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공영방송 NHK가 여론의 압력에 굴복, 개국 이래 처음으로 수신료 인하를 추진한다. NHK는 한 자릿수 인하를 검토하고 있지만, 여론을 등에 업은 일본 정부는 20%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최종 인하폭에 미디어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일본 유일 공영방송의 수신료 인하 소식은 최근 이사회에서 60% 수신료 인상을 의결한 KBS의 국민 설득작업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25일 요미우리·마이니치신문 등 주요 매체들은 NHK가 100엔 안팎의 수신료 인하를 골자로 한 중기 경영계획(2008∼2012년)을 최고 의사 결정기관인 NHK경영위원회(위원장 고모리 시케다카)에 제출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NHK는 월 수신료를 △일률적으로 100엔 인하 방안 △먼저 50엔만 인하하고 계좌 자동이체를 하는 경우 추가 50엔 할인 방안 △계좌 자동이체자만 100엔 할인 방안의 세 가지를 검토 중이다.
NHK의 TV 수신료는 2790엔으로 계좌 이체나 신용카드를 이용하면 100엔 할인된다. 신규 요금안을 적용하면 최대 7%까지 할인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게 NHK의 설명이다.
NHK가 수신료 인하를 추진하는 배경은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일본 정부의 압박이 크다. 스가 요시히데 총무상은 수신료 20% 인하를 요구하고 있어 NHK가 인하를 확정하더라도 인하 폭 때문에 정부와 마찰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 여론도 인하 쪽으로 기울고 있다. 최근 2년간 일본에서는 NHK 수신료 거부운동이 거세게 일어나 한때 월 수신료 거부건수가 110만건을 돌파했다. 고모리 시케다카 NHK경영위원장(후지필름 사장)은 “국민은 수신료 인하가 아니라 좋은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다”고 공식 발언했지만 NHK 간부들 사이에서도 “수신료 인하 없이는 여론의 동조를 얻기 힘들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방문 수금에 드는 인건비가 지나치다는 점도 NHK가 수신료 인하를 받아들인 배경이 됐다. NHK는 요금 할인을 통해 계좌이체를 유도하면 2012년께 징수율이 70% 후반에 달해 오히려 경영에 이익이 될 것으로 계산했다.
류현정기자@전자신문, dreamsh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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