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최초의 인공위성은 지난 1992년 남아메리카 프랑스령 기아나에 있는 아리안 로켓발사기지에서 쏘아 올린 ‘우리별 1호’다. 1989년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유학생 12명이 영국 서리대학에서 위성 제작 기술을 습득, 모방한 작품이긴 하지만 국내 첫 위성인 셈이다.
당시 최순달 박사와 박성동 현 세트렉아이 대표 등이 주도해 만들었다. 라면 박스만 한 크기에 해상도가 400m짜리 위성인 우리별 1호는 대학 실험실 수준이었지만 지구 표면의 사진 촬영 및 우리말 방송 실험, 그리고 우주 방사선 실험 등의 임무를 수행했다.
국내에서 본격적인 실용위성 개발이 이뤄진 것은 우리별 1호가 쏘아 올려진 지 2년 뒤인 1994년부터다. 기술 개발 5년 만인 199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미국 오비탈사의 발사체 토러스에 실어 다목적 실용위성 1호를 지구 궤도 685㎞ 상공에 쏘아 올려 첫 위성 실용화의 길을 텄다.
현재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많이 늦었지만 위성 개발 15년만에 6기의 저궤도 위성을 운용 중이며 현재 6기의 위성을 개발 중이다.
◇위성 기술 선진국 바짝 추격=본격적인 위성 연구 결과물인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1호는 사실 미국 TRW사와 공동으로 제작된 것이다. 이 공동 개발을 통해 설계부터 제작 방법까지 실용위성 제조 기술을 처음 체계화했다.
국내 위성 개발 수준을 한 단계 도약시키는 계기를 만든 것이 바로 지난해 쏘아 올린 다목적 실용위성 아리랑 2호다. 위성의 설계와 조립, 시험 등의 과정이 우리나라 주도로 이루어진 것. 국산화율이 평균 80%다.
아리랑위성 2호는 국가 전략적 측면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주변 이해 당사국 관련 정보의 독자 수집과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 기술적 측면에서는 국내 독자 위성 개발 능력 기반을 구축하고, 확보된 첨단 기술력을 통한 국내 기업의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경제 산업적 측면에서는 공공 수요 위성 영상의 자체적 확보 및 상업적 수요 충족 그리고 위성 본체 주요 부품의 수입 대체효과와 세계 우주시장 진출 기반 구축 등으로 인해 향후 100억달러 이상의 국제 위성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2017년까지 13기 개발=우리나라는 오는 2017년 께까지 이미 발사된 위성을 포함해 총 13기의 인공위성을 제작할 계획이다. 다목적 실용위성이 모두 7기고 과학위성 4기, 정지궤도위성이 2기다. 이를 통해 저궤도 실용위성의 국내 독자 개발 능력을 구축하고 위성 자료 수신 처리 및 위성 영상 활용 능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또 다목적 실용위성을 활용한 세계 위성 영상시장 장악을 노린다는 복안이다.
다목적 실용위성의 경우 주로 국가 수요에 따른 지상·해양·환경 등의 관측 임무를 수행하며, 위성 자료의 지속적인 공급을 통한 공공 수요에 대처해 나가게 된다. 현재 개발 중인 다목적 실용위성 3호의 경우 한국 표준 관측위성 지정도 검토되고 있다.
동일 모델 복제로 제작 비용을 줄이고 민간 생산을 지원한다는 계획도 세워놨다. 탑재체는 국내 산학연 협력 개발로 기술 자립 및 국산화를 추진한다.
오는 2017년까지 개발될 다목적 실용위성은 모두 저궤도 태양 동기 궤도를 갖는 (광학/전천후) 지상 관측용이다. 이와 함께 과학기술위성은 실용위성 개발과 관련된 핵심 기술의 선행 연구 및 우주 관측 실험 수행에 나설 계획이다.
내년 발사될 통신해양기상위성은 정지궤도위성으로 통신·해양·기상 등의 위성 수요를 충당하는데 활용된다.
◇풀어야 할 숙제 뭔가=그동안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기술을 추격, 습득하는 수준이었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전 자립화를 위한 핵심 원천 기술의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특히 독자적인 우주 개발 능력 확보의 기반이 되는 위성체·발사체 분야의 핵심 기초 기술과 우주 활용 기술 확보가 필요하다. 향후 우주 개발분야에서 풀어야할 과제로는 차세대용 고속기동 위성 본체 기술의 자력 개발, 대구경 광학카메라 기술과 국내 레이더영상탑재체(SAR) 자립 기반 강화, 위성 핵심 부품 국산화를 통한 안정적인 위성체 플랫폼 제작 능력 배양 등을 꼽을 수 있다.
