워크 등 신사업의 경우 초기 단계 수익 창출이 만만치 않은 편이다. 여기에 국내 보일러 시장이 수년째 정체 상태에 이른 데다 원자재 가격 인상 등의 악재까지 겹쳐 업계는 쉽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단납 시장도 문제이지만 기본적으로 국내 보일러 가격은 과당경쟁과 업체들의 초기 과잉 투자 등의 결과로 해외에 비해 상식 수준 이하로 낮게 책정돼 있다”며 “근본적인 판매 구조와 업체간 불필요한 경쟁 등을 없애지 않으면 업계가 공멸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유경기자@전자신문, yuky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