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10일 오전 10시. 부산 기차역에서 기자를 태운 남해지방해양경찰청(이하 남해 해경) 과학수사팀 차량은 바로 목적지로 향했다. 도착한 곳은 부산 서구 충무동 남항 내 통선 선착장. 지난달 7일 오후 12시 부산 앞바다에 정박 중인 대형 선박에 물건을 운송하던 ‘영운호’에 LPG 가스로 인한 폭발화재가 발생, 선원 1명이 사망했다. 이날은 그 사건에 대한 현장 검증이 있는 날이다.
시커멓게 그을린 14톤급 영운호에 대한 현장조사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이하 국과수) 현장감식반, 한국가스안전공사 관계자의 도착과 함께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장마 예보와 달리 맑게 갠 남항 선착장 주변은 아침부터 내리꽂는 폭염 아래 소란스럽다. 현장 감식이 진행되는 동안 선착장 한쪽에서는 평소와 다른 업무 교체로 사고를 모면한 동료선원을 대상으로 사건 당시 정황을 파악하는 해경 수사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이번 사고는 인명사고로 이어진 만큼 해양 사고 중 가벼운 사안은 아니지만, 그나마 사건 발생 경위가 겉으로 분명히 드러난 상황이라 사건을 해결하는 데 큰 무리는 없습니다.” 남해 해경 과학수사팀장을 맡고 있는 손현남 경감의 설명이다.
해경이 변하고 있다. 증거물을 토대로 한 과학수사, 해경 독자적인 과학수사의 돛을 본격 올린 것. 올 3월 해경 본청 차원에서 과학수사연구팀을 발족한 데 이어 지방청 중에서 처음으로 남해 해경에 과학수사팀을 만들었다.
해경의 이런 변화는 그간 경찰이나 국과수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과학수사 기법으로 해양 과학수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박일남 해양경찰청 과학수사연구팀 팀장은 “증거주의·공판주의가 강화되면서 해경 업무 역시 이런 변화에 맞는 역량을 강화할 때가 됐다”고 말한다.
과학수사연구팀은 무엇보다 해양 과학수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해양관련 범죄 및 사고 증거물을 수집·관리·보관하는 것부터 물리·화학적 감정을 수행한다. 또 충돌·화재·변사·살인 등 주요 사건에 대한 현장감식도 진행한다. 분석과 감시 역량을 고도화하는 것 외에 첨단 수사기법을 개발하는 것 역시 연구팀의 주요 업무다. 레이더의 위성정보나 기상정보를 이용해 사고 당시 기후 및 해상 조건을 파악하고 또 연안이나 해안시설물 등 사고 주변의 환경을 파악해 선박충돌 사고에서는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시뮬레이션도 중요한 기법이다.
특히 과학수사연구팀은 해경 자체적으로 ‘해양수사정보시스템’ 구축을 추진 중이다. 2005, 2006년도에 발생한 해양사고 자료를 수집, DB화한 후 11월께 웹 기반 분석용 개발프로그램을 가동한다는 목표다. 시스템이 갖춰지면 수사자료를 실시간으로 입력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조회·분석이 가능해 수사역량을 강화하고 공판중심주의에 적극 대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탐사기획팀=신혜선기자@전자신문, shinhs@etnews.co.kr