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 LCD업체들의 설비투자가 급감해 수주에 고전하고 있는 디스플레이장비업체들이 그동안 미진했던 연구·개발(R&D)에 역량을 집중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고 있다. 특히 8세대 신장비 개발, 장비 부분품 국산화에 상당한 진전을 이루는가 하면 반도체·태양전지 장비 등 신사업 진출도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주성엔지니어링·케이씨텍·에이디피엔지니어링·디엠에스·아바코 등 LCD 장비업체들이 잇따라 8세대 신장비 연구·개발을 완료하고 양산라인 도입을 위한 품질 테스트에 한창이다.
특히 7세대 장비 국산화를 주도해온 이들 업체가 개발한 장비는 화학기상증착장비(CVD), 드라이에처, 세정 및 현상장비, 스퍼터 등 전공정 핵심장비들이어서 8세대 초대형 장비에서도 국산화 열풍이 한껏 고조되는 양상이다.
아바코 김재호 이사는 “그동안 7세대까지 빡빡한 설비 투자 스케줄에 쫓겨 업체들이 연구·개발보다는 하루라도 빨리 장비를 만들어 공급하는데 매몰됐던 것이 사실”이라며 “최근 수주량 감소로 여유가 생기면서 그동안 미진했던 품질의 업그레이드는 물론 부분품 국산화를 통한 원가절감 장비 개발에도 제법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에이디피엔지니어링은 50%에도 못미치던 드라이에처 부분품 국산화율을 최근 70∼80%까지 끌어올렸고, 아바코는 스퍼터 부분품 가운데 모터를 제외하고는 모두 국산화했다. 케이씨텍과 디엠에스는 세정, 도포, 현상 등의 장비를 하나로 통합한 인라인장비 개발에서도 속속 결실을 맺고 있다. 디엠에스 관계자는 “인라인장비는 도쿄일렉트론, DNS 등 일본 장비업체들이 장악해 한번에 대량 수주의 성과를 올리던 분야”라며 “최근 R&D역량을 집중하면서 데모장비 개발에 성공해 외산 장비와 한판 대결을 벼르고 있다”고 전했다.
반도체, 태양전지 등으로 사업다각화도 급류를 타고 있다. 특히 주성엔지니어링이 태양전지 장비 전용공장을 준공하고, 탑엔지니어링은 123억원을 투입해 신성장엔지연구센터를 짓기로 하는 등 사업다각화를 위한 대규모 시설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이영곤 부사장은 “올 상반기에만 작년 258억원에 육박하는 242억원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다”며 “향후 안정적인 매출 구조 확보를 위해서는 신규 분야에 과감하게 뛰어들어야 한다는 것이 장비업계의 일반적인 정서”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LG필립스LCD 등 주요 LCD업체들이 최근 LCD시황이 호조를 보이면서 하반기부터 8세대 신규 투자에 나설 계획이어서 8세대 장비 개발에 성공한 업체들의 경우 대규모 장비 수주 호기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장지영기자@전자신문, jyaj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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