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적 성장, 질적 하락.’
지난 한 주간 쏟아져 나온 주요 IT기업의 2분기 실적에 대한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평가다. 23일 WSJ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글로벌 IT업체는 지난 2분기 동안 예상 밖의 선전을 했지만, 컴퓨터 칩과 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 주요 제품의 단가 하락으로 수익률은 기대에 못 미쳤다.
◇2분기 매출 증가=전통적으로 2분기는 계절적 비수기다. 따라서 애널리스트 등 대다수 전문가는 세계 IT업계의 2분기 실적을 낮게 잡았다.
하지만 인텔은 매출이 1년 6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인텔은 애널리스트의 예상보다 1억4000만달러 많은 86억8000만달러의 매출을 2분기에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 성장한 것이다. 인텔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성장한 것은 2005년 4분기 이래 처음이다.
구글 역시 이 기간 매출이 38억달러로 전년 동기 57% 증가하는 등 인터넷 업계의 2분기 실적 역시 지난 2000대 초 닷컴 붐에 못지않은 호조세를 보였다.
딘 맥카론 머큐리 리서치 애널리스트는 “일찍이 전통적인 비수기인 2분기의 성적이 이렇게 좋은 해는 없었다”며 “나를 포함해 모든 전문가의 얼굴에 계란 세례를 받을 일(egg on faces)”이라고 말했다.
◇수익률은 기대 이하=뚜렷한 매출 상승에도 불구, 각 업체의 이익률은 좋지 않았다. 이에 대해 WSJ는 업체 간 치열한 경쟁으로 마이크로 프로세서와 데이터 스토리지 칩·하드디스크 드라이브 등 주요 부품의 단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관련 업체의 수익률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메모리 칩의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는 ‘사상 최악의 분기’였다고 WSJ은 보도했다.
메모리 칩 시장에서의 업체 간 경쟁은 D램 가격을 2분기 중 50%나 급락시켰다. 미국 최대 D램 제조업체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5월에만 2억2500만달러의 손실을 기록했다.
◇향후 전망=부품 가격과 이익률 하락세가 멈추고 곧 반등할 것이 시장의 공통된 예측이다. 실제로 IBM을 비롯해 마이크로소프트(MS)·오라클·SAP 등 주요 SW업체는 IT제조업계의 수요 증가에 따른 수혜를 이미 보기 시작했다.
중국·인도 등 신흥시장에서의 휴대폰·뮤직플레이어 등 휴대기기의 수요 역시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웹 쇼핑 등 인터넷 비즈니스의 성장 역시 오는 3·4분기 세계 IT경기의 긍정 신호라는 게 WSJ의 예상이다.
류경동·류현정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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