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IT코리아 2.0](3부)IT는 36.5℃②IPTV 도입 서둘러야

 대표적인 통신·방송 융합현상인 IPTV서비스 도입논의가 제자리 걸음이다. 지난 2004년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들이 IPTV 도입계획을 잇따라 발표하고, 정보통신부가 IPTV를 포함하는 광대역융합망(BcN) 시범사업을 추진하면서 논의를 본격화해 3년 6개월 이상 머리를 맞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대로’인 것. 조은기 성공회대 교수는 IPTV 도입 논의구조가 “여전히 방송이냐, 아니냐에 머물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방송의 정의에 IPTV가 해당되느냐를 두고 작구적(作句的) 진통만 거듭할 뿐”이라고 꼬집었다. IPTV 관련 정부 입법안은 물론이고 6개 의원입법안이 하나같이 ‘이용자 편익’을 추구함에도 합의 없는 제자리 걸음만 되풀이하는 것이다. 제자리 걸음을 털고 앞으로 뛰어나가려면…

 ‘새 술(IPTV)은 새 부대(BcN관련법)에 담읍시다!’

 IPTV 관련 사업자·망·서비스 성격을 감안할 때 기존 방송법이나 전기통신사업법 테두리 안에서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의 발로다. 물론 방송법 개정을 통해 IPTV를 포용하자고 주장하는 진영에서는 ‘말도 안 될 일’이다. 하지만 IPTV를 비롯한 방송·통신 융합형 서비스를 둘러싼 규제 중복 문제는 이미 오래전에 수면 위로 올라왔고, 지금은 도마 위(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에 있다.

 그런데 도마 위로 칼질(IPTV 관련 의원입법)이 난무한다. 무려 6개 의원입법안이 고개를 들었다. 다양한 이해집단의 주장이 여섯 갈래 법안으로 스며든 것이다.

 손봉숙·김재홍 의원이 방송법 일부 개정을 통해 IPTV를 도입하자고 입을 맞추는가 싶더니 사업분류, 소유·겸영 제한, 외국자본 지분율 제한 등에서 서로 다른 기준을 내놓았다. 홍창선·유승희·서상기·이광철 의원이 각각 발의하거나 준비중인 법안도 전기통신회선설비를 중심으로 의견을 같이하는가 싶더니 세부 조항에서 혼선을 빚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사공이 많아 배(IPTV)가 산(서비스 도입)으로 가면 이후에 고칠 것을 고치면 될 것으로 기대했는데, 노젓는 방향이 제각각이어서 제자리를 맴돈다”고 비꼬았다. 오죽 답답했으면 신철식 국무조정실 정책차장은 “IPTV를 도입하려면 (통신방송행정)기구 통합법안 통과가 필수적”이라며 국면 전환의 필요성을 제기했을 정도다.

 또 다른 정부 관계자는 “무엇보다 시장에서 방송과 통신 사이 벽이 무너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이제 방송망이든 통신망이든 상관없이 ‘전송하는 행위’를 기준으로 수평적 교차 진입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할 때”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동안 정부가 통신서비스 비대칭 규제를 했다는데, 어떻게 시장 지배적 사업자의 영향력이 오히려 더 커질 수 있느냐”고 묻는 변동식 CJ케이블넷 전략지원본부장의 지적처럼 이제 IPTV 입법 관련 소모전을 끝내고 △시장점유율 및 매출 제한 △지역 제한 △망 중립성 보장 등 ‘지배력 전이를 막을 방법’을 찾아나설 때다.

 이은용기자@전자신문, eylee@

◆IPTV 갑론을박

 IPTV도입 법안 논의가 정파간, 유관부처간, 산업간 의견이 얽히고 섥히면서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최근 국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8∼10차 전체회의에서 진행된 토론 내용을 토대로 각계의 입장을 재구성해본다.

◇서상기 의원(한나라당)

 IPTV서비스는 양방향 데이터 전송을 바탕으로 하는 신개념 디지털미디어서비스다. 그렇기 때문에 방송이나 통신 어느 쪽으로도 딱 잘라 규정할 수 없다. 새로운 서비스는 새 제도 아래서 시행돼야 한다. IPTV서비스 도입을 위한 법안을 새로 마련하자.

◇손봉숙 의원(통합민주당)

 아니다. IPTV서비스는 멀티미디어 방송이기 때문에 방송법 개정만으로 충분하다. 케이블TV 방송과의 형평성을 위해 전국 77개 사업권역으로 나눠 서비스를 진행해야 한다. 또 망을 보유하고 있는 지배적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에게 의무적으로 설비를 제공하도록 규정해야 경쟁이 가능하다. 한 사업자의 사업권역이 전체의 5분의1 이상을 넘지 않도록, 또 전체 IPTV시장 매출액의 3분의1 이상을 차지할 수 없도록 시장점유율에도 제한을 두자.

◇노준형 정통부 장관

 신규 서비스를 시행할 땐 서비스 활성화를 위해 규체를 최소로 줄여야 한다는 것은 기본이다. 77개 지역권역으로 사업권역을 제한할 경우, 사업성이 떨어져 신규 사업자의 투자가 위축될 것이다. IPTV서비스는 기본적으로 케이블 TV방송과 다르다. 전송 기술 측면에서 차이가 클 뿐만 아니라 방송 프로그램을 단순히 전송만 하기 때문에 방송과는 다른 새로운 융합서비스다. 방송과 같은 틀로 규제해서는 안된다. 새 법안을 마련해달라.

◇조창현 방송위원장

 이용자들은 IPTV서비스와 케이블TV방송의 차이를 느끼지 못할 텐데 왜 서로 다른 규제를 적용하려 하는가.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에 따라 IPTV서비스도 현행 방송법을 근거로 해야한다. 대기업 진입에 제한을 두는 것은 물론 방송의 공익성 구현을 위해 IPTV사업 진입시 반드시 허가를 받도록 규정해야 한다.

◇김병배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물론 IPTV서비스에 있어 공익성도 고려해야할 측면이다. 하지만 IPTV서비스의 경우 뉴스제작이나 직접 사용 채널이 없기 때문에 지상파 등 다른 매체에 비해 공공재적 성격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것과 단순히 전송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요금, 진입 등에서의 규제를 최소화해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것이 소비자를 위한 길이다.

◇오지철 케이블TV방송협회장

 그래서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는 것 아닌가. 통신시장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는 사업자가 IPTV사업에 진출한다면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등 기존 지역 방송사업자가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대기업이나 통신사업자는 자회사를 분리해서 사업을 하도록 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기존 사업자를 위축시킨다는 면에서 전국면허를 주는 것에도 반대한다.

◇홍창선의원(열린우리당)

 IT강국이라는 한국에서 새로운 융합 서비스 도입에 이렇게 시간이 걸린다는게 말이 안된는 얘기다. 경쟁국들은 이미 IPTV서비스를 활성화시켜 콘텐츠, 하드웨어 등 관련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이들 산업의 발달을 위해서라도 IPTV 관련 법안이 조속히 처리돼야 한다.

◇신철식 국무조정실 정책차장

 IPTV 서비스 도입을 위해서는 기구통합법안 통과가 필수적이다. 일단 정통부와 방송위원회가 합쳐져야 IPTV도입 논의가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 IPTV법안만 단독으로 처리된다면 사업자선정 등 첨예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