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성장엔진, 중핵기업](29)가온미디어

 가온미디어 직원들이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는 MPEG4 HD 셋톱박스의 비디오 화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가온미디어 직원들이 하반기 양산을 앞두고 있는 MPEG4 HD 셋톱박스의 비디오 화질을 테스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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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휴맥스를 넘어 오는 2010년 매출 1조원 클럽을 향해’

 최근 전세계 방송시장이 디지털로 진화하면서 최고의 호황을 구가하고 있는 국내 셋톱박스 업계. 이른바 2위권 전문업체 가운데 그동안 축적한 기술력·영업력을 바탕으로 올 들어 괄목할만한 실적을 기록하며 세간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기업이 가온미디어(대표 임화섭)다.

 가온미디어의 성장 잠재력이 더욱 부각되는 이유는 안정된 수익기반인 방송사업자 매출 비중이 벌써 76%대에 올라섰다는 점과, 수신제한시스템(CAS)·미들웨어 등 자체 보유한 핵심 기술력으로 하이브리드형 고부가가치 제품군에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가온’이 세상의 중심을 의미하는 말인 것처럼 조만간 가온미디어가 전세계 디지털방송 시장의 중심으로 부상할 것이라는 기대다.

 ◇차별화된 기술력과 신성장동력 = 지난 2001년 출범한 가온미디어는 일찌감치 고화질(HD)·다기능 셋톱박스 제품을 개발, 보급형에서 프리미엄급 제품까지 풀 라인업을 갖춘 점이 근래 급성장하고 있는 큰 비결이다. 최근 수출효자 품목으로 떠오른 HD급·개인영상저장장치(PVR) 겸용 제품은 물론, IPTV 셋톱박스, 멀티미디어홈플랫폼(MHP) 셋톱박스, 모바일(m)PVR, 통합디지털(ID)TV에 이르기까지 차세대 시장을 겨냥한 고부가가치 제품군까지 완벽하게 구축했다. 꾸준한 연구개발과 적극적인 투자를 통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서둘러 대비한 성과물이다.

 다기능 컨버전스 제품군도 돋보인다. 지난 2002년에는 업계 처음 위성·지상파 셋톱박스를 결합한 콤보형 제품을 출시한데 이어, 지난 5월에는 세계 최초로 mPVR을 개발했다. mPVR은 기존 PVR 셋톱박스에 녹화된 동영상 콘텐츠를 모바일 단말기에 저장·재생할 수 있는 신개념 셋톱박스다. IPTV 시장에서는 지난해 11월 LG데이콤의 개발업체로 선정돼 오는 9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제품 공급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IPTV 서비스가 본격 확산되면 이를 토대로 해외 IPTV 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는 야심이다.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김윤종 전 자일랜 회장이 국내 첫 투자대상으로 가온미디어를 꼽고, 150억여원을 투자해 최근 2대 주주가 된 것도 이같은 잠재력을 인정한 덕분이다.

 ◇세계 방송사업자 시장 진출 가속화 = 가온미디어의 가장 큰 경쟁력 가운데 하나가 안정적인 방송사업자 매출비중이 타 업체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는 점이다. 일반 유통시장에 공급하는 이른바 ‘오픈마켓’ 시장은 셋톱박스 업체의 수익기반을 지속적으로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가온미디어는 현재 전세계 50여 개 방송사업자에 셋톱박스를 납품하고 있으며, 지금도 유럽·인도·동남아 등 선진·신흥 시장을 중심으로 방송사업자 시장을 확대해가고 있다. 올 상반기에만 루마니아 ‘붐TV’, 인도 ‘하스웨이’, 아시아 ESPN ‘스타스포츠’ 등 대형 방송사업자들과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매월 2∼3개의 방송사업자를 신규 고객으로 확보하는 추세다.

 가온미디어가 방송사업자 시장에서 맹위를 떨치게 된데는 휴맥스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많은 8종의 CAS 특허와 각종 미들웨어 기술을 확보한 덕분이다. 특히 전세계 방송사업자의 40%가 채택하고 있는 ‘NDS’사와 지난해 5월부터 전략적 제휴관계를 체결함으로써, 향후 그 영향력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눈부신 실적성장, 안주는 없다 = 전통적인 비수기인 지난 1분기 가온미디어는 매출 361억원에 영업이익 33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두배, 이익은 5배 가까이 급성장한 수준이다. 해외 방송사업자 매출 비중이 늘고 고부가가치 제품군 판매 비중이 높아진 까닭이다. 특히 PVR·MHP 등 고부가 제품군 매출 비중은 지난 1분기 벌써 30%를 초과했고, CAS 제품군을 합치면 무려 80%대에 육박한다. 보급형 제품군인 FTA·CI 셋톱박스는 사업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수준인 20%대를 넘지 않겠다는 목표다. 이에 따라 올해 전체 실적도 창사이래 최대이자 지난해의 갑절에 달하는 1527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임화섭 사장은 “현재 실적에 결코 만족하지 않고 다양한 신규 제품을 선보여 성장 가속도를 높여갈 것”이라며 “오는 2010년에는 매출 1조원대을 달성하는 중견기업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