또 중장기적으로는 다목적 실용위성 위성 영상의 수출과 우주 전자부품의 산업화를 위한 벤처기업(연구소기업)의 설립이 요긴한 상황이다.
이 외에도 우주 탐사 프로그램의 준비와 위성 관측 정보의 활용·기술 표준화·각 부처의 관측 정보를 시스템으로 통합해 재난·환경 문제·도시계획 및 연안 관리 등에 활용하는 항공우주 분야의 정보 활용 체계화가 시급하다.
위성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항우연 위성기술사업단장 이주진 박사는 “세계 우주산업 시장 규모는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우리나라 위성 개발 비용을 연간 2000억원으로 추산할 경우 대략 1조3000억원의 산업 유발효과가 발생한다”고 말했다.
◆인터뷰-장영근 과학재단 우주전문위원
“미국의 우주 개발 예산은 상업용 위성 개발을 제외하고도 연간 30조원에 달하고 일본은 연간 3조원입니다. 연간 우리나라 우주 개발 예산의 10배에서 100배나 되는 것입니다. 러시아나 중국도 통계는 안 잡히지만 엄청난 예산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장영근 한국과학재단 우주전문위원은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정부 연구개발 예산의 3% 정도를 우주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며 “우리의 경제력과 국가 전략적 사업에 비추어 볼 때 5% 정도까지는 투자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 위원은 위성 상업화에 대해 “그동안 국가적인 수요에 부응한 위성 영상 조달에 초점을 맞춰 사업이 진행된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이라며 “현재 운용 중인 다목적 실용위성 2호 영상은 해외 판매를 위해 국내외 판매대행 업체가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는 활용 측면에서 효용성이 거의 없고 하드웨어 없는 소프트웨어도 별 의미가 없습니다. 아무리 고가의 위성으로 좋은 영상을 얻어도 이들 영상을 목적에 맞게 제대로 가공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장 위원은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의 상호 보완적인 관계를 강조하며 이 두 가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룰 때 효용성 큰 위성 자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위원은 또 “최근 만들어진 우주개발진흥기본계획에서는 우주 기초 원천기술 사업을 통해 기술 개발과 인력 양성을 병행한다는 원칙을 세웠다”며 “배출된 인력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서는 우주 산업의 활성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특히 한국형 우주 발사체를 국내 자립 기술로 개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인력이 뒷받침돼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미국의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국가우주청 또는 스페이스에이전시가 필요합니다. 또 국가 전략적인 차원에서 기술 개발을 지원하기 위한 우주개발기금의 조성도 고민해 봐야 할 때라고 봅니다.”
◆위성관련 특허 보유 현황
우리나라가 인공위성과 관련해 등록한 특허는 총 30여개에 이른다. 6개는 현재 출원 중이다. 모두가 지난해 발사한 아리랑위성 2호 개발 과정에서 이뤄졌다.
대표적인 특허로 꼽을 수 있는 것이 극저온에서 형상기억합금을 이용한 배관접합기술이다. 인공위성은 진공 환경에서 작동하기 때문에 가스 혹은 먼지와 같은 입자가 망원경의 렌즈나 태양전지판 표면에 부착될 경우 급격한 성능 저하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액체연료의 배관기밀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기술은 극지방 혹은 사막과 같은 혹독한 조건을 갖는 지역에서 충분히 활용이 가능한 기술이다.
24시간 무인 감시가 가능한 배터리 성능 감시장치와 유체의 유량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는 유량계 등도 아리랑 2호 개발의 산출물이다. 태양전지판의 저온 환경 전개시험 장치대와 실시간 데이터 입출력 모사장치·인공위성 분리신호 발생회로·복사열 전달 차단용 열차폐막 제작기술·로컬버스 이용 통신·이리듐 촉매 성능 측정장치·펄스 노이즈 인가장치 등도 모두 항우연이 개발한 특허 기술이다.
이와 함께 아리랑 2호의 1m급 고해상도 카메라 기술은 이스라엘과 국제 공동 개발을 통해 50% 정도의 제작 기술을 확보했다.
우주응용센터 원격탐사팀장 김윤수 박사는 “아리랑 2호 개발을 통해서 세계의 고해상도 위성 영상 시장에 우리나라도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며 “지구 관측용 소형 위성의 해외 수출도 현재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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