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는 끝났다’고 했다.
‘더 이상 벤처신화는 없다’고도 했다.
정부도 주저했다.
그러나 벤처는 살아났다.
모두의 관심에서 벗어났던 벤처가 보란 듯이 일어서고 있다.
매출 1000억원 이상의 벤처 1000억클럽 소속 기업수가 올해(지난해 실적기준) 100개사를 돌파했다. 총 102개사다.
벤처기업이 창업 후 5년 이상 살아남을 확률을 적게는 1%로 본다.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벤처버블이 절정이던 2001년 벤처기업수가 1만1329개사다. 이중 1%가 살아남았을 경우 113개사다. 매출 1000억원이라며 ‘살아났다’기 보다는 ‘자리를 잡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그러나 이같은 결과물이 쉽게 나온 것은 아니다. 벤처버블이 제거되던 시기는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아프고 쓰라렸다. 협력사·관계사 심지어 경쟁사도 줄줄이 쓰러졌다. 하루아침에 사라졌다. 당시 모 벤처업체 대표는 “괜찮은 우리도 곧 쓰러질 것 같다”며 불안감을 토로했다.
이 시기에 50여 계열사와 관계사를 거느렸던 ‘벤처업계 대부’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이 무너졌다. 인터넷 전화서비스인 ‘다이얼패드’로 대박을 터뜨렸던 오상수 전 새롬기술 사장도 사법처리됐다.
벤처 1000억 클럽 기업수 100개사 돌파에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벤처 지원책을 펼치기 시작한지 정확히 10년이 되는 해다. 지난 97년 정부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특법)을 제정했다.
양적 뿐만이 아니다. 질적으로도 성과는 대단하다. 1000억클럽 기업의 고용 규모는 2005년 3만3000여명에서 지난해 4만4000여명으로 30% 이상 증가했다. 기업당 인력도 10명 이상 이 기간 늘었다. 기술 벤처기업은 고용창출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불식시키는 내용이다. 중소기업청 자료에 따르면 대기업의 고용증감률은 -5.8%로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중소기업도 5.0%에 그치고 있는데 비해 벤처기업은 23.9%의 높은 신장세를 기록중이다. 벤처가 오히려 고용을 창출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석·박사급 이공계 인력의 일자리 창출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 이남형 숭실대 컴퓨터학부 교수는 “벤처버블, 정부 벤처정책의 지속성 결여 등 난관도 있기는 했지만 한국의 IT산업을 빛낸 제품의 상당수는 벤처기업을 통해 나왔다”고 강조했다.
2007년. 벤처특별법이 제정된지 꼭 10년이 됐다. 그래서 10년차 벤처기업에는 올해가 남다르다. ‘성공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벤처버블기의 난관을 당당히 극복하고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올해 창업 10주년을 맞이한 기업들의 면면을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지난달 창립 10주년을 맞이한 티맥스소프트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한 미들웨어 제품으로 IBM 등 세계적인 IT기업들을 제치고 한국 SW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다.
97년 2명으로 출범한 정보보안업체 이니텍. 10년간 인터넷뱅킹, 인터넷증권거래, 인터넷 쇼핑몰 등 다양한 분야에 정보보안 솔루션을 공급하며 국내 정보보안 산업을 이끌고 있다.
배터리보호회로 분야의 선도업체인 파워로직스도 올해 10년차다. 사업초기 산요 등 일본기업에 밀려 어려움을 겪던 이 회사는 끊임없는 기술개발로 2002년과 2003년 100% 이상의 고성장세를 이뤘다. 그리고 2004년에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한국 휴대폰결제시장을 선도하는 다날도 97년 설립됐다. 휴대폰벨소리 서비스로 시작, 2000년 세계 최초로 휴대폰 결제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한 다날은 현재 해외시장을 노크중이다. 당장 내년 초 미국에서 휴대폰결제라는 새로운 결제수단을 선보일 계획이다.
이제 벤처기업에 대해 ‘절망’을 얘기하는 사람은 없다. 특히 올해로 10년째를 맞이하는 이들 기업에 대해서는 ‘희망’뿐이다. 이들의 향후 성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김준배기자@전자신문, joon@
◆기고-벤처,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며
:백종진 벤처기업협회장
벤처기업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제2의 벤처시대를 열고자 하는 벤처기업인의 노력이 최근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벤특법) 연장으로 좀 더 구체화되고 있다.
벤특법은 그동안 벤처기업이 성장하는 데 있어 버팀목 역할을 담당하였다. 특히 불모지나 다름없던 실험실창업이나 교수창업을 촉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또한, 벤처캐피털 결성에 불을 붙이는 근간이 되기도 하였다. 나아가 아파트형공장과 같은 벤처집적시설을 지을 수 있도록 하여 구로공단이 오늘과 같이 디지털단지로 변모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벤처기업은 이러한 성원에 힘입어 성장하였다. 이미 매출 1000억을 넘긴 벤처기업이 무려 100곳을 넘어섰다.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대기업 반열로 올라선 기업도 등장한 가운데 수출이 120억달러를 넘어서는 개가도 올렸다.
그럼에도 많은 벤처기업은 여전히 성장을 꿈꾸는 단계에 머물고 있었다. 더욱 경영환경은 시시각각 변하며 이들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었다. 이즈음 많은 벤처기업인이 벤처 공영의 성장시대를 갈구하는 고민에 깊이 빠져들었다.
그 고민의 중심에 회수시장 확대방안이 자리를 잡았다. 더불어 회수시장 확대방안의 핵심 방법론으로 인수합병(M&A) 활성화가 본격적으로 대두되었고, 이에 대한 숱한 대정부 정책건의와 함께 연장되는 벤특법에 이를 반영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었다. 결과적으로 개정 특별법에 이를 반영하는 데 성공하였다.
벤처기업인이 이러한 노력을 펼친 이유는 벤처기업의 특성에 맞는 경영환경을 조성하여 좀 더 효율적인 제2의 성장시대를 열고자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금까지 벤처기업은 불모지를 개척하는 차원의 개별적 노력으로 성장하였다. 기술개발, 상품개발, 시장개척, 인력관리, 자금수혈 등 모든 경영요소를 구축하는 것은 개별 기업의 몫이었다. 하지만, 모든 벤처기업이 이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인수합병을 통하여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논의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편으로 회수시장이 확대되면 벤처캐피털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반영되었다. 회수시장을 통해 수익은 거둔 캐피털은 또다시 벤처기업에 투자될 것이고, 이러한 기회가 확대되면 벤처기업과 캐피털이 함께 성공하는 모델이 더욱 늘어날 것이다.
회상하면, 벤처 성공신화는 창업을 촉진하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벤처 붐이 한창 조성될 당시 이공계를 중심으로 창업열풍이 불었기 때문에 오늘 우리 경제체계가 진화될 수 있었던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금까지 밝힌 몇 가지 기대감을 반영하면, 벤처특별법 연장은 단순히 법의 시한 연장을 넘어서는 의미가 있다. 벤처기업이 새로운 10년을 준비하는 데 효율적인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벤처기업은 벤특법 연장에 맞춰 제2의 성장시대를 열어갈 것이다. 차분히 정진하여 오는 2010년쯤 대한민국 GDP 10%를 책임질 것이다. 우리 벤처기업이 제2의 성장시대를 열어 우리 경제발전을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사회적 성원을 기대한다. jjbaek@haansof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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