 올 하반기부터는 새로운 야심작들도 속속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및 해외시장을 겨냥한 IPTV용 셋톱박스(mPVR)와 위성방송용 ‘DTH’ 등 컨버전스 제품군을 필두로 세계 최대 수요처인 북미시장을 뚫기 위한 오픈케이블 방식 ‘OCAP’ 기반의 셋톱박스도 올해안에 본격 상용화한다. 미래 세계적인 홈 미디어 솔루션 전문기업을 향한 가온미디어의 행보에 눈길을 뗄 수 없는 배경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인터뷰-임화섭 사장

 말 그대로 시장은 공평했다. 역시 공짜로 얻어지는 것은 없었다. 가온미디어가 올 들어 눈부신 실적성장을 이뤄낸데는 그동안 일년중 3분의 1을 해외 시장에서 보낸 CEO의 열정과 노력이 절대적이었다. 임화섭 사장은 “전세계 방송환경이 디지털로 전환하고 IPTV 등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엄청난 기회가 오고 있다”며 “핵심 기술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만이 치열한 경쟁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큰 폭의 실적 향상으로 부러움을 살만도 하지만 ‘매출 1조원 클럽’을 향해 성장의 고삐를 늦추지 않겠다는 태세다. 시장전망과 향후 비전에 대한 그의 안목과 판단을 들어봤다.

-앞으로 특히 확대할 해외 시장은 어디인가.

▲현재 수출비중으로 보면 유럽과 인도·동남아, 남미 등지가 큰 비중이다. 디지털 HD 방송이 확산되면 모든 해외 시장이 커지겠지만 특히 주력할 곳은 인도와 미국 시장이다. 인도는 중국과 더불어 최대 인구대국으로 빠른 경제성장을 지속하는데다 유료방송에 대한 인식도 높다. 셋톱박스 수요가 자연스럽게 확대될 수밖에 없는 곳이다. 역시 단일 권역으로 세계 최대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미국은 스프린트넥스텔과 소형 사업자 시장에 일단 진출했지만 본격적인 승부는 내년이다. 특히 오는 2009년 아날로그 방송 종료를 앞두고 내년에는 미국 시장에서 최대 규모의 물량이 터져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지금 현지 법인 인력을 확충하고 있으며 연말까지 모든 제품 라인업을 갖춰 내년에 본격 진입할 것이다.

-미국 시장 공략을 위한 야심작이 있나.

▲세가지다. 스프린트넥스텔과 와이맥스(와이브로) 기반의 차세대 IPTV 셋톱박스를 개발할 예정이며, 디렉TV의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위성방송용 ‘DTH’도 개발해 본격적인 수주전에 들어갔다. 또한 케이블방송 사업자 시장에 진입하기 위해 오는 9월께 오픈케이블(OCAP) 기반의 디지털 셋톱박스도 개발, 완료한다. 내년도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원하고 디지털 방송 전환을 서두르는 것에 대비해 컨버터형 셋톱박스도 선보일 것이다.

-특히 기대하고 있는 차세대 제품은.

▲모든 제품 라인업을 컨버전스형으로 프리미엄화하는 것이고 당장은 IP 기반의 모바일 셋톱박스(mPVR)과 IDTV다. 방송과 통신이 융합되고 유무선의 경계가 사라지는 지금, 방송도 모바일 플랫폼을 준비해야 한다. mPVR은 어디서나 고화질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매체이며, 와이맥스(와이브로) 기반의 초고속 무선인터넷과 블루투스 통신도 지원한다. 셋톱박스 하나로 방송은 물론이고 e메일·인터넷전화(VoIP)도 가능한 제품을 해외 시장에 선보일 것이다. IDTV는 셋톱박스 전문업체가 잘할 수 있고, 꼭 해야 하는 일종의 솔루션 사업이다. 단순히 TV를 팔겠다는 것이 아니라 셋톱박스 기능과 미들웨어를 통합한 TV를 내놓겠다는 뜻이다. 독자 브랜드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임 사장은 지난 1989년 삼성전자 종합연구소에 입사한뒤 10여년간 셋톱박스와 디지털TV 개발을 주도했으며, 1990년대말 혈혈단신 미국으로 건너가 위성방송 사업자인 디렉TV에 첫 수출물꼬를 텄던 인물이다. 지난 2001년 회사 설립후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 철수한 실패 경험도 오늘의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됐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