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일 벗은 블록버스터 `디 워`

베일 벗은 블록버스터 `디 워`

‘환상적 그래픽과 특수효과에서 받은 높은 점수를 미숙한 스토리가 깎아 먹었다.’ 드디어 베일을 벗은 심형래 감독의 영화 ‘디 워’ 얘기다.

 ‘디 워’는 용이 되기 위해 여의주를 찾아 LA 도심을 쑥대밭으로 만든 악한 이무기 부라퀴 군단과 여의주를 지닌 여인 ‘새라’와 전생에서 그녀의 호위무사였던 방송기자 ‘이든’의 사투를 그린 블록버스터. 순 제작비 300억원에 기술개발비를 포함해 총 700억원이 투입된 대작이다.

 ‘용가리’ 이후 심형래 감독이 7년여의 기간을 공들여 탄생했고 미국에서 1500개 이상 영화관 상영을 앞두고 있다. 영화계는 물론 문화 산업계 전체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영화 시장을 고려하면 ‘디 워’의 성공은 온 영화인의 바람이기까지 하다. 하지만 솔직히 일말의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그래픽 ‘환상적’=‘디 워’는 일단 컴퓨터 그래픽(CG)이나 특수효과에서는 탄성을 자아 낼 정도다. 100% 우리 기술로 만들었다는 점은 감격까지 안겨준다. 할리우드 실력자들이 참여한 후반작업은 뛰어난 CG의 감동을 배가시킨다. 실감나는 ‘이무기’와 그 움직임은 그래픽인지 실사인지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훌륭하다. 거대한 이무기가 LA 도심의 고층 빌딩을 휘감고 올라가는 장면은 압권.

 심형래 감독은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나는 해냈다. 이제 우리도 10만달러, 20만달러에 영화를 팔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직접 배급 비용을 들이고 가져가는 영화를 만들 때가 됐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심감독은 또 “미국에서 1700개 스크린을 잡았다는 연락을 받았고, 일본에서는 이번 겨울방학때 500개 스크린에서 상영된다”고 덧붙였다.

 ◇음향효과 ‘합격점’=영화의 몰입을 좌우하는 음향 효과가 대단하다. ‘괴물’ 소리의 일인자이자 영화 ‘타임머신’ ‘제5원소’ ‘다이하드’ 등에서 소리를 통해 관객에 어필했던 마크 맨지니가 맡았다.

 심형래 감독은 영화 곳곳에서 한국, 한국인의 전통과 문화를 드러냈다. 주인공의 전생을 보여주는 조선시대가 배경으로 등장하고 한국어도 꽤 긴 시간동안 나온다. 특히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아리랑’을 통해 한국적 느낌을 극대화했다. 아리랑을 배경음악으로 해 흐르는 엔딩 크레딧에서는 ‘개그맨’에서 ‘영화감독’이 되고, 여러 고통을 이기고 해내기까지 심감독의 절절한 심정이 느껴진다.

 ◇스토리가 완성도 깎아먹어=CG와 특수효과의 장점에도 불구, 미숙한 스토리와 연기력이 영화 전체의 완성도를 반감시켰다. 주인공 ‘이든’이 건설현장에서의 참사와 자신과의 연관성을 느끼는 과정이나 500년전 조선시대 연인이 현재 미국인으로 환생해 다시금 만나는 부분이 너무 갑작스럽다. 관객이 자연스레 스토리에 몰입해 가는 과정을 허락치 않는다.

 23일 코엑스 메가박스 시사회장에서 엉성한 스토리를 지적받은 심 감독은 “스파이더맨이나 인디펜던스 데이, 반지의 제왕, 킹콩 같은 것은 무슨 스토리가 있나. 왜 나만 갖고 그러냐?”고 말했다. 하지만 할리우드 대작들은 복잡한 스토리는 없을지언정 맥이 끊기지는 않고, 유치하지만 어색하지는 않다는 점을 인정받는다.

전경원기자@전자신문, kwju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