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자로서 벤처 사업에 몸담은 지 7년째다. 그 7년의 시간을 돌이켜보면, 변하는 것도 많았지만 결코 변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중 내가 변하지 말아야겠다고 꼽는 것은 기업의 원동력은 바로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또 한 가지, 싫으나 좋으나 대한민국 회사로서 올바른 파트너십을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기업이라면 통상 국내에서 성장을 시작한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협소한 한국시장의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결국 기업 대부분이 글로벌 시장으로의 진출을 외치게 되지만 살아남기는 쉽지 않다. 의사소통의 장벽, 지리적 여건 등이 존재하는 글로벌 시장은 국내 시장에 비해 훨씬 험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필수적인 것은 상생을 위한 파트너십이다.
인터넷이라는 거대한 물결은 국경이라는 의미를 무색하게 만들었다. 변화가 심할수록 파트너십은 더욱 중요하다. 홀로 이룰 수 있는 것보다 여럿이 이룰 수 있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파트너십의 기본은 상호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창출해 내는 것이므로, 파트너십으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파트너십을 이루는 구성원 각자가 준비를 충분히 해야 한다.
벤처기업 대표로 생활하면서 임직원과 깊은 이야기를 나눌 기회를 자주 갖지는 못한다. 그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만회하고자 e메일을 이용한다. 의견을 주는 모든 임직원에게 소주 한 잔 사겠다고 핑계를 대어 e메일로 의견을 청하는 것이다. 그런 방식으로 ‘사용자 관점의 회사 만들기’라는 주제로 의견을 나눈 적이 있다. ‘비행기를 만드는 회사라면, 비행기 좌석의 번호를 어느 위치에 붙이는 것이 진정으로 사용자를 생각하는 행동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토론이었다.
그 토론을 통해 우리는 오랜만에 우리 회사가 어떤 회사이며 어떤 회사가 돼야 할지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젊은 개발자가 보낸 내용이 떠오른다. “개발 확인 시험을 진행하면서, 제품이 사용자에 대한 배려 없이 만들어졌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앞으로는 제품 개발 작업에 사용자를 고려할 수 있도록 비개발자도 참여했으면 합니다.”
여태 고객 만족을 위해 개방적인 회사가 돼야 한다고 믿었고, 임직원 모두에게 이를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고객과 회사 사이의 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가장 큰 원인은 우리가 파트너십이라는 이상을 실현할 준비가 덜 돼 있다는 점이었다. 고객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는 건 개방성이 부족하며 파트너십을 이루기 위한 준비를 충분히 못했다는 뜻이 아닌가.
파트너십에 따른 상생을 진정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첫째, 스스로의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상생이라는 의미를 대기업이 중소 벤처를 도와주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이는 일방적인 지원이지, 상생 즉 ‘서로 도우며 공존하는 것’이 아니다. 파트너십 구성원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체 기술, 제품 및 체계 등이 개방성을 갖춰야 한다. 그래야 파트너로서 서로의 신뢰와 가치를 제대로 쌓아갈 수 있다. 둘째, 어려운 상황만을 이유로 들어 사업 주력 영역을 쉽게 바꾸거나 기술개발 투자보다 쉬운 방법을 찾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 오히려 적극적인 기술개발 투자를 통해 장기적인 경쟁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셋째, 파트너십 구성원들끼리 서로 고객이 됐을 때, 상생(win-win)이라는 부분을 단순한 구호가 아닌 실제 가치로 인식하고 행동해야 한다. 낮은 가격에 구매하면 단기적으로는 이득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손실일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파트너로서 서로의 가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나가야 진정한 ‘상생’을 할 수 있다.
최근 읽은 글 속에 ‘나의 가치는 내가 상대에게 더 많은 것을 주면서 균형을 깨뜨릴 때 생긴다’는 구절이 있었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사용자, 파트너 관점의 벤처기업을 만들기 위해서는 벤처 스스로 개방성을 지니고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한다. 대기업 역시 벤처기업을 하도급 개념이 아닌, 고객을 위한 가치를 함께 창출할 동반자로 인정하고 상생하기 위해 개방적인 자세를 지녀야 한다. 이렇게 파트너십을 올바르게 형성해 가야 진정한 상생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강용구 제너시스템즈 사장 ygkang@xen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